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공격적 이커머스 투자, 소셜커머스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회수 2018. 7. 11.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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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3사는 지금, '진짜'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

연이은 기록적 대규모의 투자 유치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소셜커머스 3사들의 실적은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년 천문학적 영업손실에도 ‘계획된 손실’임을 강조하며 시장 선점과 점유율 확대를 이야기해 온 소셜커머스 3사지만, 사실상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을 이룬 지금에 와서도 누적적자는 계속 커지고 있다. 오리무중인 상황 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통 대기업들은 앞으로 온라인 쇼핑 분야의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연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창사 이래 계속 위기론에 휩싸여 있던 소셜커머스 3사는 지금, ‘진짜’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


미국에서의 소셜커머스 성공, 그리고

2007년 미국에서 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서비스가 있다. 오늘날 소셜커머스의 원조격으로 불리는 ‘그루폰(Groupon)’이 바로 그것이다. 구매자를 모아 공동구매의 형식으로 음식점, 공연 등의 이용권을 대폭 할인해서 판매하는 방식을 취한 그루폰은 론칭 2년 만에 전 세계 44개국 500여 개 도시에 진출하며 승승장구하던 서비스였다. 구글, 야후 등 거대 기업들의 적극적인 인수 제안을 거부하며 성장하던 그루폰은 2011년 기업공개를 통해 시가총액 160억 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바 있다.

▲ 그루폰의 전 세계적 성공, 하지만 현재는 그루폰 또한 부진을 겪고 있다

선진국에서 가파르게 성장한 서비스들은 국내에서 빠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미국에서의 그루폰의 공동구매 방식의 할인 판매 모델은 국내에도 빠르게 도입되었으며, 이미 그루폰의 세계적 성공을 경험한 시장에서는 국내의 그루폰 벤치마킹 서비스들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그 덕에 국내에서도 공동구매 형식의 소셜커머스 서비스들은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소셜커머스가 탄생하고 성장한 원점은 2010년으로 이야기된다. 2010년 소셜커머스의 돌풍의 중심에 있던 이들은 현재 3대 소셜커머스로 불리고 있는 쿠팡, 티몬, 위메프였다. 하버드대학교 출신의 김범석 대표가 이끄는 ‘쿠팡’, 펜실베니아대학을 나온 ‘티몬’의 신현성 대표, 던전앤파이터라는 게임으로 유명한 네오플의 허민 ‘위메프’ 창업주 등 화려한 그루폰 벤치마킹 서비스 창업자들의 이력은 별다른 성과가 없더라도 시장이 주목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 초창기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서비스는 티켓몬스터(티몬)였다

국내에서 소셜커머스는 직접적인 판매고 상승에도, 오프라인 지점의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도, 새로운 서비스의 홍보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았다. 위메프의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60% 할인 판매는 10만 장 완판에 성공했고, 쿠팡의 홈플러스 50% 할인 상품권 30만 장 판매는 큰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매일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소셜커머스의 딜에 주목했으며,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는 심심찮게 소셜커머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판매 촉진 담당자를 뜻하는 ‘MD(Merchandiser)’가 책임지는 ‘딜’은 소비자들에게 쇼핑 큐레이션 서비스로 제대로 어필할 수 있었고, 연일 불어나는 매출은 소셜커머스 3사의 급속한 성장과 대규모의 투자로 이어졌다.


성장, 그리고 끝나지 않는 치킨 게임

오프라인 거래액은 점차 감소하고,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해마다 20% 안팎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성장하는 온라인 쇼핑의 중심에는 ‘모바일 쇼핑’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행태가 변하고, 모바일 쇼핑에 누구보다도 빠르게 적응했던 소셜커머스는 그 변화를 주도하며 끊임없이 성장해 나갔다. 그 덕에 쿠팡은 2015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 1천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고, 티몬과 위메프도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온라인 쇼핑이 계속 성장할 것이며, 그 성장을 이끄는 것이 소셜커머스 3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 덕분이었다.

▲ 공격적인 투자로 소셜커머스 3사 중 선두로 치고 올라간 쿠팡

하지만 시장은 소셜커머스 운영사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외적으로는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 쿠폰을 사용할 시 발생되는 품질 논란, 고객에게 불리한 약관에서 비롯된 환불, 공정위로부터의 시정명령, 그리고 국정감사에서의 질타가 이어졌다. 거기에 기존의 오픈마켓들도 소셜커머스에 준하는 시간한정 딜 플랫폼을 연이어 내놓아 이들을 압박했다. 내부적으로는 한계점에 달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매출이 골칫거리로 작용했다. 그 결과 소셜커머스 3사는 자신들의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소셜커머스들이 일제히 ‘MD가 엄선한 고품질의 상품’ 중심이었던 최초의 사업 모델을 버리고, 점차 소수의 좋은 딜을 발굴하는 것보다 양적으로 다량의 상품을 등록하는 오픈마켓 형태의 판매 방식으로 전환을 꾀한 것이다.

▲ 위메프는 현재 내실을 다지는 데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소셜커머스라는 서비스가 세상에 나온 이래 몇 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는 과거에 그렸던 이들의 장밋빛 미래가 퇴색된 상황을 맞고야 말았다. 오픈마켓과의 차별화에는 실패했고, 끝나지 않는 치킨 게임이 소셜커머스 3사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성장이 기업의 매출의 확대에 기인한 게 아니라, 시장을 선점하고 장악하기 위한 치킨 게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맹점이다. 대규모의 공격적 마케팅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을 위한 딜 확충은 자충수로 작용하고 있다. 소셜커머스들의 딜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자체적으로 전파력을 갖던 과거와 달리, 광고를 하지 않으면 팔 수 없는 딜이 되었다. 따라서 운영사들은 마케팅비를 더 확충해야만 매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악순환에 빠지고 만 것이다.



오픈마켓으로의 전환, 나아지지 않는 실적

원조 소셜커머스 3사인 쿠팡, 티몬, 위메프에게 ‘위기’란 창사 이후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가 되어버렸다. 매년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당장 도산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회사들이라는 것이 시장의 정평이다. 특히 쿠팡의 영업손실 폭은 압도적인데, 작년 영업손실은 6,38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공시됐다. 전년 대비 매출이 40.1%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영업손실도 따라서 13% 증가한 점은 간과하기 힘들다. 2016년에도 5,600억 원의 적자를 낸 쿠팡의 지난 3년 누적적자는 1조 6천억 원을 넘고 있으며, 이는 소프트뱅크 투자금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티몬(1,185억 원)과 위메프(417억 원)는 적자폭은 줄어들었지만 역시 누적적자로 자본잠식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 쓱닷컴(SSG.com)을 통해 공격적인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선 신세계

3사 중에서도 특히 적자가 심한 쿠팡의 손실 원인은 대규모의 투자다. 대규모 물류 센터를 구축하고 ‘쿠팡맨’을 통한 ‘로켓배송’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나섰던 쿠팡의 적자폭은 투자가 무색하게도 매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숫자로 봐서는 그나마 나은 상황의 티몬과 위메프는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수익성 향상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이를 통해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낙관할 수 없어 보인다.

▲ 11번가 또한 올해 공격적 투자를 단행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시장의 오픈마켓들보다 앞서 나아가는 것이다. 그게 매출이 되었건 서비스가 되었건 말이다. 하지만 소셜커머스 3사가 오픈마켓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결과로 미루어 보았을 때의 전망은 어둡게만 보인다. 거래액 기준으로 작년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취하고 있는 기업은 지마켓과 옥션의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13조 7천억 원)다. 그 뒤를 SK플래닛의 11번가(9조 원), 롯데닷컴(8조 원)이 잇고 있다. 반면 소셜커머스 3사의 거래액은 합해 약 12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3사의 거래액을 합해도 이베이코리아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며, 개별 기업으로 보았을 때도 3사 모두 TOP3 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을 통해 시장을 리드하겠다던 소셜커머스 3사의 포부는 거품이 되어 꺼지고 있다.


대기업의 투자, 갈 길 잃은 소셜커머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기존의 유통 강자들의 이커머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까지 겹쳐지고 있어, 소셜커머스 3사의 고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였던 것은 이마트의 신세계다. 신세계는 올해 초 이커머스 사업에 국내 최대 수준인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며, 그룹 내 유통 통합 플랫폼인 쓱닷컴(SSG.COM)에 이어 그룹 내 온라인사업부를 모은 이커머스 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세계는 작년에도 쿠팡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이마트 서비스를 개편하며 시장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8조 원의 투자와 함께 자사 쇼핑몰의 통합 플랫폼 계획을 발표한 롯데그룹

롯데그룹 또한 신성장 동력으로 온라인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 마트, 홈쇼핑, 면세점 등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8개 온라인몰을 통합해,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본부가 이를 책임 운영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매출액 20조 원 기록을 목표로 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이를 위해 앞으로 3조 원의 비용을 투자할 예정이다. 기존의 시장 강자인 11번가 또한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11번가는 SK플래닛에서 독립해 신설법인으로 분리된 뒤,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등에서 5,000억 원을 투자받아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11번가는 로켓배송을 정조준해 물류망을 정비해 배송 경쟁력을 높일 계획을 함께 밝히기도 했다. 11번가 신설법인은 9월 1일 출범할 것으로 전해진다.

▲ 소문만 무성했던 ‘그 때’로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물류를 거머쥐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하면서, 소셜커머스 3사들의 입지는 앞으로도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의 천문학적 손실이 예고된 적자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국판 아마존’이 될 것을 천명해 온 이들에게는 올여름은 ‘매서운 겨울’이 될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돌파해 낼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기존의 오픈마켓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진 이들은 다가오는 한파를 극복할 무기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에 대한 연구도, 대기업 이상의 물류 시스템도,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마케팅 채널도 성장시켜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곧 무너질 것이다’는 전망만 무성했던 소셜커머스 3사가 ‘정말’ 쓰러질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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