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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 아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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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코튼과 장바구니, 깐깐한 분리배출이 정말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엄격한 시선으로 다시 본 친환경 라이프.    
[ ‘에코 프렌들리’라는 면죄부 ]
넷플릭스의 스탠드업 코미디쇼 <하산 미나즈쇼: 이런 앵글>을 즐겨 본다. 미국과 세계에 만연한 불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정치 풍자쇼다. 보통은 그의 촌철 같은 비판과 말장난에 낄낄 웃으며 맞장구 친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 ‘패스트 패션의 진실’ 편을 볼 땐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서 내가, 아니 우리가 지구에 저지르고 있는 거대한 잘못이 사정없이 까발려져서. 패스트 패션 기업을 둘러싼 비판적 의견-비윤리적, 비환경적 생산 환경과 시스템-은 일단 차치하겠다. 이미 무수한 고발과 토의가 이뤄졌으며 일부분에선 협력과 개선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충격을 느낀 포커스는 다른 부분이다. 내가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소비’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쇼핑 방식이 그린 워싱(Green Washing: 위장 친환경. 기업이 실질적인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된 판매 술수에 불과했다는 사실 말이다. 미니멀리즘을 삶에 들이기 위해 물건을 쌓아둘 수 없는 작은 집으로 이사한 후 가급적 ‘그린’ ‘에코 프렌들리’ ‘책임감을 갖고 만든’ ‘유기농’ 같은 꼬리표를 달고 있는 제품을 선택해왔다. 물론 ‘이 옷이 꼭 필요한가?’ ‘적어도 20~30회는 입을 만한 옷인가?’ 같은 자문을 먼저 거친다. 그게 파괴를 늦추거나 약화시켜줄 실천이라고 믿으면서. 하산 미나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런 건 다 ‘Buxx Sxxx’ 같은 소리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지속가능한 울’ 태그를 내건 3~6만원짜리 니트의 주요 소재가 실은 구십 몇%의 폴리에스테르, 폴리아미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울 함량은 한 자릿수라는 뜻이다). 이 ‘석유’로 만든 옷들, 즉 지구상의 모든 합성 섬유는 생산 과정에서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지난 2018년 12월 <가디언>지에선 섬유 생산 과정에서 나온 온실가스가 전 세계의 비행기와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더 많다는 기사가 실렸다. 내가 입은 옷이 그걸 입고 비행하는 나보다 더 많은 탄소 발자국을 낸다. “그래서 나는 기부를 하거나 재활용하는 곳으로 보낸다”는 말로 죄책감을 덜어내는 이들이 있다. 나도 그중 하나다. 그런 옷은 대부분 쓰레기가 된다. 실제로 패션 브랜드들이 의류 수집 프로그램을 실시해 받은 헌 옷은 엄청난 탄소 배출을 거쳐 케냐, 모잠비크 같은 아프리카 대륙에 도착한 후 땅속에 통째로 묻힌다. 알다시피 그 (합성 섬유로 만든)옷들 역시 영원히 썩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들이다.  
[ 환경을 생각하는 플라스틱? ]
사실 가장 빈번하게 이미지 세탁이 이뤄지는 분야는 ‘플라스틱’ 세계다. 많은 기업이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플라스틱 앞에 환경 친화적 수식어를 붙여 ‘그린 워싱’을 꾀한다. 1초에 4000개의 플라스틱 병을 전 세계에 팔아 치우는 코카콜라를 비롯해 다국적 기업들이 재활용, 재생 플라스틱 소재 사용 비율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키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 프랑스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을 만든 상드린 리고 감독은 단호하게 이 정책들이 사탕발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들이 대안으로 내놓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용기, 옥수수 같은 식물성 소재로 만든 플라스틱이 ‘함유’된 용기 역시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재활용을 위해서 또다시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은 환경 정책이 될 수 없어요. 지금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사용 자체를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샹드린 리고의 말이다. 소비자에겐 책임이 없을까? 플라스틱 앞에 붙은 ‘재생’, ‘재활용’이라는 꼬리표를 보며 안도감을 느낀 적이 있나? 그 수식어로 가책을 덜어왔다면 당신 역시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무포장(@mupojang)이라는 SNS 계정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펼치는 오은경 활동가는 최근 글로벌 커피 브랜드가 내놓은 ‘다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황당한 그린 워싱 사례로 꼽는다. “환경 보호를 이유로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중단시킨 브랜드가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 다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기념품으로 만들어 대량 생산한 걸 봤어요. ‘다회용’은 면죄부도 명분도 될 수 없어요. 아주 위험한 착각이죠. 애초에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더 중요한 건 ‘재활용’이 프리패스가 아니며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녀는 분리수거 시스템이 잘 정착된 곳일수록 쓰레기를 더 쉽게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한다. 페트병 안의 내용물을 깨끗이 헹구고 상표 비닐을 꼬박꼬박 제거해서 버리는 것이 친환경적 실천이 아니라, 애초에 페트병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 대체되지 않는 대체재 ]
종이도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봉투 대란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제로 웨이스트를 표방하는 기업과 브랜드에서 포장재, 완충재를 ‘종이’로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지한 것을 보며 안심하고 구매한 적이 있다면 더욱 명심하라. 오은경 활동가는 이 역시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종이 포장재를 새롭게 생산하는 것이 폐기의 관점에선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지만, 생산의 관점에선 지속가능한 옵션이 아닙니다. 사실 비닐 봉투 자체가 종이 봉투 생산으로 잘려나가는 나무를 줄여보고자 발명된 소재예요. 비닐 사용 금지 이후 다시 종이 사용이 증가한다면 그건 퇴행이나 마찬가지죠. 폐지를 활용하거나 각종 포장재를 배출하는 온라인 구매를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더 궁극적인 해결책입니다.” 특히 ‘종이컵’은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는 솔루션과 거리가 멀다. 컵 안쪽에 방수를 위해 입힌 폴리에틸렌 코팅이 플라스틱 수지이기 때문. 쉽게 말해 종이 ‘틀’로 된 플라스틱 컵이라는 뜻이다. 이 종이컵이 제대로 재활용되려면 플라스틱 막을 제거하는 특수 설비를 갖춘 처리 시설을 거쳐야 한다. 유럽의 환경 단체 ‘종이컵 회수·재활용 그룹’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25개 종이컵 가운데 단 1개만이 온전히 재활용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플라스틱 대신 빨대, 텀블러, 장바구니, 식기 등을 만드는 소재로 떠오른 실리콘은 그린 워싱을 경계하는 이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이슈다. 1979년 미국 식품의약국이 ‘원료인 실리콘 다이옥사드는 건강을 위협하는 소재가 아니며 식품, 음료 등과 닿아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이 재료는 ‘친환경’이라는 단어와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캐나다 환경전문기업 ‘플라스틱 없는 세상(이하 LWP)’은 ‘실리콘은 결국 플라스틱과 동일한 소재이며, 친환경 제품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LWP는 실리콘의 유해성에 관한 후속 연구가 불충분하며 생분해가 불가능하고 재활용률이 낮다는 점에서 반친환경적 소재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우리 나라엔 유럽, 미국 등과 달리 실리콘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실제로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등이 합작해 만든 앱 ‘내 손 안의 분리 배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실리콘은 재활용 카테고리가 아니라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고 있다. 플라스틱보다는 안전하다는 사실이 ‘친환경’과 ‘인체 무해’를 보증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 녹색 거짓말에 대처하는 자세 ]
영리한 당신은 헌 옷을 가져오면 새 옷 구매를 위한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는 광고가 그린 워싱을 뒤집어쓴 수법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알지만 모르는 척 속고 싶은 마음’에 있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더 이상 새 옷을 사지 않겠다고 공약한 제인 폰다처럼 근사한 선언을 하라는 게 아니다. 다만 그 떠맡기고 싶은 ‘헌 옷’을 한두 해 더 입었을 때 일어나는 달콤한 나비 효과를 외면하지 말자. 많은 환경 단체가 의류 수명을 1년만 연장해도 탄소 발자국을 25~30%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새 옷 대신 중고 옷을 한 벌 사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3kg 감소한다. 그게 쌓이면 1년 동안 도로 위에서 약 50만 대의 차량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수치가 된다. 텀블러는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지만, 만들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일회용 컵보다 훨씬 더 많다. 카페에 갈 때마다 한두 개씩 사 모으는 수집벽을 극복할 자신이 없다면 그냥 종이컵을 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환경단체마다 내놓은 ‘최소한의 사용 횟수’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미국 수명 주기 사용 에너지량 분석 연구소는 소재에 따라 대략 15~40회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보다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덴마크 환경 및 식품부는 제품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만 따졌을 때 슈퍼마켓에서 받은 비닐 봉지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까지 최대한 많이 재사용하는 것이 새 에코백을 구매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한다(물론 ‘기후 변화’ 측면만 고려했을 때 도출된 연구 결과다. 해양 생태계엔 비닐 봉지가 가장 안 좋다). 비닐 봉지와 종이 가방을 대체하는 에코백을 쇼핑할 계획이 있다면 이미 있는 아이템을 약 7100번 이상 사용한 후 구매하길 권한다. 영국 환경청은 이보다 훨씬 낮은 ‘131회 이상 재사용’이라는 기준을 내놨지만 두 숫자 모두 달성하기 힘든 경지인 건 마찬가지. 비건뷰티 브랜드 ‘플랑드비(@pleine.devie)’의 박아름 대표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삶과 가장 가까운 채식주의도 녹색 거짓말의 영역에 존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비건을 위시한 패션, 뷰티, 식품 등의 분야가 실제로 환경 친화적인지 끊임없이 질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원료적 특성만 놓고 볼 땐 대부분의 식물성 원료가 동물성과 석유계 원료에 비해 탄소나 물발자국 등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지구에 바람직한 방향인 것은 맞아요. 다만 제품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첨가물, 부산물, 포장재, 제조방식까지 친환경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조와 유통과정에서 여전히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거나(플라스틱이나 비닐이 아닌 척하거나), 화장솜 등 일회용품의 계속적인 사용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라면 진정성을 고민해봐야 하죠.” 이 모든 실천과 그 효용에 예의주시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안다. 청교도처럼 엄격하고 완벽하게 지킬 순 없겠지만 적어도 미디어와 기업에 의해 주입된 정보가 제대로 된 내용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갖는 일은 한층 더 시급해졌다. 전 국립과학기상원장 조천호 박사는 경고했다. 올해가 기후변화가 몰고 올 최악의 파국에 대처할 수 있는,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1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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