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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사람책 도서관 : 편견과 차별, 혐오에 맞서다

조회수 2019. 8. 3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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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죠. 앰네스티 체코지부는 사람책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이 속담을 구체화합니다. 소수집단의 구성원들을 '사람책'으로 초대해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참가자에게 제공하며 선입견에 맞서고 있습니다.
출처: amnesty.or.kr

* 본 기사는 나탈리 넬리건(Natalie Nelligan) 국제앰네스티 체코지부 사람책 도서관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람책 도서관(휴먼라이브러리)

소수자와의 직접 소통을 통해 부정적인 편견과 차별, 외국인혐오에 맞서다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수 세대를 전해 내려온 오래된 속담으로, 누구나 친숙하게 잘 알고 있는 말이다. 국제앰네스티 체코지부는 이 속담을 더욱 구체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사람책 도서관’ 프로젝트다. 국제앰네스티 체코지부가 2013년 처음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주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유스 학생들이 그 대상이지만, 축제나 행사 현장에서도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만 900명 이상이 참가했고, 254명의 ‘사람책’들과 함께 활동했다.

소수자 차별은 체코에서 중요한 인권 사안이다. 어린이를 포함한 로마족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제도적인 차별도 심각한 문제다. 다른 소수자들 역시 차별을 마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요 대도시에서는 LGBTQI+에 대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 이들은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마주하기 쉽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난민은 제도적인 차별은 물론 편견과 사회적 소외를 마주하고 있다.


사람책 도서관은 ‘사람책’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참가자들에게 제공한다. ‘사람책’은 소수자에 속하는 개인이나, 로마족, 난민, LGBTQI+와 같이 소외되거나 배제된 집단의 구성원, 그리고 노숙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이들이 ‘사람책’을 자기 가족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한 강사는 이러한 접근이 전통적인 방식의 강의와 수업에 비해 매우 색다른 학습 환경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독자로서 사람책 도서관에 참여했는데,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요. 그런데 주최자의 시선으로 다시 보니, 훨씬 더 대단한 것이더군요. 눈앞에서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어요. 평가 시간에 어린이들이 ‘사람책’을 자기 가족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출처: amnesty.or.kr

사람책 도서관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가 되어 있으며 관련 교육을 받은 약 5명의 ‘사람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강사 1명이 이를 지원한다. 학급 또는 그룹은 5~6개의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사람책 1명과 2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사람책이 자신의 이야기를 10분 동안 들려주면, 남은 10분 동안에는 학생들이 직접 질문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고, 사람을 피부색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어요.”

시간이 다 되면 각 그룹은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도록 2~3번 정도 순서를 바꾼다. 강의 시간이 끝날 무렵이 되면 학생들은 사람책들에게 메시지를 남길 기회를 얻는다. 이 강의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진행되며, 사람책들의 교육과 멘토링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책’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남겨준 의견을 보면 뛸 듯이 기분이 좋아져요. 제가 하려는 말을 모두 이해하더군요. 학생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고, 사람을 피부색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어요.” 이러한 메시지들은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의견 및/또는 태도가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이 프로젝트는 사회의 다양한 단면에 다가가고 있다. 많은 학생이 인권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로 찾아오며,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에게는 보통 단 한 번밖에 겪어보지 못하는 경험이지만, 그만큼 매우 강한 여운을 남긴다.

카자는 난민 캠프가 어떤 곳인지 알려줬고, 덕분에 난민들에 대한 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사람책 도서관’ 강의는 개인의 인식을 높이고, 더 많은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며 많은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처음에는 난민 캠프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카자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카자는 난민 캠프가 어떤 곳인지 알려줬고, 덕분에 난민들에 대한 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난민은 전부 광적인 이슬람교도들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전쟁 때문에 도망쳐 온 사람들일 뿐이고, 다시 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이 유럽에 와서 겪어야 했던 일들은 정말 끔찍했을 거예요.”


사람책 도서관은 주로 13~17세 청소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가끔 축제나 행사 현장에서 열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러한 행사보다는 여러 청소년을 만날 수 있는 학교 기반 강의를 더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나탈리 넬리건 국제앰네스티 체코지부 사람책 도서관 담당자는 설명했다. “만약 프라이드 축제 현장이라면, 여기 참가한 사람들은 이미 우리 편이에요. 하지만 학교에서는 좀 더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게 되죠. 다들 출신도 서로 다르고요. 이런 장소에서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참가자 136명을 대상으로 사람책 도서관 강의를 마친 후 소수자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을 때,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소수자에 대한 특정한 지식보다는 태도 변화에 대한 내용이 더 자주 언급되었다는 점이었다. 10명 중 8명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 공감하게 되었다고 답한 것이다. 또한 3분의 2에 가까운 학생들이 무엇이든 참여해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답했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는 학생도 거의 50%에 이르렀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저도 노숙인과 대화하는 일이 없었을 거예요.”

2016년 사람책 도서관 활동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공유했다. “제가 아는 한 노숙인은 암 환자였어요. 교회에서 그 사람을 처음 만났죠. 처음에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느 날 그 사람이 약을 살 수 있게 몇 유로만 빌려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죠. 돈을 드렸더니 다음에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나중에는 그분에게 필요한 세면도구를 가져다주기도 했어요. 많은 사람이 노숙인을 안 좋게 말하지만, 자기 잘못으로 노숙인이 된 것도 아닌데 그런 사람들을 욕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저도 노숙인과 대화하는 일이 없었을 거예요.”


이러한 사연에서는 태도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연히 보여준다. 특히 참가자들은 이전까지 두려워하거나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던 집단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이러한 변화는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사람책들에게서도 나타났다. 한 사람책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겪은 변화는 한 가지 더 있어요. 저는 언제나 소수자에게 관용적인 태도를 취해 왔지만, 특히 우리 동네에 있는 로마족 사람들과는 그다지 잘 지내지 못했어요. 그럴 때 베로니카 (로마족 가수, 또 다른 ‘사람책’)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죠. 베로니카 덕분에 로마족 중에서 좋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베로니카의 도움으로, 로마족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일하고, 발전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출처: amnesty.or.kr

‘사람책’은 국제앰네스티 직원들이 직접 선정한다. 사람책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과 과거 이야기를 기꺼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겪은 일을 충분히 받아들인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국제앰네스티의 교육 목표에 따라야 하고, 기꺼이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책들은 평가를 거쳐,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할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1일 트레이닝을 거치며 지원을 받는다. 사람책 도서관 강의는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진행되며 사람책들은 불편함을 느꼈을 때 강사에게 개입을 요청할 수 있지만, 이러한 대비책은 거의 사용되는 일이 없다. 학생들이 존중하는 태도로 사람책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존중하는 태도로 사람책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국제앰네스티 체코지부는 재정 후원 없이도 사람책 도서관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진행될 수 있도록 국제앰네스티와는 독립적으로 사람책 도서관 강의를 진행할 ‘사람책 도서관 운영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은 참가자가 20여 명에 이르는 등 상당히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이제는 국제앰네스티와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사람책 도서관 활동도 있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고 있다.


넬리건은 이렇게 설명했다. “국제앰네스티 교육과정을 거친 운영자들 덕분에 인권교육팀이 재정이나 거리 등의 문제로 좀처럼 활동하기 어려운 지역과 장소에서도 사람책 도서관 활동을 진행할 수 있게 됐어요. 이제는 해외의 비슷한 단체들과 결연을 맺고 더 넓은 활동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사람책 도서관 축제를 기획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운영자들은 국제앰네스티의 지원을 많이 받지 않고도 모든 사람의 인권이라는 철학을 옹호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더 큰 규모로 상호 연계해 나가는 모습을 분명히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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