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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유튜버들이 몰락하는 이유

조회수 2019. 11. 1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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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1세대, 현재와 미래는?

2018년 9월, 배우 신세경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개인의 일상사를 스스로 편집해 영상으로 올리는 본 채널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2주 만에 채널 구독자 수는 10만 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11월의 시점에서는 7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채널 개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었다. 얼리어답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녀의 유튜브 채널 개설은 ‘골목상권 침해’, 혹은 ‘생태계 파괴’라는 식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편당 억대 출연료를 받는 주연급 여배우의 유튜브 채널 개설은 흔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피드백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중들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존 생산자들이 조성한 시장을 ‘골목상권’, 혹은 ‘그들만의 생태계’로 봤다는 점이다.


‘진짜가 나타났다?’
그전의 콘텐츠는
그럼 가짜인가

올해의 시점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은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신세경 이후로 많은 주연급 배우, 특급 연예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충무로에서 높은 위상을 자랑하는 배우 하정우는 ‘걷기 학교’라는 채널을 개설해 소속사 차원에서 소속 배우들과 그 자신의 활동을 홍보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펭수라는 캐릭터로 유명한 채널 ‘자이언트 펭TV’는 공중파 채널인 EBS의 새로운 수익 창구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올해 사장직을 맡은 김명중 EBS 사장이 내건 실적 개선의 물꼬를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채널이 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 배우 신세경이 자신의 채널을 개설할 때와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다른 것이다.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직접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채널을 개설한 배우 신세경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신세경 유튜브 채널을 바라보는 이들은 그전까지의 유튜브 시장을 골목상권, 혹은 그들만의 생태계로 칭했다. ‘진짜 연예인’이 등장하면 곧 평정될 시장으로 바라봤던 것이다. 실제로 요식업 사업가인 백종원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자 1시간 만에 10만 구독자, 개설 12시간 만에 60만 명, 첫 영상 업로드 후 이틀도 지나지 않아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백종원 유튜브 채널은 개설 3주 만에 200만 구독자를 돌파했으며, 현재는 3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튜브 실버 버튼과 골드 버튼을 한 날에 함께 받은 사업가, 백종원

백종원 유튜브 개설 때도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고만고만한 요리 콘텐츠, 먹방 유튜버들이 경쟁하는 시장에 ‘진짜’가 나타났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이러한 반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구독자의 수를 통해 사실로 입증됐다. 작년을 기점으로 대형 콘텐츠 제작사들이 본격적으로 유튜브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연예인은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국, 콘텐츠 제작 전문 대형 기업들이 점차 많아졌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아프리카TV를 기점으로 삼아온 1인 방송국들이 시장의 선두에 서 있던 것이, 이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플랫폼을 선점한
유튜버 1세대들의 성공

이전까지 유튜브라는 일종의 뉴미디어를 지배하고 있던, 그리고 대중들에게도 ‘유튜버’로 이름을 알리던 대부분의 콘텐츠 제작자들은 아프리카TV에 뿌리를 둔 ‘BJ’들이었다. 대도서관, 밴쯔, 회사원A 등 본래 아프리카TV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던 이들이 유튜브로 둥지를 옮기면서, 시장에서는 이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시장이 형성됐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 혹은 그에 준하는 연예 사무소가 가세하면서 방송의 품질을 올리고 제작과정을 바꾼 이들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 대부분은 ‘메이저’가 아닌 1인 방송국 중심의 ‘인디’ 제작자들이었다. 또한 제작자들과 이들의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 또한 기본적인 정서를 인디 콘텐츠의 기반인 ‘친숙함’, ‘실수조차도 재미가 되는’, ‘트렌디한 B급 정서’에 두고 있었다.

▲유튜버 1세대들을 모아 성공을 거둔 CJ ENM의 다이아TV

하지만 어느새 유튜브가 공중파 TV를 위협하는 시대가 됐다. 사람들은 TV 앞에 앉아서 제공되는 콘텐츠를 보기보다 유튜브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직접 찾아보고 있다. 기존의 방송권력을 쥐고 있던 방송사들조차도 이제는 유튜브로 떠나는 이들을 품어내기 위해, 자신들의 방송사 전용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국이다. 유튜브는 이제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고 즐기는 서브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 제공자와 이용자들 모두에게 TV 이상의 ‘메인 플랫폼’이 돼 버렸다.

▲MBC의 ‘놀면뭐하니’는 유튜브로 파일럿 에피소드를 송출해 주목을 받았다

유튜브가 우리나라에서 성장하면서, 기존에 자리를 잡고 있던 크리에이터들은 부와 명예를 순식간에 거머쥐었다. 누군가는 짜왕 컵라면을 요리해 먹는 아이의 동영상으로 농심보다도 더 많은 돈을 벌었고, 또 누군가는 자신들의 뒤를 쫓는 이들을 위한 책을 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했다. 방송국들은 발 빠르게 크리에이터들을 자신들의 시스템 안에 흡수시켰고, 일부 케이블TV 방송국은 유튜버의 동영상을 그대로 자신들의 채널에서 방영하기도 했다. 그렇게 유튜브는 우리나라 제1의 플랫폼이 됐고, ‘유튜버 1세대’들은 성공했다.


달라진 시장,
그대로인 유튜버 1세대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형 방송국들도 이제는 유튜브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또 순응하는 추세다. 방송국들은 앞다퉈 자신들의 콘텐츠를 편집해 유튜브에 내보내고 있으며, 또 이를 통해 방송 시장에서의 성공을 재현하고 있다. 동물농장의 콘텐츠는 ‘애니멀봐’가 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백종원 유튜브 채널에서는 관련영상으로 SBS에서 직접 편집해 올린 골목식당 클립이 연달아 노출되며 조회수를 높이고 있다. 어느 한 팬이 제작한 아이돌 그룹의 무대 라이브 교차편집 영상이 주목을 받으니, 이제는 방송국에서 직접 자사의 라이브 영상을 편집해 동일한 포맷으로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중이다. 단순히 기존의 영상들을 활용한 것들만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JTBC의 경우에는 유튜브 전용 콘텐츠로 제작된 ‘와썹맨’, ‘워크맨’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며, 클립 출연진의 입을 빌려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인증하기도 했다.

▲구독자 330만 명을 넘어선 JTBC 제작 유튜브 콘텐츠, 워크맨

‘진짜’들의 공세에 그렇다면 ‘유튜버 1세대’들은 현재 어떤 상황을 맞고 있을까. 몇몇 성공에 도취된, 준비되지 않은 유튜버들은 사회적인 물의를 빚고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 상태다. 시청자들에게 ‘싫으면 보지 말라’고 설교하던 유튜버는 떨어져 나가는 구독자 수에 직면하고 사과해야 했고, 자기의 이름을 건 상품을 유통하던 어느 유튜버는 광고에 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물의를 빚고 몰락한 유튜버 1세대의 이름 몇몇은 굳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모두의 머릿속에 금방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다

모든 유튜버 1세대들이 몰락한 것도 아니고, 또 물의를 빚은 유튜버들이 바로 자취를 감춘 것은 또 아니다. 1인 미디어 업계의 선두주자인 대도서관은 지난 4월 생방송에 지각한 후 시청자들을 힐난하며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18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안티가 없다시피 했던 밴쯔는 검찰 기소 이후에 다소 경솔한 대응이었던 ‘악플읽기’ 영상을 송출하며 비난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27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유지하는 중이다. 하지만 구독자와는 별개로, 이들이 최근 업로드한 영상의 평균 조회수는 이전보다 많이 낮아져 있는 상태다.


플랫폼이 커지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

시장을 이미 선점하고 있던 이들이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그리고 그렇게 확장된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시간이 지나 도태되는 현상은 그리 낯설지 않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스마트폰 앱 게임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혁명이 촉발됐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용 게임을 찾았지만, 이전까지 패키지,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사업자들은 새로운 시장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초창기의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는 ‘앵그리버드’나 ‘애니팡’, 페이스북 소셜 게임 ‘팜빌’ 같은 게임들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플랫폼의 변화를 메이저 게임사들이 인정하고 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과거 같은 소규모의, 아이디어 기반의 미니 게임들의 성공 가능성은 시장 초기와는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져 있다. 지금 앱 게임 매출순위에서 애니팡은 자취를 감췄으며, 팜빌 제작사 징가는 이후에 성공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다

현재의 유튜버 1세대들 또한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제는 앱스토어에서 1인 개발자와 대규모 게임사가 경쟁하듯, 1인 미디어와 대규모 콘텐츠 제작사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펼치는 곳이 돼버렸다. 이용자들의 눈높이도 유튜브를 ‘우리끼리 공감하는 플랫폼’으로 보던 때와는 달라졌다. 이제 시청자들은 TV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편집 기술을 1인 미디어의 콘텐츠와 비교하고, 이 기준점에 도달하지 못한 콘텐츠들은 쉽사리 B급 콘텐츠로 치부한다. 이제 유튜버는 연예인처럼 ‘아무나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모두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완성도로는 콘텐츠의 질을 평가받기도 전에 절하되고 또 도태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한, 유튜브 플랫폼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

이런 상황 속에서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콘텐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지 못한 유튜버가 정체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물의를 빚을 경우에 쉽사리 도태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때는 타임지에서 선정한 50대 비디오 게임으로도 꼽혔던 앵그리버드 시리즈조차도, 이제는 아무리 로비오엔터테인먼트가 참신함으로 무장한 신작을 내놓아도 과거처럼 주목을 받지 못한다. 플랫폼의 발전에 따라 수반되는 콘텐츠의 발전, 그리고 대규모 자본의 유입은 유튜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으며, 과거의 영광에 만족하며 발전하지 못하는 이들이 도태되는 현상 또한 우리가 수차례 봐왔던 익숙한 풍경이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고 있는 대다수의 유튜버 1세대들이 도태되고 몰락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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