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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풍류 -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우리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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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명주와 우리 재료로 만든 진까지. 어느 때보다 드넓어진 우리 술을 바 전문가들이 추천했다. 마셔보니 궁금한 것이 쌓여, 술을 만든 사람을 찾아가 직접 물었다.   왼쪽의 동그란 받침은 브로손의 옻칠 매트. 가운데의 낮은 미니 테이블은 도잠의 ANZA 스툴. 앞쪽의 다갈색 트레이는 도잠의 DABAN 트레이. 가장 위에 올려진 소반은 브로손의 미니소반. 그 밑은 브로손의 팔각낮은소반.

1 [ 문배술 명작 ]
주종 증류식 소주 도수 40% 용량 1000ml “도자기 병에 담겨 한층 고급스러운 자태를 내뿜고 있는 문배술 명작은 수수와 좁쌀을 이용해 만든 증류식 소주다. 화려한 문배향과 고소한 곡물향이 매력적인 술이며 국가무형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주인 만큼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경험해보기에 좋은 술이다.” - 이재민(술담화 전통주 소믈리에)


2 [ 연희민트 ]
주종 발효주(탁주) 도수 9% 용량 375ml “전국 가양주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한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전통주를 연구하고 있는 최우택 대표의 첫 번째 술이다. 쌀과 물, 누룩으로만 빚은 새콤달콤한 부의주에 민트가 들어가 쿠바의 모히토를 연상시킨다. 375ml의 작고 귀여운 병에 담겨 혼술하기에도 제격.” - 윤나라(윤주당 대표)

3 [ 정원 진 ]
주종 증류주(리큐어) 도수 47% 용량 700ml “국내 첫 크래프트 싱글몰트 증류소인 쓰리소사이어티어스의 첫 번째 진이다. 주니퍼베리를 주축으로 한 진의 기본 골조를 유지하면서 삼과 들깻잎, 솔잎 등의 한국적인 요소로 재미를 더했다. 기존의 진이 상쾌하고 가벼운 허브향에 가까웠다면 정원 진은 보다 스파이시하고 무게감 있는 조합을 선택했다. 솔잎의 존재감이 레몬 껍질과 오렌지 껍질이 빚어내는 상큼함과 어우러지며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아주 차가운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 정원 진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 정지원(<얼루어> 피처 에디터)

4 [ 홍승희 맑은 문희주 ]
주종 발효주(약주) 도수 13% 용량 500ml “까다로운 숙성 과정을 거치고, 자연적으로 낸 단맛이 뛰어나 한국의 소테른 와인이라 할 만하다. 인공 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햇찹쌀과 우리 밀로 만든 전통 누룩, 천연 암반수 등의 자연 재료만으로 빚은 약주로 깔끔한 풍미를 자랑한다. 달큰하면서도 묵직한 깊이가 있어 짭조름한 푸아그라를 페어링하면 입안에서 감도는 풍미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푸아그라 스프레드, 무스 등을 크래커에 발라서 먹으면 제대로 즐길 수 있다.” - 조경진(파크 하얏트 서울 식음료부 팀장)

5 [ 이강주 ]
주종 증류주(리큐어) 도수 25% 용량 1000ml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로, 조선 중기부터 제조된 이강주는 우리나라에 몇 없는 식품명인이 생산하고 있는 증류주다. 울금과 꿀을 비롯해 주된 재료인 배와 생강은 서양의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배의 시원하고 단맛이 특징이다. 용량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병 또한 매력적인데 마치 청자를 연상케 하는 푸른 자기로 된 1000ml 역시 아름답다.” - 이종환(라이즈 호텔 사이드 노트 클럽 수석 바텐더)  
홍승희 | 문경주조 대표
맑은 문희주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엄선한 유기농 찹쌀과 맑은 물, 전통 누룩으로 세 번 덧담금하여 묵직하고 짙은 맛의 탁주인 ‘문희주’를 먼저 만든다. ‘문희’는 문경의 옛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진한 탁주에서 2년 정도의 자연 침전과 숙성의 시간을 거치면 위에 맑은 술만 떠오르는데 이걸 떠낸 것이 맑은 문희주다. 오랜 기다림으로 얻은 단맛과 부드러움은 인공적인 여과 공정을 통해서는 절대 얻을 수 없다. 

주조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한다. 주조 과정 자체는 모든 술이 비슷하기에 맛의 차이는 결국 재료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특히 맑은 문희주는 숙성 기간이 길기 때문에 원재료가 좋아야 그 맛과 향이 변질되지 않는다. 문경주조가 유기농 햇찹쌀과 우리 밀 전통누룩을 엄선하는 이유다. 

우리 술을 만들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젊은 세대가 우리 술에 느끼는 거리감이 안타깝다. 소주, 와인, 위스키와 같은 술은 대중적으로 즐기지만 민속주, 탁주, 청주 등은 그렇지 못하다. 그 거리감을 깨고자 계속해서 전통주도 변화를 주려 노력하고 있다. 전통 방식과 전통 재료로 젊은 세대도 좋아하는 술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한다. 최근에는 ‘폭스앤홉스’라는 제품을 개발했는데 홉이 들어간 막걸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막걸리의 깊은 맛과 맥주의 탄산감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술이다. 

보람을 느낄 때는?  
술이 맛있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을 때다. 가끔 어떻게 이런 술맛이 나냐며 전화가 오기도 한다. 양조장을 찾아와 새로운 술을 시음해보며 이런 탁주와 약주는 처음 먹어본다고 놀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돈 안 받고 그냥 다 주고 싶을 정도로 기쁘다. 

맑은 문희주를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달큰함과 향긋함을 음미하며 차게 해서 마실 때 좋다.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지만 자극적인 음식은 술의 향을 가릴 수 있어 가급적 담백한 음식에 곁들이길 추천한다.  
이승용 | 문배주양조원 실장

문배술 명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내용물은 기존의 문배술과 동일하다. 찰수수와 메조를 누룩과 발효한 후 증류시킨 술이다. 별도의 인위적인 첨가물을 넣지 않고 가향 과정도 거치지 않아 맑고 깨끗한 것이 특징이다. 잡곡으로 빚었으나 우아하고 그윽한 배와 과실류의 향이 여운처럼 남는데, 문배나무 열매의 향이 난다 하여 문배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조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재료가 단순한 만큼 주원료인 찰수수와 메조는 생태환경 조건을 까다롭게 검토해 엄선한다. 문배주 명작의 경우 만들기 까다로워 한정으로 생산되는 결정유 도자기에 담았다. 같은 술이라도 담기는 용기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불을 때면서 생긴 꽃과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으며, 귀한 술을 귀한 자기에 담기 위해 고민했다. 

우리 술을 만들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문배술은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남북정상회담에서 건배주로 꼽힌 술로 이미 유명하다. 그럼에도 판매 채널 확보가 쉽지 않다. 양조 자체보다 마케팅의 영역이 난제다. 

보람을 느낄 때는?  
귀한 술일수록 선물용으로 사 가는 분들이 많다. 특히 명절 직후, 선물을 주고받은 분들의 좋은 평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그중에서도 문배주 명작은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아 더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문배술 명작을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함께 먹는 음식이 중요하다. 도수가 높고 맑은 문배술은 향이 강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데 갈비찜이나 대창 순대, 향신료가 들어간 중식 등을 추천한다. 도수가 부담스럽다면 언더락으로 마셔도 문배의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철수 | 전주이강주 대표

이강주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본래 한양 조씨 집안에서 내려오는 전통주였던 이강주를 복원하고 대중화시킨 것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조정형 명인이다. 백미로 빚어 발효한 15도 약주를 증류해 소주를 만들고, 거기에 전주의 이서배, 봉동의 생강을 침출시켜 1년의 숙성 과정을 거친다. 배와 생강이 들어가 ‘배나무 이’, ‘생강 강’자를 써서 이강주다. 그리고 계피, 울금을 넣어 향에 깊이를 더한다. 

주조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발효와 숙성 과정이 중요하다. 공정 과정은 비슷하지만 발효 때 어떻게 온도 관리를 하는지, 적당량의 재료를 어떻게 조화롭게 숙성시키는지에 따라 술맛은 천차만별이다. 

우리 술을 만들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우리 술은 지루하고 고지식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는 것이 큰 숙제다. 지금은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어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명절 때만 수요가 몰리곤 한다. 술을 만드는 일 자체는 변함없지만 새로운 세대와 변화에 발맞추어 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보람을 느낄 때는?  
항상 느낀다. 우리 술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술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강주를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전통주로도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복잡한 배합을 하지 않더라도, 단순하게 오렌지 주스와 섞어 마시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차게 마시는 것을 추천하고, 생강향이 은은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튀긴 음식과의 궁합이 좋다.  
최우택 | 같이양조장 대표

연희민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찹쌀과 물, 누룩으로 빚은 부의주에 기반한다. 부의주는 흔히 동동주로 알려져 있는 술이다. 부의주를 발효한 후 건조민트를 침출시키고 다시 숙성시킨다. 숙성된 막걸리의 톡 쏘는 상큼함에 그치지 않고 신맛과 단맛을 극대화해 새콤달콤한 맛을 내고 싶었다. 외국의 술을 어떻게 우리 방식으로 벤치마킹할까 고민하던 차, 모히토 콘셉트의 탁주가 떠올라 만들게 되었다. 

주조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대중성을 얼마나 갖출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통주이지만 전통주스럽지 않은 느낌 말이다. 우리 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주를 재해석하는 시도가 더 많아져야 한다. 최근에는 밸런타인 시즌에 맞춰 ‘연희민초’ 제품을 출시했는데 이 또한 반응이 좋았다. ‘연희민트’에 수국을 다져 넣어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막걸리다. 

우리 술을 만들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유통 마케팅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요즘은 이전에 비해 상황이 확실히 낫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생산하기에는 어려워서 양조장 또한 소매로 선착순 판매하고, 유통하는 업장 또한 한정하고 있다. 아쉽지만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소하게는 대중성을 위해 도수를 낮추고 유리병에 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탄산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숙성기간에 따라 개봉 시 살짝 넘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있다. 

보람을 느낄 때는?  
소비자의 반응이 확실히 보일 때다. 선착순으로 한정 판매하는 제품의 경우, 오전 7시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이미 오전 6시부터 많은 사람이 줄을 서 계셨다. 그래서 양조장 문을 열자마자 품절되었다. 새로운 시도에 이질감을 느끼기보다 흥미를 보이는 소비자들이 있어 기쁘다. 

연희민트를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도수가 높진 않지만 언더락으로 마시면 실제 모히토를 마실 때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새콤달콤한 맛과 푸릇한 내음이 느껴져 다른 것과 섞지 않아도 이미 칵테일을 마시는 기분이다.  
김병수 | 쓰리소사이어티스 진 디스틸러

정원 진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정원이라는 이름처럼 집 앞의 뜰, 꽃밭처럼 여러 가지 식물을 넣어 만든 술이다. 주니퍼베리와 같은 진의 기본 재료에 한국의 향을 머금은 새끼삼, 들깻잎, 초피나무 씨앗과 솔잎을 넣는다. 다른 진과는 달리, 위스키 숙성에 사용되는 보리 맥아를 주정으로 사용해 진 자체의 풍미를 끌어올린 것이 차별점이다. 

주조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여러 식물을 넣은 만큼, 기반이 되는 보리 맥아 즉 몰트와의 조화가 중요하다. 다양한 향과 맛이 균형을 이루도록 신경 쓰고 있다. 그만큼 최고급 재료를 엄선했고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도수를 선택했다. 

우리 술을 만들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진은 아직 한국에서 생소한 주종이다. 한국의 재료로 한국의 맛과 향을 담으려고 함과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유통될 수 있는 진을 만들고자 하였기에 어떤 식물을 선정할지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은은한 보리와 산뜻한 허브 향이 느껴져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보람을 느낄 때는?  
원하는 맛과 향을 지닌 정원 진이 만들어졌을 때도 보람을 느끼지만, 제품을 경험해본 소비자가 우리가 의도했던 대로 한국을 담은 맛과 향을 느꼈다고 할 때 가장 보람이 크다. 첫 시도인 만큼 피드백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정원 진을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산뜻한 향 속에 묵직함을 가진 술이기에 제품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을 권하지만 도수가 높기 때문에 차가운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것도 추천한다. 집에서 특별하게 즐기고 싶다면 마티니 레시피에 정원 진을 적용해보는 것도 새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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