인공지능이 바꿀 게임의 미래

조회수 2020. 2. 27.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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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시장에서 인공지능의 위치는?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다.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에 대한 감탄, 두려움과 동시에 이세돌 9단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이세돌 9단은 또 다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한돌’과 은퇴 경기를 치렀다. 비록 최종 결과는 패배하긴 했지만 뛰어난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부터 각각 한 번씩의 승리를 따내며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돌 9단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공지능과의 대국이 은퇴 원인 중 하나라고 밝히며 AI 앞에선 인간의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마 바둑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인공지능이 얼마나 무섭게 여러 분야를 장악해나가는지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바둑뿐 아니라 전략 게임, RPG 게임 등 다양한 게임 분야에서도 사람을 압도한다면 어떨까? 인공지능이 게이머에게 두려움을 안겨줄지, 유용한 도구가 될지 본 기사에서 알아보도록 한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고는 큰 이슈를 몰고 왔다

체스와 바둑으로 끝나지 않은 인공지능, 스타크래프트2마저 정복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에 있어 선구자 격인 게임은 단연 '체스'이다. IBM은 세계적인 체스 챔피언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쓰러트릴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기보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해나갔다. 96년에는 카스파로프가 승리를 거뒀으나 97년에는 딥 브루가 리벤지 매치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렇게 카스파로프는 컴퓨터에게 최초로 패배한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카스파로프는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지켜보며 이세돌의 극복을 기원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체스는 컴퓨터가 최초로 인간을 이긴 게임이다

20세기에 인간에게 승리를 거둔 체스와는 달리 바둑은 경우의 수가 더 많아 인공지능이 압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존재했다. 바둑돌이 놓을 수 있는 가짓수가 총 10의 845승보다 커서 무한대에 가깝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둑이 인간에게 승리하더라도 그 시기가 상당히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알파고가 유수한 프로 기사를 상대로 승리하며 게임 내 경우의 수가 무한한 것과 인간의 승리가 반드시 필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무한한 수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승리를 향한 경우의 수는 이보다 적으며, 딥 러닝을 통해 얼마든지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정복하기 어렵게 여겨지던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인공지능의 실력이 증명되었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에 이어 '알파스타'를 개발, 새로운 인간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알파스타의 주종목인 '스타크래프트2'는 게임 상대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를 조금씩 얻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실시간 전략 게임인 만큼 상대방의 상황과 행동에 따라 전략을 보완, 수정해나가야 한다.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로 유명하지만 산술적 계산이 동원되는 바둑과는 또 다른 형태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공지능은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알파스타는 유럽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10 대 1의 압승을 거둔 것이다. 유럽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승리했을 당시, 알파스타가 사람보다 유리한 인터페이스로 더 유리한 게임 환경을 차지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후 사람과 똑같은 인터페이스로 업그레이드되고 그랜드 마스터에 입성하여 골드리그 상위권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다.


일반 게이머에게 AI의 의미는

알파고와 알파스타의 등장으로 프로 리그가 사라지진 않지만, 프로 바둑기사나 프로게이머는 인공지능의 거침없는 행보에 허무함을 느끼기도 한다. 알파스타의 경우 200년 동안 스타 2만 플레이한 사람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람의 힘으로는 장기간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성과를 단기간에 이루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인공지능의 목적은 게임을 이겨 사람을 좌절 시키는 데 있지 않고, 단순히 프로그램의 승리가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지성과 기술의 집대성이 거둔 승리이긴 하지만 말이다.

▲전략이 중요한 장르에서 인공지능이 유저에게 연습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데 오직 재미를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일반 유저에겐 약인공지능(감성과 같은 인간 고유의 특성 뛰어넘을 순 없으나 뛰어난 연산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희소식에 가깝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많은 게임이 컴퓨터와 대결하는 싱글 플레이 모드를 제공한다. 처음부터 프로그램과 싸우는 것이 메인 콘텐츠인 경우도 있고, 싱글 모드로 충분한 연습을 거친 뒤 다른 사람을 상대하기도 한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RTS), 1인칭 슈팅 게임(FPS), 액션 게임 등이 연습이 필요한 장르다. 인공지능을 상대로 아무리 연습해도 막상 본격적으로 타 유저와 대전을 펼치면 컴퓨터와 대결할 때와는 다른 게임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인공지능이 발전한다면 경쟁 게임에서 민감한 요소인 랭킹이 떨어지지 않고도 치밀한 게임 연습이 가능해진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제 사람처럼 대결 가능하다

게임 속 인공지능의 가치는 단순히 연습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게이머가 ‘최적의 재미’를 느끼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때 사람의 뇌에선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사람이 무언가를 하겠다고 결심하거나 하고 싶다는 의욕을 느끼게 해준다. 게임이나 마약 복용에서 폭발적으로 향상된다는 편견과는 달리 음식을 먹거나 연애를 할 때도 도파민 수치가 증가한다. 사람의 뇌는 항상성이 있어서 비슷한 수준의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기도 한다. 너무 쉬워서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엄두도 안 날 만큼 어려운 게임은 의욕이 나지 않아 적절한 도파민을 분비시키지 못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게이머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한다면 가장 재밌을 만한 방식으로 져주거나 이기는 것도 가능하다.


AI, 게임 개발사에겐 효자 같은 존재

게임 개발사에서는 인공지능을 연습용 봇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실제 PvP게임에서도 인공지능 플레이어를 투입시키기도 한다. 이미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는 개발사가 봇의 개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모바일 배틀그라운드의 환경이 PC와 너무 달라 유저들의 적응이 필요하고, 모바일 FPS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함이다. 랭킹이 올라갈수록 봇을 만날 확률은 줄어들다 보니, 유저들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입장이다. 어차피 게임을 잘 하지 못한다면 봇을 상대로도 고전하기 쉽고, 게임을 잘할수록 실제 유저와의 치열한 배틀 로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봇의 개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모바일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 배틀그라운드에서 봇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개발사가 공식 인정하기 이전에도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PC 게임에 비해 랭킹 올리기가 쉽고, 게임 내 봇은 사람이 하지 않을 것 같은 이상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발전한 봇이라면 어떨까? 상대방을 기다려야 하는 대전 게임이라면 봇의 인공지능이 뛰어날수록 게임 운영에 도움이 된다. 실제 얼굴을 보고 상호 작용해야 하는 게임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실제 유저와 플레이하는 것처럼 착각하여 플레이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게이머가 상대하는 대상이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밝힐지 말지는 개발사의 자유지만, 어느 쪽이든 동시 접속자가 줄어들 때엔 유용한 기술이다.

▲게임을 통해 유저의 데이터 수집 가능

개발사는 인공지능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향후 게임 개발과 운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유저 설문조사는 사람이 직접 기입하는 만큼 100% 신뢰하기 어렵고, 단순 통계 분석으로는 연령대나 시간대별 접속률 정도 밖에 얻지 못한다. 게임을 함께 진행하는 인공지능이 유저들의 행동 양상을 관찰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세세한 데이터를 만들어준다면, 게임의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며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가 더 쉬울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극복하지 못한 게임 세상, 사람과의 관계

바둑, 스타크래프트 등 컴퓨터가 정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던 게임을 차례대로 장악한 구글 딥마인드가 고전을 면치 못한 게임이 있다. 바로 협력 보드게임인 ‘하나비’이다. 하나비는 2명에서 5명의 사람이 협력하여 카드 덱을 1부터 5까지 차례대로 5덱 쌓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보드게임이다. 플레이어의 추론 능력, 기억력을 통해 게임이 진행된다. 하나비는 룰은 단순해 보이지만 다른 플레이어의 마음을 읽고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예상보다 늦게 정복된 협력 보드게임, 하나비

기술의 발전 속도는 결코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페이스북에서 이 ‘하나비’마저도 플레이 가능한 카드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의 후발 주자로 여겨지던 페이스북이 본격적으로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얻어낸 성과다. 그래도 ‘하나비’보다 더 복잡해 보이는 게임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던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간단한 보드게임을 어려워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비보다 고도의 협력, 상호 작용을 통해 의사 결정을 이루어야 하는 게임이라면 사람과 플레이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정복하지 못한 게임 요소는 ‘사람’이 될까

체스의 경우 핸드폰에서도 실행되는 앱이 체스 세계 챔피언 수준의 기량을 발휘한다. 그 외 게임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이 공개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공개된 경우도 많다. 개발사에서 제작하는 대전용 봇은 자체 개발을 거듭해야 하는 실정이다. 채팅, 길드 형성 등 게임 속 작은 사회가 이뤄진 곳에서도 인공지능이 실제 유저와 똑같이 행동하기까진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온라인 게임 세계 속에 던져진 사람처럼 플레이하는 날도 올지 모른다. 애초에 게임 대결 인공지능도 기술 발전을 위한 것이지 ‘게임에서의 승리’가 목적이 아니기에 인공지능이 실제 유저를 동일하게 흉내 낼 필요는 없다. 게임 친구가 실제 사람인지 프로그램인지 구별이 안 가기 전에,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재밌게 즐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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