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 위메프가 불편한 이유

조회수 2018. 7. 25.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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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의 홍보수단으로 삼아 논란을 사고 있는 어떤 회사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52시간으로 OECD에서 2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토록 긴 근로시간은 삶의 질의 하락, 그리고 근로 효율성의 저하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현 정부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시행됐으며, 장기적으로 포괄임금제의 폐지도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마냥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니며, 경영계를 포함한 일부는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것은 긴 시간을 들여 노사, 각계각층이 협의해 정답을 이끌어내야 할 중차대한 이 문제를 두고,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을 들여 이를 자사의 홍보수단으로 삼아 논란을 사고 있는 어떤 회사에 대한 이야기다.


근로시간의 단축, 그리고 포괄임금제 폐지의 이슈

근로시간 단축, 저녁이 있는 삶은 지금의 정부가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는 지향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시행하고, 다양한 대책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국회가 지난 2월 28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으로, 노사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근로자는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게 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7월 1일부터, 그리고 50인 이상 299인 이하의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5인 이상 49인 이하의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멕시코에 이어 압도적인 2위의 근로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과 함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포괄임금제 폐지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하고, 당사자간 합의가 있을 때 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연장근로의 경우에는 통상임금에 50%의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제 노동환경은 그런 식으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는 일한 시간이 아니라 사전에 당사자 간에 약정한 시간만큼만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의 형식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 하에서는 야근을 많이 하더라도 수당은 동일하게 계산되고, 근로기준법 상의 연장근로 한도와 가산임금 지급 규정을 회피하는 주된 수단으로 활용된다.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사업장 중 30.1%가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10인 이상 사업장만 따질 시에는 그 비율은 52.8%로 증가한다.

▲ 자연스레 야근, 초과근무의 길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포괄임금제 폐지를 두고 노동자와 사측은 모두 현재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적극적인 반발에 나서고 있다. 노동계는 전반적으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지만, 포괄임금제 폐지로 인해 오히려 월 급여가 줄어들게 될 일부 노동자들은 우려 섞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경영계는 줄곧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단적으로 취업사이트 사람인의 기업 인사담당자 7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 88.9%는 포괄임금제 규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포괄임금제 폐지까지, 전반적인 노동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이러한 움직임들은 앞으로 활발한 논의를 통해 제대로 된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긍정적이며 합리적인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정부와 학계는 현재 공통의 골을 설정하고, 긴 시간 동안의 면밀한 성과측정과 이를 통해 적절한 해법을 찾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한 달 동안의 시행, 그리고 성급한 홍보활동 중인 위메프

문제는 이토록 민감하며, 또 면밀한 준비가 필요한 사안을 자사의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포괄임금제 폐지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홍보에 활용한 그 기업은 소셜커머스 ‘위메프’였다. 위메프는 지난 7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6월부터 포괄임금제를 폐지했으며, 이를 통해 임직원의 야근 시간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들은 6월의 임직원 근로 환경 변화를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초과근무시간이 5.46시간으로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수치는 포괄임금제 시행 전월인 6월의 9.82시간보다 44.4%가 감소한 것임을 자랑했다.

▲ 포괄임금제 폐지를 지난 6월부터 시행함을 밝힌 위메프

이와 함께 보도자료에는 초과근무 수당 지급이 오히려 3배가량 늘어, 5월의 1인당 초과 근무수당이 2만 5,432원이었던 것이 6월에는 7만 5,468원으로 증가했음을 함께 밝혔다. 야근 택시의 이용자 수는 63.5%가 감소해 5월에는 602명이었던 것이 6월에는 220명으로, 구내식당의 석식 이용자 수는 4,064명에서 2,104명으로 줄어 직원들이 비로소 ‘칼퇴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함께 담았다.

▲ 금번 홍보는 포괄임금제 폐지 한 달 만의 성과가 주된 소재로 활용됐다

위와 같은 홍보자료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과거에 비해 위메프는 일하기 좋은 회사로 바뀌었으며, 포괄임금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하는 ‘앞서 나가는 회사’라는 이야기다. 보도자료에 드러난 것처럼, ‘포괄임금제 폐지 시행 전에는 임직원의 업무 강도가 높았다’는 당연히 추론될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이야기를 한 주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 회사가 과연 선진적인 곳이며 또 직원들과 함께 상생을 꾀하는 회사인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대체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시범적 시행을 두고 포장하기에 급급한 홍보 활동을 전개하는 것인지에 대한 속사정을 진단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성급하게 움직여야만 했던 위메프의 속사정

위메프, 쿠팡, 티몬 등 소셜커머스 업체 3곳은 지난 5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갑질’ 행위로 적발돼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소셜커머스 3사는 계약서 미교부, 상품판매대금 지연 지급, 사전약정 없는 판촉비용 전가, 배타적 거래 강요 등 대규모의 유통업법 위반행위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소셜커머스 3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1억 3,000만 원으로, 그중에서 가장 높은 과징금을 부과 받은 기업은 9,100만 원의 위메프였다.

▲ 소셜커머스 3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금번 홍보로 논란이 되고 있는 위메프의 경우에는 2014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78개 납품업자와 직매입 계약을 맺으며 164건에 대해서는 상품 발주 이후에야 계약서를 주고, 23건에 대해서는 계약서를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제6조에서는 계약 체결 즉시 거래 행태, 거래 품목, 기간 등 법정 기재 사항이 적혀있는 계약서를 납품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위메프는 납품업체와 체결한 거래 계약서에 위메프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은 개시 3개월 동안 동종 업계의 다른 플랫폼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위약금을 부과하는 내용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 위메프의 자료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보기에 그저 달콤한 말들만 가득할 뿐이다

현재는 오픈마켓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위메프는 제품의 판매대금을 정기적으로 입점한 소상공인들에게 정산해 주는 방식으로 물품을 대신 노출하고 또 판매하고 있다. 판매와 구매확정이 이뤄진 시점에서 법정기한이 소요되기 전에 물품 제공자에게 수수료를 제한 나머지 부분을 지급하는 형태로 정산하는 것이 기본적인 구조다. 하지만 위메프는 2015년 상반기에 1만 3,254개의 납품업체에 상품 판매대금을 법정 지급기한을 넘겨 지급한 바 있다. 거기에 더해서 초과기간에 대한 지연이자 38억 3,300만 원도 제공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바 있다. 이들은 후일 지연이자를 추가로 지급하긴 했으나, 이 시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고 3개월이 지난 때였다. 사실상 지연이자 미지급으로 인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적 조치였으며, 그 덕에 금번 조사에서 위메프는 이를 ‘자진시정’으로 해석 받아 과징금을 일부 감면받을 수 있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을 경솔하게 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소비자를 움직이는 가장 큰 무기는 ‘가격’이다. 소셜커머스사들 또한 경쟁업체에서 판매되는 대금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소비자를 유치할 수 있는 무엇보다도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그러므로 더 많은 구매자의 유치를 위해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자사의 마케팅비로 제품의 금액을 유통가보다 할인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위메프는 작년 1분기 진행한 할인행사에서 66개 납품업체에 할인비용에 해당하는 7,800만 원을 부담시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2016년 5월부터 6월 사이에 열린 할인쿠폰 제공 행사에서도 2개 납품업체에게 쿠폰 비용을 부담시키면서, 이에 대해 납품업체와 사전에 서면 약정을 하지 않았던 사실도 금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현행법에서 대규모 유통업자가 판촉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할 수 없도록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사전에 서면으로 약정하게 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의적으로 동의 없이 납품업체에게 위메프가 비용의 부담을 전가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 쿠폰 할인금액을 납품업체에 전가시키는 갑질도 서슴지 않았다

위메프의 갑질은 이들의 역사를 더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을’인 입점업체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에게도 향한 적이 있었음이 드러난다. 이들은 지역 영업직 채용 과정에서 최종 전형에 오른 실무테스트 참가자 11명에게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시킨 뒤, 정규직 전환을 단 한 명도 시키지 않고 전원 탈락시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른바 ‘채용갑질’로 이야기되는 이 사건은 당시 박은상 대표가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의 뜻을 밝히며 유야무야 넘어간 바 있다. 당시 위메프 박은상 대표는 삼성동 사옥에서 “직원들이 지하철에서 남이 볼까봐 사원증을 자신도 모르게 숨겼다"라는 일화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 워라밸과 경영계 반발 사이에서의 줄타기는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위메프는 2011년부터 7년간 총 3,38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손익 개선을 외친 작년에도 이들의 적자는 끝나지 않았다. 실적은 저조하고 기업의 이미지는 좋지 않은 이중고에 빠진 위메프는 금번에는 포괄임금제 폐지 한 달 만에 자신들의 사풍이 확 바뀌었음을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했다. 과연 이것이 옳은 행위일까.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와 포괄임금제 폐지 준비는 환영해 마땅한 변화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포괄임금제 폐지 과정에서 우리는 이 결정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이 마냥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계를 놓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가야만 할 것이다. 아직 사회적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할 이런 이슈를, 그것도 사회적인 시선이 곱지 않은 기업이 섣불리 홍보용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그다지 달가워 보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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