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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와 가상화폐 거래소의 섬뜩한 만남, 넥슨의 코빗 인수

조회수 2017. 11. 6.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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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가 왜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수했을까

2016년도 매출액 2조, 순이익 2천억원 (지주회사 주식회사NXC 연결재무제표 기준). ‘바람의 나라’와 ‘카트라이더’ 등 고전 게임부터 ‘서든어택’, ‘피파 온라인’, ‘메이플스토리’ 같은 ‘국민’ 게임에 이르기까지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 60여개. 넥슨의 현주소는 눈부시게 화려하다.

▲ 게임회사가 왜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수했을까

지난 9월 26일, 넥슨 관계회사의 지주사 주식회사NXC는 ㈜코빗 주식 65.19% 취득으로 ‘코빗 인수’라는 빅뉴스를 만들었다. ㈜코빗은 가상화폐 거래소다. 거래량 기준으로 국내 2~3위, 글로벌 15~20위 수준의 거래소인데 국내에만 가상화폐 거래소가 30여개에 이르고 카카오 등 신규 업체들이 잇따라 진입을 예고하고 있는 시장이니만큼, 현재 코빗의 규모 보다 가상화폐 거래소라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게임회사는 왜 가상화폐 거래소를 912억5천만원에 사들였을까.


게임은 이제 게임이 아니다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미래 공상과학 영화들을 떠올려 보자면, ‘가상현실’에 대해 상당히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계 안에 들어가거나 커다란 안대 같은 것을 머리에 써서 현실 보다 가상현실의 삶에 더욱 적응해간다든지 하는 그런 내용을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 지금의 넥슨을 있게 만들어준 한국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E-메일이 상용화되면서 일반 시민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실세계와 다른 온라인 공간에 '또 다른 나’가 등장한 것이다. 이어서 등장한 온라인 게임들은 그 가상현실 안에 수많은 ‘나’를 만들어냈다.


그 가상현실은 이따금씩 현실로 들어오기도 했다. 게임에서만 만나던 사람들이 현실에서 게임 아이템을 사고 파는가 하면, 온라인 공동체에서 역으로 오프라인 공동체로 발전하기도 했다. 이것은 연령이나 성별의 경계를 넘나든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단 한번이라도 내 점수가 친구들 중 몇 등인지 확인했다면, 혹은 뭐라 부르든 내 게임 포인트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나는 이미 게임이 만든 가상현실에 발을 디딘 것이다. 단지 그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 이제는 현실이 된 게임 세계

당신이 했든 하지 않았든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게임이라면 보통 수천에서 수만명이 유저로 참여한다. 그들은 아이템과 포인트, 캐쉬, 레벨 등으로 가상현실에서 이미 각자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게임은 이제 게임이 아니다. 권력과 위계질서, 다양한 개성을 가진 내 캐릭터와 새로운 공동체 그리고 부와 명예가 게임 안에 들어있다. 게임은 이제 현실이다.


넥슨은 이제 게임회사가 아니다

그러므로 게임회사 역시 이제 게임만 만드는 회사일 수 없다. 게임회사가 발전한다는 뜻은 게임을 기반으로 더 큰 가치를 찾아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미다. 우리가 게임회사 이름으로 알고 있는 ‘넥슨’은 수많은 관계회사와 연결되어 있고 이 관계회사들의 지주회사인 주식회사NXC는 50여개의 종속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현재 60개 이상의 게임을 서비스 중이고 매출액 2조원 이상을 실현하는 50여개 종속기업 집단에서 더 이상 게임 사업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누가 보더라도 그렇다.

▲ 덩치를 키우고 있는 '넥슨'

넥슨의 현재 관계사는 대부분 소프트웨어, 그래픽 개발과 그와 관련된 유통과 투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넥슨은 다른 게임 업체,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를 인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발전시켜왔다. 넥슨 김정주 대표는 과거 인터뷰에서 ‘디즈니’를 언급한 적이 있다. 디즈니는 모두가 알다시피, 애니메이션 개발로 시작해 토탈 콘텐츠 개발, 유통 업체를 넘어 이제 독자 채널을 구축하여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보유 부동산도 많아 투자 자산과 투자 이익도 상당하다.


넥슨은 이미 소프트웨어, 그래픽, 디자인, IT 시스템 등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게임업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13년도 말에는 유럽 명품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를 인수했다. 소규모 벤처캐피탈 두세개는 여전히 NXC의 종속기업으로 존재한다. 넥슨의 시선은 게임을 넘어섰고, 이미 넘어서서 움직이고 있다. 


이제 넥슨 게임들만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게임 유저들 간에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레벨과 경험치, 아이템으로 우열을 가린다. 포인트와 캐쉬로 부를 얻는다. 아이디와 캐릭터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문제는 메이플스토리에서 내 아이템과 캐쉬가 아무리 많아도 서든어택 포인트와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게임 하나에서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는다 해도 다른 게임에서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고, 더욱이 진짜 현실에서는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다.

▲ 가상화폐가 게임에서 특별하게 역할할 수 있도록

가장 간단명료하게, 가상화폐는 이 가슴아픈 현실을 타개시켜 줄 수 있다. 게임과 게임에서 서로 다른 캐쉬를 교환할 수 있는 ‘기축통화’의 역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시장이 형성된 게임이 일부 존재했었으나 공식적인 거래 비율과 기준은 없었다. 그것을 넥슨은 코빗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게임 캐쉬를 얼마만큼의 가상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지 넥슨은 결정할 것이다. 그 시장을 만들 것이다.

▲ 넥슨 게임과 가상화폐 간의 새로운 생태계


코빗은 비트코인, 리플, 이더리움 등 11개 가상화폐를 거래하고 있는 거래소다. 2013년 개장한 이후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약 900억원 수준으로 상당한 기술력과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제 넥슨 게임과 유저들 간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넥슨 게임과 가상화폐 간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넥슨은 게임을 넘어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앞서 말했던 내용을 다시금 상기해보면 게임은 가상현실 공간이다. 넥슨이 넥슨 게임만의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자연스럽게 가상현실 간의 거대한 생태계가 구축될 것인데, 이 안에서는 게임의 아이템과 캐쉬 뿐 아니라 다른 다양한 재화가 거래될 것이고, 수많은 개인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다. 넥슨이 제공한 가상현실에서 말이다. 

▲ 넥슨이 그리는 큰 그림

그 가상현실에서 제공하는 모든 것이 바로 넥슨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된다. 이 대목에서 코빗의 또 다른 기술을 넥슨이 눈여겨 본 것인데,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가상화폐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온라인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장부가 작성된다. 따라서 이 기술은 온라인 상의 공정한 거래를 위한 필수 역량이며 넥슨이 향후 어떤 꿈을 꾸든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다. 만약 게임을 넘어 온라인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재화 거래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면 블록체인 기술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넥슨은 일단 코빗 인수를 통해 기술을 확보했다. 

▲ 넥슨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

19세기 독일의 군사 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말했다. “모든 전쟁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그리고 “일단 전쟁이 터졌다면,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라”고 덧붙였다. 넥슨 측에서는 이번 인수를 두고 코빗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넥슨은 여전히 게임 상품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수많은 글로벌 법인과 서버를 관리해야 한다. 시너지는 자동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인력과 조직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미래 전략 부서가 밤잠을 설치며 보고서를 쓰고 받으면서 넥슨의 미래가 그려지겠지만, 구체적인 사업 모델과 수익구조는 여전히 그들 스스로도 미지수다.

▲ 앞으로의 넥슨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하지만 지금 넥슨이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단연 코빗 인수는 최선의 전략이었다. 코빗은 금융 산업과 연결되어 있고 미래의 IT 기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광활한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데다가 수수료 수익 구조까지 보유하고 있다. 넥슨이 핵심역량과 관계회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최적의 재료다. 과연 넥슨이 세상을 깜짝 놀래킬 수 있을지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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