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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새로운 가구를 장만하려고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마음에 드는 가구를 발견해 줄자로 가구의 크기를 가늠해보았는데, 집에 있던 줄자의 길이가 1.5m밖에 되지 않아 가구의 크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었다. 결국 짧은 줄자로 어찌어찌 측정을 했는데, 혼자 측정을 하면서 휴대폰 메모장에 측정값을 받아 적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지금, 이토록 아날로그한 방법으로 길이 측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뭔가 불합리하게 느껴져 열심히 검색을 해봤는데, 한 스타트업이 만든 스마트 줄자가 눈에 들어왔다. 원주율 기호 'π'에서 이름을 따온 스마트 줄자 '파이'와 이를 탄생시킨 베이글랩스의 이야기다.

우선 베이글랩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길이는 사물의 상태를 표시하는 기본 단위계 중 하나이다. 그런데 아직도 길이 측정 행위는 눈금이 있는 줄자를 사용해 눈금을 보고 별도의 노트에 기재한 다음, 전산화 작업 등을 통해 디지털화시켜 공유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에 베이글랩스는 길이 측정 행위를 보다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단순히 길이 측정뿐만 아니라 측정된 길이를 편리하게 활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치 및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베이글랩스를 창업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창업 전에는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분야의 연구를 하는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이후 대기업에서 약 4년여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아무래도 기계공학 및 관련 분야의 연구원이다 보니 실험 장비를 스스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도면화에 대한 작업을 많이 했고, 자연스레 줄자를 사용하는 분야와 친해지게 되었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 2015년 실리콘밸리 발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한 사례들이 연일 보도됐고,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접한 나는 스타트업 창업에 대해 막연히 꿈꿔왔다. 그러던 와중에 사물의 상태를 표시하는 기본 단위계인 길이를 측정하고 활용하는 행위를 혁신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수개월간의 고민 끝에 ‘이 아이디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베이글랩스의 구성원은 각각 어떤 일을 맡고 있나

베이글랩스는 총 15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길이 측정 장치를 직접 만드는 하드웨어 개발팀과 측정된 길이를 앱 또는 솔루션을 통해 이용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팀, 각 제품 및 솔루션을 판매하는 영업팀, 회사의 전반적인 계획을 그려나가는 경영기획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베이글랩스의 ‘파이’는 어떤 제품인가

‘파이’는 1세대 스마트 줄자 ‘베이글’에 이은 제품으로, 기존 줄자처럼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눈금이 디지털로 출력되는 스마트 줄자이다. 1세대 줄자인 베이글보다 정확도와 사용성이 현저하게 개선되었으며, 헬스케어 및 패션 분야 종사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 및 설계되었다.

제품을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는

베이글 출시 이후,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의외로 건축분야가 아닌 헬스케어 및 패션 분야에서 길이를 반복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하고, 활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고객의 구체적인 사용 시나리오를 산업별로 조사했고, 직선 길이는 물론 둘레 측정까지 편리하게 할 수 있는 2세대 스마트 줄자 파이를 만들게 되었다. 파이라는 이름은 원주율 기호인 ‘π’에서 따왔다.

사용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선 길이 또는 둘레를 측정하고 싶은 곳에 줄자를 걸고, 버튼을 클릭하면 앱에 측정값이 전송된다. 이에 일반 소비자들은 파이를 다이어트용 스마트 줄자로 사용해 체지방률의 변화를 예측하고 있으며, 패션업계에서는 의류의 사이즈를 반복적으로 측정 및 기록하는 사이즈 실측 과정에서 파이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다.

주 타깃은 누구인가

먼저 헬스케어 분야로는 다이어트 및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은 일반 소비자, 피트니스 또는 필라테스 강사 등이 우리의 주요 타깃이다. 파이는 각 신체 부위의 둘레 측정이 가능해 해당 부위의 근육 및 지방 증감을 파악할 수 있으며, 특히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를 측정할 경우 체지방률과 복부비만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비만학회를 비롯한 만성질환 의료 전문가에 따르면 허리둘레 및 허벅지 둘레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하는데, 우리의 제품 및 솔루션들이 이러한 건강 정보를 자동으로 획득하고 디지털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기라고 하니, 평소 건강관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사용해보시길 권한다(웃음). 또한 패션 분야로는 패션 유통사, 의류 제조사, 재단사 등을 중심으로 우리의 제품 및 솔루션이 도입되어 반복적인 측정 및 기록을 자동화하는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파이’로 기대하는 효과가 있다면

먼저 헬스케어 분야로는 소비자들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해 온라인상에 편리하게 저장해두어 향후에는 이를 패션 쇼핑에 접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용자 확보 및 관련 데이터 서비스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아울러 패션 업계의 사용 용도와 같이 반복 측정 및 길이와 관련해서는 산업별 수요에 맞는 측정 기기를 만들어 데이터 추출 및 협업이 간단한 솔루션을 구축할 예정이다.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요즘 SNS를 중심으로 ‘눈바디(체지방 분석 등의 인바디가 아닌 사진 등으로 신체를 찍어 체형을 관리하는 방법)’가 유행하고 있는데, 최근 이러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우리 제품이 입소문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또한 스마트 줄자 파이가 대한팔씨름연맹의 공식 줄자로 지정되어 팔씨름 선수들의 팔뚝 굵기를 측정하고, 팔뚝 둘레를 고지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단일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른 색상이 추가될 가능성은

아직은 단일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향후에는 고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색상의 줄자를 출시할 계획이다.

개발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길이 측정 장치의 생명은 정확도이다. 우리는 정확도 확보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 과정에서 20건이 넘는 국내 기술특허와 50건에 육박하는 해외 기술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다만 측정값-앱 연동 인터페이스에서 우리가 참고할만한 좋은 레퍼런스 사례가 많지 않아 이를 유저 경험상에서 매끄럽게 연결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창업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2세대 스마트 줄자 파이의 원천 기술을 확보한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줄자의 인입 속도에 따른 오차가 매번 발생했는데, 늦은 시간 연구원들과 함께 해당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검증했을 때의 기쁨을 잊을 수가 없다.

베이글랩스의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

줄자계의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파이를 ‘참신하고 편리한 줄자’로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측정된 값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다양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특히 현재 주력하는 산업은 패션 산업인데, 올 하반기에는 패션과 관련된 서비스를 처음으로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웃음).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는 과정은 성공과 실패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인생의 교훈은 무궁무진하다. 지금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혹시 내가 이 사업을 했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하기보다는, 존재하지 않는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생각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도전하지 않은 자는 성취할 수 없지만, 도전한 자는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베이글랩스는 길이 측정의 혁신이 소비자에게 어떠한 즐거움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출시할 제품 및 서비스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임직원 프로필: 주요 구성원의 간략한 프로필

박수홍

前) 기계공학박사

現) 베이글랩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