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불참으로 살펴본 지스타의 위기

조회수 2019. 10. 1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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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지스타의 위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 쇼를 꼽으라면 대부분 지스타를 이야기할 것이다. 지스타는 2005년 KAMEX에서 이어받아 일산에서 개최되다가 2009년 부산으로 옮겨가 성공한 뒤, 이후로 계속해서 부산에서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2019 지스타를 2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리 좋지 않다. 8월 초 지스타의 단골손님이었던 넥슨이 불참하기로 선언한 것이다. 지스타로 명칭이 변경된 이후 14년 동안 빠짐없이 참여해왔던 넥슨의 불참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공식적으로는 "개발 및 서비스 중인 자사 게임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최근 넥슨 게임이 부진한 영향 때문에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엔씨소프트도 3년 연속 불참을 확정 지음에 따라, 2019 지스타에 참가가 확정된 국내 대형 게임 제작사는 넷마블밖에 남지 않았다. 지스타의 악재는 넥슨의 불참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번 지스타는 11월 25일과 26일 개최되는 아세안 정상회의로 인해, 벡스코 본관 컨벤션홀이 사전 통제된다고 밝혔다. 공간 축소가 예정된 상태인데, 2014년에도 아세안 정상회의와 겹쳤던 점을 지적하며 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2019년 지스타가 겪고 있는 위기와 더불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검토하고자 한다.


PlayX4의 약진, 그리고 제작사 쇼케이스의 등장

사실 넥슨의 불참과 지스타를 둘러싼 위기는 좀 더 근원적인 위기를 건드리고 있다. 지스타의 라이벌로 꼽히는 PlayX4가 2016년부터 공격적으로 세를 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PlayX4는 지스타가 부산으로 옮겨간 뒤 한동안 사라졌던 일산 게임쇼의 전통을 잇고 있었기에, 수도권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2017년 동인 온리전과 컨버전스 개념을 포괄한 방식으로 변화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대중 친화적인 행사에서도 충실히 준비하면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2019년 PlayX4는 그 점에서 지스타에 연연하지 않아도 독자적인 수도권 기반 게임 쇼가 정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PlayX4가 현 지스타급으로 성장할지는 향후 전개에 따라 달려있으나, 대체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지스타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할 것이다.

▲2017년부터 급속도로 주목받기 시작한 PlayX4

또 다른 이유로는, 게임 쇼라는 포맷 자체가 게임 회사에는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 있다. 이는 지스타뿐만 아니라, E3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더 이상 게임 쇼를 거치지 않고도 유튜브나 트위치 같은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한 동영상 사이트로 직접 소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닌텐도가 있다. 닌텐도는 2010년대 중반부터 지스타나 PlayX4, E3 같은 게임 쇼 참가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며 자체적인 쇼케이스 행사인 닌텐도 다이렉트에 집중하고 있다. 닌텐도 다이렉트는 2011년 처음 시작하면서 굉장한 주목을 받았으며, 닌텐도 마니아들 역시 닌텐도 다이렉트 일자가 언제 발표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플랫폼 홀더의 게임 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닌텐도 다이렉트를 비롯한 독자적인 게임 쇼케이스 행사도 위축에 영향을 줬다

닌텐도 다이렉트에 영감을 받아 소니나 엑스박스 역시 자체적인 쇼케이스 행사를 발족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이 이어진 결과, 2019년 E3엔 소니가 참석하지 않았다. 비록 E3를 제외한 타국 게임 쇼에서는 여전히 참석하고 있지만, 큰 기조나 발표는 소니 자체가 만든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중심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자체적인 쇼케이스뿐만 아니라 동영상 사이트를 통한 인터넷 스트리밍이나 홍보 영상 공개는 이제 매우 대중적인 홍보 도구로 자리 잡게 되었다. 비록 넥슨은 아직 이런 별도의 행사를 발족하지 않았지만, 게임 쇼에 참여하지 않아도 홍보 면에서 크게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스트리머 행사로 전환인가, 게임 콘텐츠의 충실함인가

▲트위치나 아프리카,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이 확실히 대세로 떠올랐다

최근 게임 쇼 행사에서 스트리머 비중이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닌텐도 다이렉트나 대형 콘솔 회사의 쇼케이스에서는 스트리머들은 중심이 아닌 부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머 페스티발이라는 점에서는 독자적인 게임 쇼들은 아직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18 지스타 역시 트위치와 아프리카라는 한국 내 대형 스트리밍 회사를 이끌어들인 데다, 스트리머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한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반응은 성공적이며 유입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에 따라 토크쇼나 팬미팅 같은 게임 외적인 쇼들의 비중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반대로 스트리머 팬이 아닌 사람은 굳이 게임 쇼에 갈 필요가 없다는 약점도 생겼다. 지스타가 한국 내에서는 큰 행사이긴 하지만, 페니 아케이드 엑스포나 차이나조이 수준으로 해외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상술했듯이 지스타는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인지라, 부산 근처에 사는 게이머가 아닌 이상 부담감이 있다는 점도 스트리머 팬이 아닌 게이머들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시되는 게임 콘텐츠가 특출난 게 없는데, 스트리머 보러 부산으로 내려갈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게다가 상술한 PlayX4 역시 이런 지스타의 약점을 정확히 노리고 있다. 요컨대 스트리머 페스티벌로서 강점을 노리는가, 아니면 정체성을 강화하는가라는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스타 앞에 놓인 갈림길

▲과연 지스타는 어떤 행사가 될 것인지 중요한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넥슨이 계속해서 지스타에 참석하지 않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해진 점은 있다. 경쟁자 없이 전성기를 누렸던 지스타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는 점은 확실하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놓은 지스타의 명성으로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물결은 곧 거세게 부닥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과 같은 게임 전시회는 사라지고, 콘솔 제조사의 쇼케이스와 스트리머 페스티벌만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스타의 위기는 어쩌면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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