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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집'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룬 이스트소프트, 그들의 새로운 돌파구는?

조회수 2019. 5. 2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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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IT 역사에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들을 통틀어 창업자의 연령이 가장 적었던 기업으로는 ICT 기업인 ‘이스트소프트’가 꼽힌다. 알집, 알약 등의 알툴 시리즈와 포털 사이트인 줌닷컴을 통해 유명해진 이스트소프트의 김장중 창업주는 만 21세의 나이에 이스트소프트를 창업했다. 인터넷 산업 태동기인 1993년 설립된 이스트소프트는 초창기 워드프로세서 상품 유통에 실패를 겪은 이후 인터넷 산업 격변기를 지나며 진화를 거듭했고, 알툴 시리즈를 통해 현재는 대한민국 IT 역사에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아온 ICT 기업, 이스트소프트

1993년 워드프로세서 유통으로 창업한 기업

1991년,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김장중 창업주는 현대전자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공모전에 출품을 목표로 하게 된다. 이들 4명의 대학생이 만들어 낸 소프트웨어는 워드 프로그램인 ‘21세기 워드프로세서’였다. 이 프로그램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당시는 워드프로세서로 ‘아래아 한글’이 주로 쓰였다. 아래아 한글은 다양한 폰트를 제공하기 위해 비트맵 방식의 폰트 처리 방식을 택했는데, 비트맵 방식은 글씨 크기가 커질수록 그래픽에 계단 현상이 발생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따라서 글씨 크기도 큰 것(2배), 작은 것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제공할 수 없었다.

▲김장중 창업자는 201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으며, 현재는 정상원 대표(사진 왼쪽)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1세기 워드프로세서는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벡터 폰트 출력 방식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차별성을 꾀한 제품이었다. 벡터 방식은 화소 크기의 점에 색 정보를 담아 그래픽을 출력하는 비트맵 방식과는 달리, 폰트 자체가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점과 점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이어서 출력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비트맵 방식을 취할 때는 생겨날 수밖에 없는 계단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긴 시간을 준비한 이들의 21세기 워드프로세서는 공모전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야 만다. 아이템은 획기적이었지만 소프트웨어가 아직 불완전하고 버그가 많다는 이유였다. 공모전에는 떨어졌지만 주최처인 현대전자에서는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공모전과는 별개로 김장중 창업자에게 프로그램 완성 및 판매를 위한 21세기 워드프로세서 공동개발을 제안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과의 협업 관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그는 현대전자의 제안을 뿌리치고 대학교 동기인 박우진, 전준희, 최봉우와 함께 독자적으로 프로그램 완성을 위해 매진하게 된다.

▲이스트소프트라는 회사가 설립될 수 있었던 계기, 21세기 워드프로세서

8개월간의 추가 개발의 기간 동안, 8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아래아 한글은 2.0 버전을 내놓았다. 아래아 한글 2.0 버전에는 벡터 폰트 출력을 비롯해 이들이 구현하고자 했던 기능이 대부분 담겨 있었다. 급히 최초의 구상에서 보완 작업만 거친 21세기 워드프로세서는 아래아 한글 2.0 버전이 공개된 익월인 1993년 8월에 PC통신 자료실을 통해 공개됐고, 시장을 휘어잡진 못했으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스스로를 ‘21세기 팀’이라고 부르던 이들은 아래아 한글의 대안으로 저렴한 워드프로세서를 찾던 부산지역 학원연합회와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의 길에 뛰어들게 된다.


어려움 끝에 찾아낸 아이템, 알집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스트소프트의 사업 초창기는 험난했다. 아래아 한글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의 제품이 쏟아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1세기 워드프로세서의 가격을 경쟁 제품의 10%로 책정해 출시하기도 했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결국 김장중 창업주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이후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21세기 워드프로세서를 살리기 위해 김장중 창업주는 2.0 버전의 개발에 착수했지만, 이조차도 녹록지 않았다. 당시 이스트소프트는 한메소프트를 중심으로 한 5개 기업의 컨소시엄에 몸을 담고 있었으며, 컨소시엄 내의 나라소프트가 개발한 ‘사임당 2.0’와 21세기 워드프로세서의 통합을 계획하고 있었다.

▲알집의 ‘알’은 개발자인 민영환 씨의 영어 자판인 ‘als’에서 딴 것이다

하지만 5개 기업 통합을 주도했던 한메소프트의 대주주 대농그룹이 부도가 나고, 사임당 2.0의 나라소프트는 한글과컴퓨터에 합병되고 만다. 이스트소프트는 1995년 결국 21세기 워드프로세서 2.0 개발의 포기를 선언하고, 한메소프트와 함께 POS 시스템 판매, 각종 용역 작업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그리고 3년이 지난 1998년, 이들은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한메소프트와 독립해 지금의 회사의 기틀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의 이스트소프트를 만든 1등 공신 ‘알집’

이들이 다시금 소프트웨어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독립 후 1년 뒤인 1999년이었다. 이스트소프트에 갓입사한 신입사원 민영환 씨가 사내용으로 만든 압축 프로그램인 ‘알집’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당시 널리 쓰이던 압축 프로그램인 WinZip은 한글 인터페이스를 지원하지 않고, 상용 프로그램이기에 접근성도 떨어지는 상태였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적당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유에서 개발된 알집은 프리웨어로 시장에 공개되자마자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게임 산업으로의 진출, 폭발적 성장

알집이 유명해지는 걸 본 김장중 창업주는 즉시 ‘알’을 브랜드화시키고, 전사적인 역량을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알집에 이어 알씨, 알FTP 등 ‘알’이라는 브랜드를 단 무료 소프트웨어가 시장에 공급되었고, 빠르게 퍼져갔다. 2000년 6월 이스트소프트는 소액주주를 모으기 위한 인터넷 공모를 알집의 광고영역에만 노출시키는 시도를 했는데, 그 결과는 2분 만에 150여 명의 네티즌들로부터 1억 8천만 원의 자금을 모으는 성공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이스트소프트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9배수의 투자를 받는 데도 성공할 수 있었다.

▲카발 온라인은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2001년부터 이스트소프트는 알 패키지의 유료화를 시도했다. 2001년 10월부터는 기관 사용자의 경우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하도록 정책을 바꿨으며, 이듬해 4월에는 라이선스 정책을 기업 대상으로 확대했다. 알 브랜드의 유료화 시도는 이스트소프트 매출의 질을 바꿔놓았다. 용역 중심의 매출은 고정적인 패키지 매출로 바뀌었고, 안정적으로 창출되는 수익을 기반으로 이스트소프트는 사업 영역의 확대를 꾀할 수 있었다.

▲1% 내외의 포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이스트소프트의 포털 사이트, 줌

2005년 이들은 게임 업계로도 진출했다. MMORPG 장르의 온라인 게임들이 주목받던 시기, 알집의 개발자인 민영환 씨의 주도 아래 이스트소프트는 ‘카발 온라인’이라는 타이틀의 게임을 시장에 선보였다. 카발 온라인은 출시 이후 국내외 60개국 3,000만 유저에게 서비스되면서 이스트소프트를 성장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카발 온라인 이후에 출시된 게임들이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회사 차원의 게임 사업은 현재 정리된 상태며, 과거 이스트소프트의 게임 IP는 게임 부문을 담당하는 자회사인 이스트게임즈가 도맡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먹거리 발굴에 고심해야 할 때

알집 등의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인 ‘알툴즈’, 보안 소프트웨어인 ‘알약’은 이스트소프트를 대표하는 제품들이다. 또한 알 브랜드의 소프트웨어 설치를 통해 이용자를 유입시키고 있는 ‘줌닷컴’도 2011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 네이버, 다음, 구글 다음가는 포털 사이트로 시장에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이들은 기존 소프트웨어 및 포털 사이트의 광고 플랫폼을 통해 주된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다.

▲카발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사업이 하반기의 ‘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의 흐름이 스마트폰 위주가 된 현재의 시점에서는 이스트소프트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은 떨칠 수가 없다. 알집이나 알약에 비견될 만한 스마트폰용 킬러 콘텐츠를 이들은 아직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이나 이커머스로의 진출 시도도 번번이 좌절을 겪고 있다. 지난 1분기 이스트소프트는 매출액 151.6억 원, 영업손실 8.6억 원을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실적을 반전시킬 모멘텀을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2분기 이들은 ‘알약 EDR', '쓰렛인사이드’ 등 보안 신제품, 안경커머스 ‘라운즈’, 신작 모바일 게임 ‘카발 모바일’ 등을 통해 매출 성장을 이룰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이스트소프트의 자회사 딥아이를 통해 출시된 인공지능 접목 안경 쇼핑앱 ‘라운즈’

1993년 창업한 이래 26년 동안 업력을 쌓아온 이스트소프트는 우리나라 ICT 산업의 보배와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료 소프트웨어 배포를 통해 사업의 돌파구를 찾고, 거기에서 점차 다양한 제품군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진화해 온 이스트소프트는 국내 PC 소프트웨어 시장 성장의 모습을 그대로 축약해 보여주고 있다. 다만 모바일 퍼스트 시대를 맞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아직 찾아내지 못한 점은 우려스럽다. 이스트소프트는 PC 시대를 지나온 것처럼,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모바일 시대에 맞는 적응과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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