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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손해 새벽배송, 적자 벗어날 수 있을까

조회수 2019. 10. 10. 14: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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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속 새벽배송은 이대로 좋을까?

배달음식 분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우아한형제들의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음식과 배달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이들이 실패할 것이라는 점을 상상하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을 배달, 배송받을 수 있는 곳으로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릴 서비스가 배달의민족이고, 업체가 우아한형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놀랍게도 이들은 음식과 배달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모두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막대한 적자를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작년 말 손을 들고 철수를 선언한 바 있다. 바로 ‘신선식품’의 ‘새벽배송’ 분야였다.

▲새벽배송이 적자를 벗어날 날이 과연 올까

배달의민족마저 실패한 새벽배송

작년 12월, 시장에는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인 ‘우아한신선들’의 매각 소식이 알려졌다. 그보다 한 달 전인 작년 11월에는 우아한신선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반찬 배달 앱 서비스 ‘배민찬’의 서비스 종료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우아한신선들은 2015년 신선식품 정기 배송 스타트업인 ‘덤앤더머스’를 우아한형제들이 인수해 출범한 회사로, 매각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 배달의민족의 식품 배달 분야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배달, 음식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갖고도 배달의민족이 실패한 신선식품 배송

시장 확장의 첨병 역할을 하던 우아한신선들이 사업을 중단하게 된 것은 커져가는 적자 때문이었다. 식품의 배송을 위해 유지해야 하는 물류망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으며, 대기업들이 신선식품 새벽배송 경쟁 참전을 잇달아 발표했다. 배민찬의 성장세는 가팔랐으나, 이 과정에서 나타난 서비스 지표를 회사는 어둡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182억 원의 매출, 125억 원 규모의 적자는 전망이 밝으며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신시장에서는 그다지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아한형제들은 우아한신선들의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배민찬이 넘지 못한 서비스, 컬리의 ‘마켓컬리’

배민찬이 물러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마켓컬리’다. 이들은 2015년부터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상품을 배송해 주는 ‘샛별배송’이라는 이름의 새벽배송으로 주목을 받고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새벽배송이라는 경쟁의 시장을 열어젖힌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이 화제가 되면서 경쟁의 끝에 달한 이커머스에 미개척 분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들이 구축한 시장으로 대기업들이 새벽배송을 외치며 뛰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적자를 견디며 경쟁한다

현재 새벽배송 시장에서 마켓컬리는 전체에서 39.2%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사업자(이베스트투자증권 조사자료)로 집계된다. 대기업의 잇단 집중 공세에도 불구하고 마켓컬리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굳건히 시장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고 없었던 시장을 개척했으며, 대기업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바로 마켓컬리다. 하지만 이들은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실로 많은 것을 포기했으며, 또 앞으로도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이 문제다.

▲신세계,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이 연이어 새벽배송에 뛰어들고 있다

마켓컬리의 운영사인 컬리는 만성적자 기업이다. 2014년 12월 창업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이들의 영업손실은 2015년 54억 원, 2016년 88억 원, 2017년 123억 원에서 작년에는 336억 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의 투자금 유치 덕이다. 이들은 올해 5월 중국계 사모펀드인 힐하우스캐피탈로부터 35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컬리가 지금껏 유치한 투자금은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신선식품은 공산품과 달리 보관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대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새벽배송 시장이 형성됨과 함께 이커머스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한 덕이다. 영업손실이 커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매출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작년 한 해 컬리의 매출액은 1,571억 원이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배가 상승한 것이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한다. 누가 보더라도 이건 익숙한 풍경이다. 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마다 펼쳐지는 ‘규모의 싸움’의 구도임에 명확하기 때문이다.


적자 끝에는 햇볕이 내리쬘까

당연하게도 새벽배송에 뛰어든 모든 업체들이 현재 대규모의 투자금을 투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마켓컬리와 함께 신세계, 롯데, GS 등의 대기업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새벽배송 시장의 규모는 농업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00억 원 규모에서 현재는 연 4,000억 원으로 40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마켓컬리 외에 다른 이들의 적자 또한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GS프레시의 적자폭은 더 커지고 있다

새벽배송 서비스 GS프레시를 운영하고 있는 GS리테일은 마켓컬리와 같은 상황에 빠져있다.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한 GS프레시는 강도 높은 마케팅의 덕으로 반년 만에 일일 주문 3만 건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용자와 주문량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적자는 분기당 70억 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든 신세계와 롯데의 경우에도 현재는 이익을 이야기할 수 없는 투자 일변도의 상황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와 롯데 등 대형마트 운영사들은 작년 대비 올해 매출이 10% 이상씩, 식품 분야는 15% 이상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의욕적으로 새벽배송 경쟁에 임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각인시키기 위한 대규모의 마케팅을 새벽배송 업체들이 하고 있다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뛰어들어 경쟁을 펼치기 시작하면 당연히 마케팅도, 가격 경쟁도 과열되기 마련이다. 시장 초창기에는 점유율 확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투자하는 행위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새벽배송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출혈’의 단계에 접어들어 있다. 다른 어떤 이커머스 경쟁보다도 새벽배송이 많은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배송은 가격경쟁이 불가피할 만큼 경쟁이 과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여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극단적으로 거대하다.


과연 이 앞이 장밋빛일지 짚어봐야 할 때

현재 새벽배송은 신선식품을 빨리 배송하고자 하는 경쟁이다. 최대한 식품을 신선한 상태로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배송은 필수적으로 냉장, 냉동 배송 시스템의 구축을 요한다. 배송을 담당하는 인력들의 인건비도 주간이 아닌 야간에 일해야 하기 때문에, 주간 근무자들에 비해 2~3배가량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배송거점의 확보만 해도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여기에 수반되는 물류 인프라와 인건비 모두가 통상의 배송 시스템보다도 높은 비용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애당초 새벽배송은 낮은 객단가를 형성할 수가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격심해진 경쟁을 돌파하기 위해 커져가는 마케팅 비용은 덤이다. 마켓컬리는 작년 한 해 동안 광고비로만 148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높아진 물류비용, 그리고 소비자 객단가는 시장이 정착된 이후에는 정상화될까. 아마도 지금의 시점에서는 이후로도 계속 낮은 수익률,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비용에는 이용자 유치를 위한 무료배송 혜택 등도 포함된다. 이를 감안하면 새벽배송 업체들의 마케팅 비용은 천문학적 수준

유통업에 있어서 또 하나의 이슈는 불량, 반품이다. 현재 마켓컬리는 적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서비스 지역을 재고 관리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주문량을 예측하고 최대한 재고가 남지 않는 방향으로 물품을 준비하며, 이것이 회사의 가장 핵심적 역량으로 주로 홍보된다. 하지만 이것이 발목을 잡아 마켓컬리의 서비스 지역을 섣부르게 확대하지 못하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적자 속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마켓컬리, 그리고 다른 새벽배송 업체들에게 제품 반품률은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월드와이드 비즈니스 연구소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반품률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보다 약 3배가량이 높은 25~30% 수준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새벽배송의 반품률이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고 있지만, 시장이 무르익을수록 새벽배송 반품률은 온라인 쇼핑 평균치에 근접하게 될 것이고 또 이것이 적자 일변도의 현재 사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벽배송의 주 상품군은 반품이 곧 폐기로 이어지는 신선식품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과열 경쟁 국면을 살펴보고, 다시금 계산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은 ‘쩐의 전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경쟁구도 속에서, 갈수록 규모만 커져가는 새벽배송은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낳지 못하고 끝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날이 갈수록 달라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새벽배송의 승자가 결정지어지고 이익을 바랄 수 있을 시점에서는 오히려 시장의 규모가 지금과는 다르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적자 속에서 시한폭탄까지 안고 있는 새벽배송은 과연 이대로 좋을까. 오직 새벽배송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며 적자를 견디고 있는 기업들은 지금이야말로 다시금 과열된 경쟁 상황을 돌아보고 앞으로를 진단해야 할 때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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