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재의 신문물

조회수 2020. 12. 26.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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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놀라운 유산을 안고, 재재와 < 문명특급 >은 다시 2021년 속으로 달려간다.

컷아웃 니트 톱은 스테판 쿡(Stefan cooke).

며칠 전 유튜브 < 문명특급 >이 100만 팔로워를 달성했어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보면 알겠지만, 놀라운 성과예요. 

100만이 꼭 돼야지 이런 건 아니었지만, 이루기 어려운 거니까 기뻐요. < 라디오 스타 >에 출연한 효과도 본 것 같아요.


레거시 미디어도 뉴 미디어에 역할을 하는군요? 

인정하고 말았죠.(웃음)


2020년 < 문명특급 >이 공중파로 향했고 추석특집 ‘숨듣명 콘서트’도 열었어요. 공중파 진출에는 어떤 의미를 두고 있어요? 

저희는 공중파 진출이 발전하는 양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플랫폼 확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여러 방안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스스로 만족하고 있어요. 밀레니얼 세대를 다시 TV 앞으로 불러모으는 게 저희의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콘서트 시청률이 2.3%가 나왔는데 유의미한 숫자라고 생각해요.


< 문명특급 > 팬들은 기존 아이돌 팬이 많죠. 아이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많은 축복을 받아요. “돈길만 걸으세요”, “칼퇴길만 걸으세요” 같은 덕담을 많이 듣죠. 실제로는 돈길도 없고 야근길만 걷지만요. 

맞아요. 그분들이 진심으로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걸 느껴요. 저도 너무 바빠서 이런저런 요청에 답장을 못 하고 넘긴 것들도 많을 거예요. 이 기회를 빌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웃음)


안 그래도 이제 재재에게는 매니저가 필요할 것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모든 걸 제가 하다 보니까 조금씩 한계를 느끼고는 있어요.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데,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시점이 가까이 왔다고 느끼고 있어요.


실키한 코트와 팬츠는 문초이 (Moon Choi). 화이트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앵클부츠는 레이첼 콕스(Rachel Cox).

마지막으로 여유 있게 보낸 겨울은 언제였어요?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대외활동과 알바로 바빴어요. 그때 놀았어야 하는데.... 그래도 학교생활을 충실히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그 이후 20대 중후반은 정말 후루룩 지나갔어요.


올해의 성과를 뒤로한 채, 2021년에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저희 기획은 대외비지만 < 문명특급 >은 더 발전할 방향을 모색 중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외부활동과 본업의 밸런스를 어떻게 잘 맞출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11, 12월에는 하루도 쉴 수가 없었어요. 근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이런 것들을 잘해내고 싶거든요. 어떻게 하면 밸런스를 맞춰서 스케줄을 다 소화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안 먹을 수 있을까요?(웃음)


거절이라는 게 하는 쪽도 부담스러운 법이죠.

아직 남들이 뭐라고 한 적은 없는데 저 혼자 걸리는 것들이 쌓이고 있거든요.


올해 < 문명특급 >으로 많이 웃었죠. 정작 당신은 웃고 사는지 궁금하더군요.

< 문명특급 > 촬영하고 복귀하는 차 안에서 수다를 많이 떠는 편인데 그때 많이 웃어요. 요즘은 친구들 만날 시간도 없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다른 것도 못 하고 사네요. 요즘은 블랙맘바 보면 웃음이 납니다. 이수만 선생님 어떻게 제 취향을 맨날 저격하시는지요. 제 최애는 카리나입니다.(웃음)


유튜브가 낙이라는 소감을 들으면 어떤가요?

실제로 그런 메일이 자주 와요. 아이를 둘 키우는 어머님이 < 문명특급 >을 보면서 처음으로 몇 년 만에 웃어봤다고 보내주신 내용이 기억이 나요. 이런 진심 어린 피드백을 보면 우리가 그래도 잘하고 있구나 싶고 소중하게 다가와요.


페이턴트 재킷은 낸시 부(Nancy Boo). 스트라이프 셔츠는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 와이드 팬츠는 자라(Zara). 부츠는 레이첼 콕스.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여전히 문명특급의 ‘초심’에 대해 생각해요? 

그럼요. 저희는 아이템 회의를 할 때마다 이게 초심이다. 하면서 ‘초심 드립’을 많이 해요.(웃음) 그냥 계속 의식적으로 초심에 대해 생각하려고 하죠.


어떨 때 초심에 대해 다시 생각하나요? 

너무 주목받을 때요.


초심 중의 초심에는 뭐가 있나요? 

초딩 슬라임이었죠. 초딩들과 함께한 슬라임 파티가 잊히지 않습니다. 그때 제가 20대 후반이었는데 서른을 앞두고 초등학생 친구들과 슬라임 파티하던 그때. 그 친구들은 벌써 중학생이겠네요. 잘 지내니?


그때 모습을 보면 무척 즐거워 보여요. 

너무 즐거웠죠. 어떻게 보면 그때가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지금은 지금의 즐거움이 따로 있지만요. 그때는 잃을 것 없는 자들의 고군분투, 좌충우돌, 일단 질러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게 즐거웠던 것 같아요.


지금의 즐거움도 콘텐츠가 되어 매일 쌓이고 있겠군요. 

그걸 느끼고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아이돌분들이 10대 때 데뷔해 너무 바쁘게 지내면서 그때를 되돌아볼 시간이 없었다고 회상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그게 지금 온 것 같거든요.


재재가 유명해질수록 재재의 영향력도 생겨요. 스스로 경계하는 건 무엇인가요? 

붕 뜨지 말자는 걸 생각하는 것 같아요.


코듀로이 소재의 재킷과 팬츠는 나이키(Nike). 버클 장식 뮬은 JW 앤더슨 바이 육스(JW Anderson by Yoox).

처음에 콘셉트 잡을 때 메이크업 받는 장면을 넣었는데, 실제와 너무 다른 건 피하고 싶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색조 화장 관련 콘텐츠 협업이 들어온 적이 있는데, 제가 신념이 있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너무 다른 건 안 하고 싶어요. 너무 제 자신과 동떨어진 것들, 거짓은 보여주지 말자, 라는 건 있어요. 물론 저도 굉장히 타협하고 자본주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상업적인 활동을 환영하고 있어요.(웃음) 그래도 제 외양이 그동안 미디어에서 비춰지지 않았던 여성의 모습이라서 획일화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러고 보니 생각나네요. 어느 위키에 한국의 페미니스트라고 나오더군요.

< 라디오 스타 > 영상 댓글에도 ‘이 사람 유명한 페미니스트라며?’ 이런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저는 그런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이미 카테고리가 그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정말 재미있어요, 인터넷이란....


뉴 미디어가 일이 되었는데, 그 속도 속에서 사는 건 어떤가요? 

저는 오히려 뉴미디어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인스타 계정도 없었고 페이스북 계정도 그냥 인맥 맞팔용이었죠. 그런데 2015년부터 이게 일이 된 거죠.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걸 하면서 반대로 열정이 생긴 것 같아요. 유튜브도 이걸 누가 보나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보시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주류가 됐고요. 생각보다 유튜브가 큰 플랫폼이라는 걸 하면서 깨달았어요.


하면서 배우게 되었다는 거군요. 

맞아요. 올해 ‘컴백 맛집’ 많이 한 건 중고등학교 때 덕질하던 ‘짬바’가 나온 거고요. 어떻게든 먹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니까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된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분들도 만나고 저도 신기해요. 유리 언니랑 보아 언니는 제가 진짜 덕질하던 분들이었거든요.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더라고요.


매거진은 레거시 매체죠. < 문명특급 >을 보면서 거꾸로 레거시 매체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돼요.

저도 자료조사 할 때 < 얼루어 > 영상 같은 걸 많이 봐요. 각자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클래식은 어쨌든 영원해요!(웃음) 기본이 되는 거니까요.


캐멀색 코트는 비욘드 클로젯. 흰색 티셔츠는 잉크(Eenk). 크림색 핀턱 팬츠는 스튜디오 니콜슨(Studio Nicholson). 부츠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계속 이어가고 싶은 문명의 정신은 무엇인가요? 

누구나 와서 혹은 저희가 가서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갈 수 있는 자리. 저희 캐치프레이즈가 ‘신문물을 전파하라’거든요. 무언가 새로운 걸 전달해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하지 않을까 해요. 그게 어떤 새로운 것이 되었든 말이죠.


모든 조건이 다 주어진다면 뭘 더 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외국에 한번 나가서 해외 콘텐츠를 찍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항상 저희가 한정된 돈과 시간과 제작 기간으로 인해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는 고질병이 있거든요. 다양한 장소에 가보고 싶어요.


개인의 의견은 꼭 개인의 의견이라는 걸 강조하네요. 

< 문명특급 >은 곧 재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언행을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누굴 좋아한다고 해도 <문명특급>이 좋아한다 이렇게 나가니까 답답할 때가 많았어요.


2021년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안정적인 팀 구성으로 한마음이 되어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고용환경이 불안정한 친구들이 있고, 우리가 그리는 미래에 반드시 그 친구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들의 미래가 불투명하니까. 그래서 내년에는 고정불변하는 팀원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저희 막내 친구가 2000년생이에요. 어린 친구들이 관심 있어 하는 걸 따라갈 수 없을지라도 뭔지는 알아두자는 생각이에요. 저희는 이미 고인 물이니까요.(웃음)


여전히 1순위는 일이군요.

< 문명특급 >이 항상 저한테는 0순위이죠. 0순위가 되는 콘텐츠와 팀원 그리고 ‘연반인’으로서의 제 활동이 잘 밸런스를 맞추는 게 가장 큰 화두예요. ‘워라밸’이 아니라 ‘워워밸’이랄까요.‘라이프’는 나중에 또 많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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