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 우아한 형제들 매각이 가져올 부작용

조회수 2020. 1. 17.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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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매각 이후의 변화는?

대중들이 보는 것은 현상이다. ‘A가 B에게 돈을 건넸다’라는 문장 속에서 돈을 건넨 행위는 현상이다. 그러나 A와 B가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따라 현상의 '결과'는 천차만별이 된다. 이번 우아한형제들 매각은 현상보다는 결과가 더욱 주목되는 이슈다. ‘배달의민족’은 많은 사람들이 자주 이용했던 앱이니 만큼 우리가 몸소 느끼게 될 변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이번 매각의 결과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국내 유니콘의 해외 매각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매우 상징적인 유니콘 기업이었다. 전 산업에 걸쳐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후발주자들이 ‘제2의 배민’을 꿈꿨고, 국내 배달 시장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랬던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됐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를 무려 40억 달러(한화로 약 4조 7000억 원)로 평가하고 그의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했다.

▲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히어로

소식이 전해지자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환호를 보냈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5조가량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보내는 ‘러브콜’은 점차 많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2019년에는 맥쿼리가 대성산업가스를 2.5조, 에스티로더가 해브앤비(닥터자르트)를 2조 원대에 인수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보다도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우아한형제들의 대표 서비스, 단연 배달의민족

하지만 배달의민족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소비자들은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잘 키운 스타트업 해외에 팔아버린 격’이라며 심지어는 ‘매국노’라는 표현도 일삼는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 업체가 이번 우아한형제들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한국 스타트업 리스트에서 우아한형제들을 제외해 버리기도 했다.


시장 독점 문제

더 큰 문제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DH의 정체가 밝혀지고 나서부터 시작됐다. DH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국내 2위 배달 앱 요기요와 3위 배달 앱 배달통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배달 앱 시장의 점유율부터 보면, 배달의민족이 55.7%고 요기요가 33.5%, 배달통이 10.8%다. 조금 더 크게 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55.7%,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DH가 44.3%다. 이번 M&A로 사실상 국내 배달 앱 시장은 DH의 독점체제가 됐다.

▲DH는 국내 배달 앱 2위인 요기요와 3위인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다

다가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 승인이 관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은 모두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우아한형제들이 포함돼있는 시장의 범위를 배달 앱으로만 한정할 것인지, 쿠팡과 마켓컬리와 같은 O2O 서비스로 획정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전자라면 엄연한 독점이 되고, 후자라면 합산 점유율이 낮아져 승인 결정이 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이번 매각을 발표하면서 보도자료에 ‘C사’를 언급한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하는 시장의 범위를 쿠팡과 같은 O2O서비스로 볼 수 있을까

배달 앱 시장 성장 둔화

공정위의 결정을 논외로 하더라도, 배달 앱 시장의 독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그로 인한 시장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수치상 100%라는 점유율이 주는 상징성은 이렇게 막연하면서도 일리 있는 추측을 낳는다. 시장을 독점한 기업의 방만은 시장 경제 측면에서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그간 요기요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배달로봇, 마트 배달과 같은 신사업에도 과감히 도전하던 배달의민족이기에 더 그렇다.  

▲배달의민족이 만든 무인식당 '메리고키친'
▲건국대학교 캠퍼스에서 시범 운영 중인 배달로봇 '딜리'

특히 우아한형제들은 2020년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배달 앱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할 기술 개발에도 주저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독일 주식시장에 상장돼있는 DH에 인수됐으니 단숨에 목표를 이룬 셈이 됐다. 우아한형제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던 무인식당, 배달로봇과 같은 사업은 많은 자금이 투여된 만큼 ‘끝’을 볼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의 사업 효율화에 더욱 매진할 것이 자명하다.


소비자 혜택 축소

무엇보다 소비자가 누리던 각종 혜택들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배달 앱 시장 독점으로 인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결과가 되겠다. 그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박빙의 점유율로(1, 2위가 뒤바뀐 적은 없지만) 적당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관계로 비롯된 다양한 혜택이 소비자가 배달 앱을 이용하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던 배달 앱들

그러나 여느 분야에서의 독점의 결과가 늘 그렇듯, 머지않아 ‘반값 쿠폰’과 같은 소비자 혜택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위협적인 경쟁사가 없으니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파격적인 혜택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한편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배달의민족과 같은 플랫폼 업체들은 고객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의 혜택 축소는 없을 것이라 보는 입장도 있긴 있다.

▲요일별 혜택을 제공했던 요기요

수수료 및 배달료 인상

궁극적으로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한 언론사가 진행한 설문조사(시사저널e가 진행한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 인수합병’ 이슈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달 앱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은 이번 우아한형제들 매각을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수료 및 광고비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커지자 김범준 차기 CEO는 “중개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으나, 대부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사장님광장을 통해 입점된 자영업자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수수료 및 광고료가 인상된다면 음식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응답에 한 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수수료 인상이 비단 자영업자만의 부담이 아닌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에 음식 가격을 올리는 것은 여러모로 저항이 크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한 배달료 인상이 가장 유력시되는 것이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배달료 인상이다

결국 ‘고객’을 잡아야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결국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우아한형제들에게 남은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함 심사다. 우아한형제들의 서비스를 어떤 범위에 포함시키느냐가 이번 심사의 관건이 되겠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상황 자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모두를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미 배달의민족은 ‘우리 민족’이 아니게 됐지만, 앞으로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번 매각과 연관지어 논의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아한형제들의 최종 난관은 시장에 종사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이해관계의 마음을 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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