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운수법 개정안으로 존폐 위기에 놓인 타다

조회수 2019. 12. 1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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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의 위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통칭 ‘붉은 깃발법’이라는 법이 있다. 3번에 걸쳐 개정된 이 법은 세계 최초의 교통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의미가 깊은 법인데, 사실 현대에는 교통법의 시초라는 의미보다는 혁신을 가로막는 악법으로 더 유명하다. 1826년 영국에서 사상 최초로 실용화된 자동차가 등장하자, 마차 업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사실상 국가가 마부들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 제정된 법이기 때문이다. 이 법은 마차를 끄는 말이 자동차에 놀라 날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도시의 보행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수가 ‘붉은 깃발’을 들고 마차 앞을 달리면서 자동차를 선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타다금지법'
국토위를 통과하다

보행자 보호라는 명목이 있지만 사실상 이 법은 ‘도시 안에서 증기자동차를 운행하지 말라’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즉, 자동차로 인해 실직하게 될 위기에 처한 마부들의 영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었던 것이다. 붉은 깃발법으로 인해 영국은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상용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타다금지법’이라 볼 수 있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국토위를 통과했다

현재 이 법이 대한민국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타다의 운영사 VCNC의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비판하며 이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SNS에 여객운수법 개정안에 대해 “타다를 사실상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붉은 깃발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타다금지법’이라고 칭하면서 “여론전이나 사실왜곡은 그만하고, 타다금지법 통과를 중단해달라”라고 호소하고 있다. 

▲개정안에 의하면 타다의 사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재웅 대표가 거론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6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통과되었다. 개정안은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차량을 대여하거나 대여, 반납 장소가 항만, 공항일 때만 11인승~15인승 승합차 렌터카에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타다가 시행하고 있는 렌터카, 운전자 알선은 본래는 불법이다. 하지만 이들은 관광 목적일 경우 렌터카와 드라이버를 함께 대여할 수 있는 여객법 시행령의 맹점을 파고들어 변형된 렌터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즉, 이 개정안이 시행되게 된다면 타다의 사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타다를 택시로 보고
이어지는 논의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할 시에 공포 후 시행되며, 시행 유보 1년, 처벌 유예 6개월의 시간이 경과되고 나면 지금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타다에게는 사실상 지금의 형태로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권고가 내려진 것과 같다. 앞으로는 렌터카 및 드라이버 대여 서비스가 아니라, ‘택시 사업자’로 제 역할을 하라는 주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타다는 렌터카가 아니라 ‘플랫폼운송사업자’에 가깝게 해석된다

하지만 타다가 지금의 사업형태를 택시 사업으로 바로 전환시키기에는 그들의 앞을 많은 난관들이 가로막고 있는 상태라는 게 문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들이 지금의 사업 모델을 유지하게 될 경우에는 ‘플랫폼운송사업자’의 사업 유형을 따라야 하는 구조다. 플랫폼운송사업자는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국토교통부는 사업자가 최저 기준에 맞는 차량 대수와 차고지 등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해 허가를 내리게 된다. 또한 플랫폼운송사업자는 향후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 여건 개선, 택시 감차 등에 사용되는 기여금도 납부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VCNC는 지금껏 날선 대립을 이어왔다

개정안의 취지를 보자면, 플랫폼운송사업자의 성격을 법은 택시 업계를 대체하는 새로운 택시 사업자들로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개정안은 정해져 있는 택시 시장의 종사자들이 입을 손해를 최대한 보전하고,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에게 이 부담을 지우는 구조로 짜여있다. 플랫폼운송사업자들이 기존의 택시 사업자들의 면허를 사들이고, 이들의 여건 개선을 위한 비용도 국가와 함께 부담하라는 취지다. 그리고 지금껏 타다가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택시 업계, 그리고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운 것은 이 취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왔기 때문이었다.


타다가 거부하는
제도권의 모습

타다의 주장은 간단하다. 타다라는 서비스를 택시의 연장선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VCNC의 박재욱 대표는 지난 11월 29일, 한 스타트업 행사에서 “(지금의 정책은) 기존의 파이를 서로 뺏겠다고 싸우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면허가 도입되는 등의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라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타다를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변형된 택시 사업’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 12월 8일 입장문을 통해 “타다는 비용 지출이나 법적 자격 등도 없이 규제 밖에서 유상 운송행위를 마음대로 허용하라는 불공정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타다의 혁신적 요소와 서비스를 택시제도권에 도입하겠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개정안은 택시 산업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연일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 타다와 정치권의 주장은 어느 한 쪽이 잘못되었다고 규정짓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재웅 대표는 입증되지도 않은 택시 업계의 손해를 이야기하며 신산업을 규제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정치권은 타다의 불법성과 불공정 논란을 법적으로 보다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속적으로는 타다는 스스로를 택시가 아닌 렌터카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의 논의의 장은 타다가 ‘택시’로 규정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전제하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전제를 바탕에 두고 ‘혁신적인 운송업’을 ‘기존의 낡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를 만큼 오른 개인택시면허 거래가의 부담을 플랫폼 기업이 짊어지는 구조

타다가 택시 사업자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 현재 택시 운송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이에 맞는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또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있다. 반면 타다의 경우에는 규정된 법망에서의 일꾼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이를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중이다(그 프로그램이 기존의 것보다 우수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별개의 문제다). 택시로서의 타다는 이런 면에 있어서 제도권의 편입이 필요한 서비스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제도권 편입을 위해 정치권이 책정한 진입비용이 과연 납득할 만한 수준인가 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시키는 문제

결국은 돈의 문제다. 타다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대당 8,000만 원에 달하는 택시 면허를 사들여야 한다. 이미 타다는 사업의 확장, 시장 선점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의 손실을 내고 있는 서비스다. 이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타다는 지금까지 투여된 비용 이상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 비용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수준이냐면 또 그렇지도 않다. 개인택시면허는 ‘영업권’으로 분류되어 중고차 매매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즉, 부르는 시세가 곧 가격이 된다. 개인택시면허 거래는 금액이 규정된 것도 아닐뿐더러, 세정 당국이 세금조차 걷지 않고 있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발생된, 납득하기 힘든 8,000만 원 이상의 시세를 온전히 플랫폼운송사업자에 물리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

▲규제 샌드박스를 이야기하기에는 규제의 강도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비판이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업자들인 플랫폼운송사업자들이 이러한 부담을 짊어지는 동안, 기존의 택시 사업자들에게서 정치권은 어떤 부담을 지웠을까. 정치권은 신사업에 가혹한 반면 기존의 사업자들에게는 관대하다. 개인면허를 가진 택시 사업자들을 훌륭히 보호했다. 하지만 그 대신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찾는 소비자들을, 그리고 열악한 근무 조건에 있는 법인 택시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결과가 됐다. 기존의 법망으로 규정되지 않는 사업을 고안하고 영업을 통해 규모를 성장시킨 기업이 개선안 발의로 인해 순식간에 범법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표심을 위해 기득권의 손을 들어준 조치는 아니었을지

비록 검찰의 기소로 의도치 않게 속도가 붙어버린 현재의 모양새가 안타깝긴 하지만, 그럼에도 정치권은 타다와 택시 업계의 상생을 위한 보다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더 고민했어야 한다. 지금의 구도는 정치권이 나서서 변화를, 새로운 물결을 애써 부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혹시 시일이 임박한 총선을 겨냥한 성급한 결정은 아니었을지, 기존의 산업 보호를 위해 새로운 시장 창출의 가능성을 희생시킨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지 우려된다. 스타트업 산업에서는 이번 정치권의 조치로 인해 사업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비단 타다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위해 미래를, 스타트업들의 신사업을 희생시키는 결정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길 속에서, 자칫 당리당략에 집중하다 더 큰 것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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