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희생당하고, 규제에 얼룩진 대한민국 신산업

조회수 2020. 1. 22.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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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규제에 막힌 ICT 산업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7일 신년사를 통해 “신산업 분야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과 관련해, 맞춤형 조정 기구를 통해 사회적 타협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우리나라 ICT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ICT 산업은 정부의 규제에 가로막혀 제대로 뜻을 펼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가 정부가 표명한 것과 공무원들이 이를 실천하는 방법, 그리고 시장에서 받아들인 내용이 제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희생당하고 있는, 규제에 얼룩진 대한민국 신산업

규제를 개혁하자던 지금의 정부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우리는 규제라고 부른다. 법령, 조례, 규칙 등에 의해 경제주체(개인 혹은 기업)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규정짓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가는 국민들의 안전과 환경을 보장하며, 경제적 자유의 실현을 통해 공정거래를 가능케 한다. 처음부터 존재하던 규제라는 것은 없다. 모든 규제는 어떤 이들의 필요에 의해 도입되고 또 유지되게 된다. 이를 다시 정리하자면 규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호를 받는 경제주체가 많아지고, 또 규제 밖의 개별 경제주체가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 보다 많은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20년 신년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는 새로운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산업적으로는 기존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플랫폼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들이 기존의 산업 생태계에 있던 이들의 위치를 위협하는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선진국들의 성장둔화,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 현상의 심화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누구도 앞날을 쉬이 예측할 수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다. 과거에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커다란 변화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규제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현 정부

산업적으로도, 대외적으로도 불확실성이 점차 커져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껏 유지된 국가운용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구조 속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으며,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먼저 발전을 이룬 다른 이들에게 뒤처지게 되고 심지어는 시장을 장악 당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의 발로에서였다. 보다 빠르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을 발굴해 내기 위해 금번 정부가 이야기한 것은 ‘규제개혁’이었다. 규제개혁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그 대신 파괴될 기존의 산업의 충격파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을 이번 정부가 제시했던 청사진으로 요약해 설명할 수 있다.


모두가 소극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개혁

규제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규제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다. 공무원들은 제정된 법을 원칙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주된 업무로, 기존의 규제를 변경하고 개선하는 것은 부가적인 업무로 분류할 수 있다. 규제라는 것은 때로는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권력이 되기도 하고 힘들게 규제를 변경하더라도 이들에게는 어떠한 인센티브도 주어지지 않기에, 공무원들은 규제개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정부가 규제개혁을 목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이러한 공무원들의 기본 태도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공무원에게는 규제개혁에 열심히 임하더라도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규제개혁에 소극적인 ‘평생 공무원’이 아니라, 또 하나의 축인 ‘임명직 공무원’인 국회의원과 정부는 어떨까. 아쉽게도 이들의 움직임도 규제개혁에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번 정부 들어서 보이고 있는 이들의 태도는 기존 산업의 기득권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수호하는 형태로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규제를 더욱 권고하게 가져가는 데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법제화를 눈앞에 둔 타다 금지법, 타다는 막다른 길에 몰려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빌리티 산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 카풀은 택시 업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중재로 인해 서비스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카풀 다음으로 지목된 11인승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도 현재 지금의 방식대로는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없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가로막혀 있다. 타다 금지법은 현재 여당 주도로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화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앞으로도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타다가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서비스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단순한 콜택시 서비스를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해 피해간 ‘꼼수 서비스’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다 운영사와 쏘카 이재웅 대표는 스스로의 서비스를 ‘혁신’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재웅 대표는 현재 지속적으로 자신의 SNS를 통해 현 정부와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비난하며, “과거(택시 산업)를 보호하는 방법이 미래(타다)를 막는 것밖에 없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표를 잃을 것이 무엇보다 두려울 것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타다가 스스로의 서비스에 대한 혁신성을 소명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타다는 기존의 택시 산업에 대해 실망한 소비자들이 지지해 온, 일종의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온 서비스였다. 기술적인 혁신성이 현재로서는 부족하더라도, 향후 서비스의 성장에 따라 모빌리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최소한 지금의 택시 산업에 비해서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기존 서비스와의 융합 가능성, 기술적인 발전 가능성의 싹을 통째로 잘라버리는 결정이 이번에 이뤄진 것이다.

▲기존 규제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이들은 여론을 좌우할 힘을 가지고 있다

타다 금지법이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규제를 개혁하는 것보다 지금의 시장을, 산업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정치권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번 결정은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분신을 불사하고 격렬하게 반대하는 택시 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을 사지 않기 위한 결정으로 읽어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이, 보다 많은 종사자와 발언력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산업을 파괴하는 것보다 부담이 적기 마련이다. 타다 규제로 정치권이 잃을 표심이 택시 산업 고사로 인해 잃게 될 그것보다 적을 것은 당연하니 말이다. 즉, 임명직 공무원들에게도 규제개혁을 위한 적극적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혁신을 위해, 규제개혁을 재고할 때

문재인 대통령의, 행정부의 규제개혁을 외치는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 그저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허울 좋을 뿐인 구호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국회의, 정치권의 태도는 이와는 달라 보인다. 총선을 앞둔 정당은 기득권 수호에 열심이고 공무원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잡고 있는 권력(규제)을 놓을 생각이 없다. 2020년 신년사에 담긴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앞으로도 규제개혁은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기존의 기득권을 손보지 않으면 규제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

규제개혁을 위한 수단으로 ‘규제 샌드박스’가 지난해 도입됐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 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현재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20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발의된 규제 조항은 총 7,000건을 넘어선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에 의해 해소된 규제는 작년 기준 200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도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규제 해소 목표 건을 200건으로 상정하고 있기에, 사정은 앞으로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처 간 합의의 어려움을 이유로 대부분의 규제 샌드박스 대상은 제대로 된 심의마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과기정통부 규제 샌드박스 신청 1호인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는 정식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

ICT 시장에서의 경쟁은 앞으로 더 격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카풀 서비스와 타다를 놓고 다툴 때, ICT 선진국에서는 자율주행에 대해 연구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공무원들의 안일함, 정치인들의 득표, 정부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제대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의 손을 들어주다가 표어만 남은 규제개혁을 뒤로 젖혀놓고, 지금이야말로 정말 혁신을 위해 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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