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실검이 찾아왔다, 네이버의 결단

조회수 2019. 12. 1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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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판이 된 실시간 검색어, 해결방안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브라우저를 실행시킨 후 가장 먼저 당신은 뭘 하는가. 아마도 높은 비율의 사람들은 지금 화제가 되는 이슈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할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일과의 하나일 수도 있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가 올해 들어 부쩍 이상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별로 화제가 되지 못한 이벤트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토스, 캐시슬라이드, OK캐시백 등의 플랫폼에서 포털 사이트 검색량 폭증을 유도하는 퀴즈 이벤트를 진행하면서부터였다. 실시간 검색어가 광고판이 되는 문제가 벌어지면서, 최근 네이버가 마침내 벼르던 칼을 뽑아들었다.


광고판이 된 실검,
불거진 논란

‘조작’이나 ‘영업방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토스, 캐시슬라이드 등의 플랫폼에서 퀴즈 이벤트를 통해 벌이고 있는 실시간 검색어 마케팅 말이다. 초성퀴즈 등을 통해서 일정한 키워드로 포털 사이트 검색을 유도하고, 트렌드나 이슈와는 상관이 없는 이벤트나 브랜드가 긴 시간 동안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유발하고 있는 플랫폼들은 이와 같은 실시간 검색어 점령 행위를 상품화해서 광고 상품으로 판매하며 높은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바야흐로 실시간 검색어가 하나의 ‘광고판’이 되고 만 것이다.

▲토스, 캐시슬라이드, OK캐시백 등의 플랫폼이 실검을 쥐락펴락했다

올해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광고 상품의 이슈가 커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실시간 검색어 키워드 분석 결과를 문제시 삼았으며, 문제가 되는 키워드 대부분이 토스에 비용을 지급하고 집행하는 광고 상품이라는 것이 만 천하에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 포털 사이트는 엄밀히 따지자면 언론매체는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실시간 검색어 광고 상품을 자본에 점령당한 매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졌으며, 이로 인해 불거지는 문제들의 심각성이 심도 있게 토론됐다.

▲사람들은 이용률이 높은 실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실시간 검색어 광고 상품의 주된 타깃인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의 입을 통해 실제로 이들이 느끼는 심각성을 이야기함과 함께, 빠르게 본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임을 밝혔다. 발 빠르게 네이버는 10월 31일부터는 로그인한 이용자에 한해 연령대에 맞는 실시간 검색어 차트가 제공되는 식으로 사이트의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거센 비판에 마주한 실시간 검색어 조작의 주체,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도 행운퀴즈 이벤트를 축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리고 네이버를 통해 지난 11월 28일 실제적인 조치가 마침내 이뤄졌다.


사람들은 여전히
실검을 찾는다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시간 검색어 랭킹의 매체력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실시간 검색어는 기능적으로는 단순히 그 사이트에서 폭증하는 검색어를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통해 사람들은 현재의 트렌드를 읽고, 다른 이들의 관심사를 추론한다. 대세를 판단하고 때로는 옳고 그름을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결정하기도 한다. 작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성인남녀 1,0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9.5%는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뉴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10명 중 7명은 실시간 검색어가 자신의 뉴스 소비 행태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검 조작은 광고 상품으로 패키징돼 절찬리에 판매됐다

단순한 하나의 기능으로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실검은 국정감사 시즌마다 정치권의 주된 이슈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네이버 실검에 굉장히 민감하다. 단순히 정치인 개개인들에 대한 루머 혹은 비판적 여론을 꺼리는 반응이기도 하고, 포털 사이트 검색어가 정치공방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일을 경계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실검 다툼은 실시간 검색어가 가지고 있는 매체력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실검은 매체로 활용됐다

매번 반복되는 지적에 포털 사이트들은 실시간 검색 기능을 계속 강화해 왔다. 외부에서의 트래픽 공격에 조작되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수시로 변경하고, 노출되는 키워드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그리고 기술 고도화를 통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강화한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직접 수십만 명의 사람이 개입해서 입력하는 키워드의 공격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다른 플랫폼이 임의로 폭증시키는 키워드는 포털 사이트의 입장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입력한, 분명히 행위가 존재하는 키워드다. 이를 포털 사이트가 판단해 임의적으로 제재할 시에는 오히려 포털 사이트 측이 검색어를 조작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고 만 것이다.


칼을 뽑은 네이버, 리요

포털 사이트의 지금까지의 성장에 실시간 검색어도 분명히 한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트렌드를 알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이들의 트래픽으로 포털 사이트는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포털 사이트 입장에서 실시간 검색어는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로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 행태는 갈수록 개인화되고 있다. 유튜브나 구글은 현재의 트렌드보다는 이용자 개개인의 관심사에 집중해 콘텐츠를 펼쳐 보여주며, 사람들도 유튜브식의 콘텐츠 큐레이션에 익숙해져 있다.

▲네이버는 꾸준히 연구한 인공지능을 실시간 검색어에 접목시킬 계획을 밝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시간 검색어가 사회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지난 11월 25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포럼을 통해 공개한 실시간 검색어의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대다수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폐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르면 ‘실검 서비스를 폐지해야 한다’, ‘여론을 왜곡하므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라는 응답은 설문조사 중간값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다양한 항목에 대한 인식조사의 결과로 응답자들은 ‘적시성’, ‘유용성’, ‘즐거움’, ‘신뢰성’, ‘긍정성’ 등의 측면에서 실시간 검색어의 효용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실시간 검색어에 적용된 RIYO

외부의 비판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반면, 서비스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중요성은 해가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다. 폐지하자니 이용자들은 실검의 사회적인 순기능과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주목도는 줄었다 해도 여전히 실검은 해외 서비스들에 비해 국내 포털이 갖는 킬러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여러모로 고민스러운 상황에 놓인 네이버, 카카오 등의 포털 사이트 입장에서는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더 바라고 있던 상황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껏 손을 대기 어려웠던 실시간 검색어의 알고리즘을,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진 지금을 등에 업고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으니 말이다. 기회를 살려 네이버가 11월 28일 실시간 검색어에 새로운 검색어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들이 적용한 것은 인공지능 기반의 검색어 추천 시스템으로, 네이버는 여기에 ‘리요(RIYO, Rank It YOurself)’라는 이름을 붙였다.


개인화된 실검,
진화의 촉매가 되길

리요는 검색어와 주제 카테고리의 연관성을 분석한 후, 개인별로 설정된 기준에 맞춰서 급상승 검색어 차트 노출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리요와 같은 형식의 개편은 지난 11월 1일 네이버 공식 블로그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서 이미 예고된 바 있는데, 당시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각 이용자가 자신의 관심에 따라 급상승 검색어 구성을 다르게 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식으로 개편 방향이 설명됐다. 그리고 실제 나타난 결과물 또한 네이버의 설명에 부합하고 있다.

▲개개인의 필터 설정을 통해, 이제 실검 랭킹을 개인화시킬 수 있다

리요를 통해 실검 광고 상품의 ‘이벤트, 할인’ 정보의 노출 정도를 개인별로 조절할 수 있는 필터가 적용됐다. 또한 유사한 이슈로 상승한 다수의 검색어는 하나로 묶여 ‘이슈별 묶어보기’를 할 수 있는 옵션도 적용됐다. 누군가에게는 '공해'지만 또 누군가에게 이벤트, 할인 검색어는 '유용한 정보'일 수 있다. 이러한 이용자들을 위해 이벤트, 할인 필터를 약하게 설정한 이용자들은 이제 급상승 정도가 낮은 정보라도 빼놓지 않고 차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이벤트 정보에 관심이 없는 이용자는 필터를 강하게 설정해, 급상승 정도가 아주 높은 정도만 자신의 개인 차트에 반영이 된다. 말 그대로 동일한 차트가 아니라, 사용자 개인의 취향과 관심도를 반영한 차별화된 차트가 제공되는 것이다. 향후 네이버는 리요 적용 영역을 이벤트, 할인에서 시사, 스포츠, 연예 등 다양한 주제군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카카오도 현재 실검과 댓글 시스템 개선에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 11월 25일 카카오는 카카오톡 샵탭에서 중앙에 자리하고 있던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폐지했으며, 이어 같은 달 31일에는 연예 섹션 뉴스에 댓글창을 없앤 바 있다.

▲금번 논란을 변화, 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

앞서 이야기한 설문조사의 결과로, 응답자들은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규제에 부정적 인식을 내비친 바 있다. 실검 규제의 대상으로 정부나 제3의 민간기구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이용자는 38%였던 반면, 포털 서비스 사업자 스스로 규제하거나 아예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이의 비율은 과반을 넘는 62%였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차트는 최근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이며, 또 전면적 폐지를 바라고 있지 않은 콘텐츠다. 부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삼아, 한 단계 더 나은 서비스로 실검이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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