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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제 TV를 보지 않는다? 재편되는 미디어 시장

조회수 2019. 10. 3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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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산업의 현재와 미래

국내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9년 작품 ‘1Q84’에는 일본 공영방송사인 NHK의 방송수신료 수금원 아들인 ‘덴고’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일본은 방송법 제64조에 따라 NHK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수신 설비를 설치한 자에 대해 매월 수신료를 납부할 부담을 지운다. 하지만 이는 의무가 아니기에, NHK가 위탁 업체를 통해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수신료 수금원은 일본 내에서도 ‘퇴치’의 대상으로 칭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소설 또한 주변에서의 시선이 좋지 않은 수금원 아버지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심리를 주된 소재로 삼고 있다.

▲N스크린과 OTT의 시대, 미디어 시장은 재편되고 있다

KBS 수신료를 내지 않는
이들이 는다

공영방송사가 국민을 대상으로 수신료를 징수하는 것은 비단 일본만의 일은 아니다. 공영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수신료를 징수하며, 우리나라 또한 방송법 제64조(일본과 동일)를 근거로 KBS가 그 행위를 하고 있다. 작년 기준 KBS 수신료는 6,595억 원이었으며, 이것을 위탁해 징수를 대행하는 한전에 KBS는 매년 320억 원의 징수 위탁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렇게 징수된 수신료는 KBS TV와 라디오 등에 사용되며, 방송법시행령 제49조의 규정에 따라 매년 3%를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재원으로 직접 지원하고 있다.

▲TV 방송을 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내야 하는 ‘방송 수신료’

KBS의 기본 운영계획에 따르면 방송수신료는 2018년도 수입예산의 43.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광고수입(26.7%)보다도 더 큰, KBS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서 KBS 수신료의 환불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KBS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5년 동안 KBS 수신료 환불 관련 민원 접수는 140여만 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환불된 사례도 10만 5천여 건이었다.

▲방송 수신료를 내지 않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수신료 환불처리는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2015년 1만 6,238건에서 작년에는 3만 5,531건으로 증가했다. KBS는 “수신료 환불은 수신료를 내던 가구가 전출 시 수상기 등록변경 신고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며, “2018년 이후 건수가 증가한 것은 2017년 9월부터 환불 기준이 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더 납득이 가는 답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TV를 보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이다.


TV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서비스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 절반이 넘는 55.1%의 응답자가 ‘TV로 방송을 시청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일 항목에 대한 지난 2015년의 응답은 38%였으니,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TV 채널 방송을 직접 시청하는 비중(62.1%)이 여전히 다시보기 방식(30.4%)보다 앞서지만, 해가 지날수록 TV 본방을 사수하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북미권에서 시작된 유선방송 해지, 즉 코드컷팅 현상이 국내에서도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TV를 전혀 시청하지 않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으니, 당연히 수신료에 대한 환불 건도 많아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환불 기준 완화’라는 KBS의 해명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제 사람들에게 TV로 방송을 본다는 행위는 보편적이지만 당연하지는 않은 것이 됐다.

▲TV로 공중파, 케이블 방송이 아닌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태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TV를 보지 않으므로 미디어를 전혀 감상하고 있지 않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엄연한 대안이 존재한다. TV 방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유튜브’고, 나머지 하나는 ‘OTT 서비스’다. 유튜브가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방송, 드라마 등을 손쉽게 시청할 수 있는 OTT 서비스 가입자도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살펴보자면, 전체 응답자의 97.4%는 OTT 서비스를 인지하고 있으며 73.4%는 이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OTT 서비스를 인지하고 있으며, 또 실제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향도 높다는 것이다.

▲코드컷팅 현상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또한 전체의 84.2%는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언제든지 볼 수 있어 좋을 것이라 응답했으며, OTT 서비스로 시청자의 볼 권리가 더욱 보장될 것이라 응답한 이용자도 70%를 넘는다. 그렇다면 과연 OTT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또 가입자도 늘어나게 돼서, 종국적으로 OTT 서비스가 유선방송 가입자들을 추월하게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게 될까.


C-N-P-D 생태계 속에서
P를 찾아

시장에서는 지금의 방송사와 같은 지위를 향후 OTT 서비스 운영사들이 꿰차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디즈니, 그리고 국내 서비스인 웨이브 모두, 마치 방송사들처럼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넷플릭스는 전 세계 각 국가에서 콘텐츠 제작을 위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디즈니 또한 마블 IP의 콘텐츠 다수를 디즈니 플러스 독점 콘텐츠로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웨이브도 콘텐츠 제작에 4년 동안 3천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투자를 통해 콘텐츠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인다면, 결국 이들은 방송 미디어를 마침내 지배하게 될 것이다. 지금껏 지상파 방송사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OTT 서비스사들은 경쟁적으로 콘텐츠에 투자하는 중

C-P-N-D 생태계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의 알파벳들은 각각 콘텐츠(C), 플랫폼(P), 네트워크(N), 디바이스(D)를 뜻한다. CPND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디어 산업에서, 앞서 이야기한 공격적 투자 사례는 ‘C’와 ‘P’의 관계가 더욱 강화되는 움직임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콘텐츠를 지배한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이 움직여 코드컷팅 현상이 가속화되면, 이는 곧 방송사의 주된 수익원인 수신료(KBS 한정)와 광고료 하락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렇기에 현재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 방송사들은 지금 CPND 생태계로의 진입을 치열하게 꾀하고 있다.

▲C-P-N-D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SK텔레콤과 손을 잡은 공중파 3사

방송사들은 자존심을 버리고 현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유튜브 전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P’가 없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CPND 생태계 안에서 C만 가지고 있는 방송사들이 ‘N’과 ‘D’를 잡고 있는 SK텔레콤과 함께 만들어낸 ‘P’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기존의 방송국의 권력(플랫폼)은 TV 채널이었다. 하지만 지금 지상파 3사가 힘을 합쳐 출범시킨 웨이브는 자신들보다 후순위 채널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들인 CJ ENM과 JTBC의 합동 OTT 서비스 등과 동등한 위치에서 정면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플랫폼 경쟁의 시대,
미디어 권력은 이동하고
있다

이제 살펴봐야 할 분야는 ‘광고 매출’이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입장에서 TV 방송이라는 매체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넓은 커버리지를 확보하고 있는 미디어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매일 시청하고 있는 매체는 이제는 TV가 아닌 ‘유튜브’다. 당연히 보다 많은 이들에게 브랜드를 노출시켜야 하는 사업자들의 입장에서도 자사 브랜드, 상품을 알리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매체로 현재는 유튜브가 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구글 계정과 서비스 사용 이력을 바탕으로 보다 정밀하게 광고 타겟팅이 가능한 매체, 유튜브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는 정확한 타겟팅이 가능한 매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TV 매체는 시청률을 기반으로 광고의 노출량을 추측하고, 콘텐츠의 제작 의도와 시간대를 고려해 그에 맞춰 광고를 단순 노출시키는 것만 가능했다. 당연히 이러한 광고 방식은 그 효과를 계측하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유튜브는 IT 정보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IT 카테고리의 광고를, 뷰티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뷰티 상품 광고를 선택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노출되는 광고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는 직접 URL 링크를 클릭하는 등의 ‘액션’을 취하는 것도 된다. 유튜브의 광고 노출량은 매시간마다 리포팅되고 직접적인 액션을 취한 사람 수도 기록이 되며, 이를 통해 얼마만큼의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를 비교적 정확하게 계측할 수 있다. 시장에 풀린 광고비는 경제규모의 증가에 따라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작년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 매출은 작년 총 1,115억 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반면 유튜브 광고 매출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디어 권력은 이제 방송사에서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유튜브 천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콘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매체가 나타날 경우, 빠르게 유튜브는 그 힘을 잃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재생횟수만 보장이 되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단순히 한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전 지역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는 확고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다만 이 매체는 트위치, 아프리카TV 등의 유사한 서비스들에 비해 재생횟수 대비 수익의 비중이 가장 적다는 맹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다만 그 적은 객단가를 압도적인 이용자 수로 커버하고 있을 뿐이다. 당분간은 유튜브를 위협할 수 있는 플랫폼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행태와 제작자들의 동향에 따라 이들을 넘어설 수 있는 플랫폼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영원할 것 같았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쇠락과 새로운 플랫폼의 등극, 그리고 이들이 새로운 ‘권력’이 돼 가는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 이제 방송사들이 쥐고 있던 미디어 권력은 앞으로 OTT 서비스, 그리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플랫폼’을 선도하는 이들에게 주어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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