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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노조 설립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조회수 2018. 12. 1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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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노조에 대한 인식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단체, 노동조합

노동조합이란 노동자들이 회사의 불합리한 대우에 대처하고 적법한 이익을 누리기 위해, 노동자들이 결성한 단체를 이야기한다. 흔히들 노조라고 줄여서 부르는 노동조합의 원류는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이 주로 이야기된다. 이전까지 ‘길드’라는 개념으로 유지되던 노동자들의 단체가, 자본가들의 횡포에 항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협동조합을 결성해서 세력을 확대시켜 나가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노동조합이 된 것이다.


유독 부정적인 우리나라의 노조에 대한 인식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강하게 이야기해 온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노동조합은 원천적으로 금지되던 과거를 지나면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라는 노동삼권을 보장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자본가들에 맞설 수 있는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갖추게 된다. 현재 노동조합이 태어난 곳은 유럽을 비롯해 서구권에서는 주로 산업별 노조가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업별 노동조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해외에서는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조직된 것’으로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노조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좋지 않은 편이다. 이는 이익집단으로서 노조의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불편 등의 악영향을 끼친 사례, 그리고 귀족노조로 이야기되는 정규직 노조들의 행보, 마지막으로 노조의 파업 등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조명하는 언론에 주로 기인한다.


전경련이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6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약 60%는 노동조합 파업에 부정적이며 노조가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설문에도 긍정하는 대답보다 부정하는 대답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응답자들은 노조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30.1%)와 조합원 고용안정(28.8%)을 추구하길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지금의 노조 활동이 조합원 근로조건 개선(47.7%)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노조가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1.8%에 달했다. 이는 귀족노조를 이야기할 때마다 화두가 되는, 일부 정규직 노조원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노조를 문제시하는 대중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서구권의 노조 가입률은 우리나라보다 비약적으로 높은 편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실제 노조 조직률과 가입률을 통해 보다 직관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지난 10년 동안 약 10%로 OECD 국가들 중 상당히 낮은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노조 조직률은 29.1%로, 우리나라는 29개 국가 중 4번째로 낮은 편이다. 아이슬란드(83%), 핀란드(69%), 스웨덴(67%), 덴마크(67%) 등 북유럽 국가의 노조 가입률은 우리나라보다 6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바뀐 인식, 생겨나고 있는 IT 노조들

▲​파리바게트 노조설립 사례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 네이버 노조

이러한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노조에 대한 인식은 급격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 이후인 작년 9월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남녀 500명씩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노조가 경제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비율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비율보다 35.4%p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조 필요성에 공감을 표한 응답자도 85%가 넘었으며, 노조에 기대하는 효과로도 임금인상(59.9%), 고용안정(72.1%), 부당대우로부터 노동자 보호(70.3%) 같은 긍정적 응답이 많았다. 이는 퇴진 운동 때의 단체활동으로 인한 긍정적 경험이 노조 활동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전환된 결과로 분석된다.


노조에 대한 인식 전환은 노조 조직률의 극적인 증대를 불러오고 있다. 여기에는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것이 힘든 일이 아니며, 또 조직의 계기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진 덕이 컸다. 신호탄을 쏜 것은 파리바게트였다. 파리바게트의 제빵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게 된 연유가 팟캐스트를 통해 퍼지게 되면서, 그동안 노동조합 조직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에 나서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파리바게트의 사례는 분석되고 퍼져 IT 업계로까지 번져나갔으며, 우리나라 최대 IT 기업인 네이버의 노동조합 조직으로 이어졌다. 

▲​대형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에도 사명을 딴 ‘SG길드’라는 노조가 설립됐다

지난 2018년 4월, 네이버에서 노조의 깃발이 올랐다. 네이버 설립 19년 만에 탄생된 이 노동조합은 노조 불모지대였던 IT 업계에서도 노조가 조직될 수 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네이버에 이어 넥슨, 카카오, 스마일게이트, 안랩까지 판교의 IT 기업들 사이에서 노조 조직의 바람이 일었다. 넥슨코리아와 넥슨네트웍스, 네오플, 넥슨지티, 넥슨레드, 엔미디어플랫폼 등 넥슨 그룹의 자회사와 계열사들끼리 가입 대상으로 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가 세워졌으며, 이어서 스마일게이트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스마일게이트스토브 등 스마일게이트 그룹 소속 모든 법인이 가입할 수 있는 ‘SG길드’도 출범했다. 이어서 카카오지회도 지난 10월 24일 노조설립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창사 23년 만에 안랩에도 노동조합이 생겨났다.


만만치 않은 노조 활동, 큰 반발에 부딪히다

▲​판교에 위치한 IT기업들이 연일 노조 설립을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에 노조가 설립된 것에는 ‘변질된 우리 회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네이버 노조는 선언문에서 “회사가 성장하며 초기 수평적 조직 문화는 수직 관료적으로 변했고, 정보기술 산업의 핵심인 활발한 소통문화는 사라졌다”며 “포괄임금제와 책임근무제라는 명목으로 우리의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네이버는 변화가 필요하며, 그 변화는 우리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투명한 인사 평가 기준, 그리고 인센티브의 근거 공개를 시작으로 회사와의 협상을 진행한 네이버 노조는 출범 초기 포괄임금제 폐지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는 등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초기와는 달리 현재의 시점에서 네이버 노조는 사측과 만만치 않은 갈등을 겪고 있는 중이다. 지난 10월 네이버 노조는 사측에서 노조가 제시한 안에 대해 교섭장이 아닌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응답한 데에 반발하며 교섭 결렬을 선언하기도 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십수 차례의 교섭에서 제대로 된 타협안을 내놓지 못하고 갈등을 겪고 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 업계의 노조들도 사측과 지속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 넥슨 노조는 사측에 위원장 및 위원이 한 주 40시간가량의 노조 전임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절한 상태다. 스마일게이트는 노조 근로자 대표에게 사직을 권고하고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을 업무배제 후 퇴사를 압박하는 등의 노조 탄압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지난 10월 29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스마일게이트 계열사 대표이사가 노조 설립에 가담한 근로자 대표에게 권고사직을 강행하고 녹취를 하지 못하도록 면담 시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이사와 면담 후 근로자 대표는 실제로 퇴사한 것으로 전해지며, 스마일게이트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교적 온건하게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카카오 노조

이처럼 노조가 설립된 많은 회사들은 만만치 않은 부작용과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혼란을 겪고 있다. 어떤 경우는 노동조합 자체를 탄압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비상식적인 대처로, 또 어떤 경우는 사측과 노조측의 의견을 제대로 좁히지 못해 협상이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정상적인 국내 IT 기업들의 노동 환경은 이와 같은 갈등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규정된 근무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 힘들며, 소위 ‘크런치모드’라 불리는 비정상적 업무 환경이 요구되는 현재의 IT 업계의 근무 환경은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적폐임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잡음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 또한 현재의 시점에서는 명백해 보인다.


반기는 한편에서의 지워지지 않는 우려

▲​우리나라의 대표 게임사인 넥슨에도 노조가 설립됐다

크런치모드가 없이는, 비정상적인 노동시간을 유지하지 않고서는 유지될 수 없는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라면 그 기업은 유지되어서는 안 되고 또 바뀌어야 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 투쟁을 통해 이뤄지게 될 경우, 그 기업은 만만치 않은 위기를 짊어져야만 하게 된다. 협상에 긴 시간이 소요되게 될 것이며, 노사갈등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감내해야만 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IT 노조 결성의 움직임은 IT 대기업의 실적 불안정에 한몫을 하게 될 것이 예측되는 중이다.


국내 최대 기업 네이버의 영업이익은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네이버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3,977억 원, 영업이익은 2,217억 원이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29%가 줄었다. 실적부진에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그리고 있으며, 투자 증가로 인해 수익성 악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노조 설립으로 인한 노사관계 악화의 우려가 네이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재 네이버를 비롯한 IT 기업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조와의 갈등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연일 이어지는 노사분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으로 걸어나갈 길이 그다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 우려가 된다

IT 기업의 노조 결성의 움직임은 종국적으로는 IT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해 나갈 것인지가 주된 화두다. 타 업종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은 이직률은 노조 가입률을 떨어트릴 것이고, 장기간 치러져야 할 노조활동의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 노동조합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업계이기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밝힌 사례처럼 노조원을 탄압하고자 하는 불온한 움직임도 계속 일어나게 될 것이 염려된다. 일부에서는 여타 업계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력, 그리고 속도가 중요시되는 IT 업계이기에, 잠시간의 잡음이 또 회사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결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IT 노조 결성의 바람 앞에 놓인 것은 마냥 장밋빛 미래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IT 노조가 불러일으킬 긍정적인 바람을 기대함과 함께, 다른 한편에서 이것이 노사갈등 심화로 번지지 않도록 우려하며 주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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