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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오피스, 스타트업 필수 요소일까 허세의 허상일까

조회수 2018. 8. 31.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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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사업자들을 위한 연구와 네트워크를 동시에 행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 '공유오피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HP, 나이키의 공통점은 모두 ‘차고’에서 시작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 대규모의 자본이 없었던 이들은 주변의 남는 유휴공간을 활용해 거기에서 연구하며 새로운 사업을 준비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차고를 요람으로 삼은 기업들이 활약하던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소규모의 기업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남다른 상품을 내놓는다는 것이 사실상 힘든 시기다. 아이디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활로 개척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가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스타트업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필요의 부각은 자연스레 초기 사업자들을 위한 연구와 네트워크를 동시에 행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 ‘공유오피스’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생겨났지만 생소하지는 않은 개념

최근 매체를 통해 언급이 늘어난 단어인 ‘공유오피스’는 해외의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 사업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단어다. 공유오피스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부동산을 임차 혹은 구매해 그것을 나눠서 다른 입주자에게 재임대하는 사업 모델이다. 단어의 생소함에 비해 공유오피스의 구조와 개념은 우리에게는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텐데, 이는 소규모의 사무실을 임대하는 소호사무실과 그 개념이 같기 때문이다. 소호사무실을 포괄하는 형태의 부동산 재임대 사업 모델을 현재 시장에서는 공유오피스라는 새로운 단어로 부르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 세련된 오피스,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을 제시하는 공유오피스

공유오피스가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10년 창업한 기업 위워크(WeWork)의 성장으로 볼 수 있다. 창업 8년 만에 기업공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위워크는 지난 4월 기준 전 세계 21개국, 71개 도시에 242개 지점에서의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5년부터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시장에서 추산하고 있는 위워크의 가치는 약 200억 달러, 한화 약 22조 원이다. 국내에서 공유오피스의 개념이 부각된 것은 위워크와 이들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신생기업, 그리고 이전부터 국내에서 사업을 펼치던 소규모 사무실 임대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며 홍보에 열을 올린 덕이라고 볼 수 있다.

▲​위워크는 공유오피스 모델로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다

해외에서는 2010년 시작된 위워크지만, 국내에서 공유오피스와 비슷한 개념이 시장에 자리를 잡은 것은 이보다 한참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르호봇이 7인 이하의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월정액을 받고 사무실을 임대해 주는 ‘비즈니스센터’라는 공유오피스와 비슷한 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소규모의 창립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2009년 무렵에는 현대적인 공유오피스 사업인 ‘토스’가 비즈니스센터 강남 1호점을 오픈하며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위워크보다는 이른 시점이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국내에서 코워킹 스페이스, 공유오피스를 표방한 서비스가 처음 개시된 것은 지난 2015년으로, 2015년 4월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인근에 패스트파이브 1호점이 오픈되고 이듬해 8월에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위워크 1호점이 사업을 개시한 바 있다.


스타트업 붐을 타고 성장하는 공유오피스

공유오피스를 표방하는 곳들은 최근 들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그 중심이 되고 있는 지역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다. 지난 분기 기준으로 서울 지하철역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의 테헤란로 내에 위치한 공유오피스는 총 12개소로, 이 중에서 패스트파이브가 4개소, 위워크가 2개소를 차지하고 있다. 테헤란로를 포함해 강남, 서초구로 시야를 넓힐 경우에는 공유오피스가 29개소나 이곳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난다. 공유오피스가 특히 강남구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기존의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39%, 벤처캐피털의 81%가 서울 강남구에 모인 스타트업 지형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공유오피스는 2015년 1월 2개에서 지난 5월 기준 서울 시내 52개소로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이 작년 600억 원 규모에서 앞으로 매년 60%씩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성장세를 전망한 바 있다.

공유오피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작금이 공유오피스에 입주할 창업 스타트업이 증가 추세임을, 거기에 더해서 과거와는 달리 대규모의 작업장이나 사무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지식 기반 산업의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벤처기업, 다시 말해 ‘개인 또는 소수의 창업인이 위험성이 큰 신기술,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려는 신생 기업’의 수는 2012년 2만 8천 개 수준에서 작년에는 3만 5천 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렇게 늘어난 벤처기업들, 즉 아이디어만 있고 자금력이 없어서 초창기 자금을 아낄 필요성이 있는 스타트업들은 고스란히 비용의 절감을 꾀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의 주된 이용자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다

초기 사업자들이 공유오피스를 선택하는 2가지의 가장 주된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자금’, 그리고 또 하나가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다. 실제로 현재 자신들의 사업을 코워킹스페이스로 정의하고 있는 이들은 이전의 비즈니스센터와 자신들의 사업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잣대로 ‘입주사들 간의 네트워크’를 주로 이야기한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각기 다른 아이디어와 경험을 가진 사업자들이 모여든 곳이 공유오피스다. 이곳에 입주한 입주사들은 반강제적으로 입주사 상호 간의 시공간적 접근성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통해 입주사들의 네트워크 형성이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는 게 공유오피스 사업자들의 ‘차별화 포인트’인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입주사 간의 네트워크 형성은 공유오피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이야기된다

공유오피스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인가

혹자는 공유오피스를 우버, 에어비앤비 등과 같은 대표적인 공유경제의 성공사례로 꼽기도 한다. 해외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국내에서도 점차 공유오피스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심지어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유오피스를 정말로 무언가를 ‘혁신’시킨, 공유경제의 한 면을 차지하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볼 수 있을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유오피스의 1. 기술적 혁신 요소, 2. 성공의 요인, 3.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점의 세 가지 면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유오피스 사업모델 자체에 기술적인 혁신 요소는 전무하다고도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공유오피스는 과연 기존의 서비스와는 기술적으로 큰 차이점을 갖는 서비스인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현재 이야기되는 위워크의 성공 모델에 기인한 공유오피스들은 그전까지도 우리에게 친숙한 부동산 재임대, 소호사무실의 형태를 띠는 단순한 서비스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오히려 공유오피스를 표방하고 있는 이들 중의 일부는 사무실의 기본인 사업자의 사업장 주소지 등록을 거부하는 경우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인 요금은 이전까지의 소호사무실들보다도 높게 형성돼 있는 게 일반적이다.

기존의 서비스와 그리 다르지 않음에도 공유오피스 사업이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그렇다면 왜일까. 이는 공유오피스 자체의 기술적인 혁신이나 가격 경쟁력 덕분이 아니라, 스타트업(벤처기업) 활성화로 인해 수요자와 시장이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호황기를 맞은 덕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표방하는 신생 기업들의 많은 수가 이제는 온전히 지식에 기반한 사업들이기에, 과거처럼 거대한 사업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는 환경적인 변화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즉 공유오피스의 성장은 기존의 소호사무실 사업보다 공유오피스 사업의 서비스 경쟁력이 더 커서 성장하게 된 것이 아니라, 지식 기반의 스타트업 붐이 적절하게 불어준 덕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공유오피스의 성공 자체가 잘 기획된 마케팅 덕분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효용성의 문제, 지금의 공유오피스 붐은 거품인가

그렇다면 공유오피스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이야기되는 네트워크의 면은 어떨까. 지난 7월 24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코워킹스페이스 트렌드 리포트’에 게재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공유오피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입주사 간의 네트워크 형성 및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꼽은 공유오피스 입주사는 전체의 6.6%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입주사 간의 네트워크에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이들도 전체의 59.8%에 달했다. 입주사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으로, 이는 전체 응답자의 29.5%로 나타났다.

오히려 실제 응답자들은 지리적 접근성을 공유오피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즉 서울 강남구 근교에 사무실을 두기에는 사무실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렴한 비용의 공유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무실 입주를 고려할 때도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는 점은 입주비용과 진행되는 프로모션으로, 여기에도 입주해 있는 다른 입주사와의 네트워크로 답변한 입주사는 미비하거나 거의 없었다.

▲​공유오피스라는 상품 자체가 ‘세련된 업무환경’이란 허상을 파는 것은 아닐까

사실상 기존의 부동산 재임대 서비스에 비해 크게 부각되는 장점이 없는 공유오피스임에도, 현재 매체에서는 공유오피스를 스타트업이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로 광고하거나 대기업이 이 시장을 바라보고 시장 참여를 하고 있다는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공유오피스의 대체재가 시장에 이전부터 존재해 왔었다는 사실, 그리고 공유오피스를 오픈한 대기업들은 시장 참여가 아닌 파트너사 육성 및 창업자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공유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국제 비즈니스 신문인 파이낸셜타임즈는 공유오피스의 대표적 벤치마킹 사례인 위워크에 대해 “기존 오피스 임대 업체를 뛰어넘는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점을 이유로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확대해석되고 있다는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공유오피스가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더 큰 성장을 거둬낼 수 있을까. 공유오피스의 이미지인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 ‘유연성 있는 근무환경’, ‘즐거운 업무’는 그저 광고를 위한 허상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그저 기존에 존재하는 파이를 갉아먹기 위해 과도하게 포장된 상품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공유오피스 사업모델 자체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유오피스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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