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 마이클 리 & 브로드웨이 '팬텀' 라민 카림루, '특별한' 듀엣 콘서트 사연

조회수 2018. 12. 21.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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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JTBC: 마이클리의 아름다운 심사평, '목소리로 데이트' 하는 느낌

<팬텀싱어>의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마이클 리는 이색 경력을 가진 '천상 뮤지컬 배우'입니다. 1995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투이' 역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그는 어느새 23년 차 뮤지컬 배우가 됐는데요. 


그는 곧 <오페라의 유령>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팬텀' 라민 카림루 배우와 뮤직 오브 더 나잇 2019 <마이클 리 & 라민 카림루> 콘서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12월 13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번 공연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출처: 올댓아트 이예슬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

세계적인 배우 라민 카림루와 단둘이 콘서트를 열게 됐습니다. 함께 공연에 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올해 2018년 5월 국내에서 열렸던 앤드류 로이드 웨버 7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라민과 함께 무대에 섰어요. 소식은 많이 들어서 익히 알고 있던 배우였죠. 영국 웨스트엔드의 <오페라의 유령> 2007년 공연 당시 역대 최연소 '팬텀' 역으로 발탁됐고, 브로드웨이 25주년 공연에서까지 팬텀을 연기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레미제라블>의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주인공 '장발장' 역을 한 대단한 배우여서, 일을 함께 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당시 공연을 준비하면서 여유가 있을 때 라민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리고 공통점이 많다는 걸 깨달았죠.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고, 특히 락 음악을 좋아한다는 점이 비슷했어요. 아들 둘이 있고, 다른 나라에 왕래할 일이 많은 점도요. 그래서 함께 공연을 기획하게 됐는데, 약 두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어요. 


그렇다면 공연에서 락 음악도 만나볼 수 있겠군요. 공연은 어떤 곡들로 채워질 예정인가요?


공연될 곡 목록은 약 85% 정도 완성됐는데, 알려드리면 스포일러라서.. (웃음) 하나만 알려드릴게요. 퀸 노래를 선곡할 계획인데, 좋은 노래가 너무 많아서 어떤 곡을 공연에 올릴지 아직 고민중이에요. 제가 프레디 머큐리의 엄청난 팬이어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개봉 당일에 보러 갔는데, 라민도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프레디 머큐리는 카리스마, 연기, 노래와 어우러지는 스토리텔링으로 봤을 때 뮤지컬 배우들에게도 배울 점을 주는 퍼포머라고 생각해요. 어떤 노래를 해야 할지 추천 부탁드려요.(웃음) 

출처: 라민 카림루 인스타그램 스토리(@raminkarimloo), 마이클 리 인스타그램(@michaelkleeofficial)
라민 카림루(왼쪽)와 마이클 리.

예전부터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역을 하고 싶다고 자주 어필하셨었는데, 라민 카림루 분이 세계적인 '팬텀'이시잖아요. 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신 적은 있나요? 


그런 적은 없어요.(웃음) 하지만 저는 라민처럼 완벽한 팬텀은 처음 봤어요. 사실 제가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이유가 <오페라의 유령>이어서 작품을 여러 번 봤어요. 처음으로 본 팬텀은 토론토 공연에서 뵌 콤 윌킨슨(브로드웨이 <레미제라블>의 오리지널 장발장)이었고, 국내 공연의 브래드 리틀도 멋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자리에서 라민이 의상도, 마스크도 없이 <오페라의 유령> 넘버를 부르는데, 완벽한 팬텀을 봤어요. 함께 공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사실 지금도 팬텀을 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기회가 없네요.(웃음) '라울' 역도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어요. 열심히 할게요.(웃음) 

출처: Joseph Marzullo
레아 살롱가(왼쪽)와 함께 브로드웨이 뮤지컬 <Allegiance>에 출연한 마이클 리.

라민과의 특별한 인연 외에도 이 콘서트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고 들었어요. 


네, 맞습니다. '나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을 기획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2006년에 한국에서 데뷔하고 쉬지 않고 활동을 해왔는데, 데뷔는 브로드웨이에서 했어요. 두 나라에서 정말 많은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을 만났고, 그러다 보니 재능이 많거나 유명한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을 기회가 많았어요. 라민과의 관계처럼요. 그래서 한국 관객분들에게도 이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 생각해서 기획하게 됐죠. 앞으로도 이런 공연을 시리즈처럼 이어나가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마이클 리 & ○○○> 시리즈를 기대해봐도 되는 걸까요?(웃음)


그렇죠.(웃음) 아직 아이디어만 많은 상태라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지만,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보고 있어요. 확실한 것은 공연을 통해 국내 관객분들께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매력과 파워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다른 아이디어도 있으신 건가요?


같이 일하는 우리 팀원들은 힘들어하지만(웃음), 아이디어는 정말 많아요. 주변에 한국인-미국인 부부들이 꽤 있는데, 양국의 문화적 차이점이 사소하지만 강하다는 점을 느꼈어요. 그래서 이번 콘서트 끝나고 나서는 그 차이점을 아우르는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단순한 문화의 퓨전이 아니라, 차이점으로 시작된 다른 사고 방식과 가치관까지 풀어낼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제 꿈의 공연이에요.

출처: ㈜블루스테이지
국내 무대보다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데뷔한 마이클 리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 양국의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느낀 차이점도 있을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뮤지컬 시장이 돌아가는 시스템이죠. 브로드웨이에는 한 역할을 한 배우가 도맡아서 장기간 공연을 하는 원캐스트가 많고, 한국에는 한 역할에 여러 배우들이 멀티캐스팅되어 단기간으로 공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배우로서는 두 시스템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느껴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미국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한 역할을 오래 할 수 있어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주 끈끈해진다는 점이에요. 배우와 캐릭터의 내적 관계도 단단해져서 연기에 깊이도 생기죠. 하지만 특정 배역을 '내 역할'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해요. 한국 시스템의 장점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또 흥행 성적이 좋으면 앙코르 프로덕션을 하기 때문에 공연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발전된 연기로 캐릭터에 변화를 줄 수 있어요. 하지만 장기 공연이 없다 보니 캐릭터와 오래오래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어서 아쉬워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함께하는 주변 사람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국내에서 함께한 배우 또는 스태프들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제 성향이 그런 것 같아요.(웃음)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나쁘게 헤어진 적이 없어요. 늘 좋은 기억만 남더라고요. 그래서 진심으로, 모든 공연이 좋았어요. 한국에서 일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모든 배우분들과 스태프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도 꼭 뽑아야 한다면…. 이자람 배우분이 생각나요. 제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하다 보니, 국내에서는 원래 대사가 거의 없는 송스루 뮤지컬만 했었는데요. 4년 전 처음으로 <서편제>라는 큰 도전을 하게 돼서 이자람 배우를 처음 뵀죠. 그분은 배우가 아닌 예술가로 느껴졌어요. 옆에 서기만 해도 행복했어요. 

출처: CJ E&M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 역을 맡은 배우 이자람.

이번에 함께 공연하시는 라민 카림루와 연습 스케줄을 맞추기가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 연습할 때는 어떠셨나요?


라민은 저보다 훨씬 바빠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뮤지컬 콘서트도 하고, 지금은 밴드 투어도 하고 있죠. 그래서 함께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인터넷 영상 통화로 만나고 있어요. 이렇게 연습하는 건 처음이에요.(웃음) 그래도 공연이 가능한 이유는, 저희가 생각하는 방식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같은 난관에 봉착하면 떠올리는 아이디어가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개인 연습을 충분히 하면서 지금처럼 소통하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저희가 성격이 너무 비슷하다보니, 오랜 기간 같이 있었으면 형제처럼 싸웠을지도 모르겠어요.(웃음)


남성 뮤지컬 배우 두 명이서 하는 콘서트는 드문 것 같은데, 배우로서 모험이지 않나요?


아무래도 남자 듀엣 넘버가 많이 없는 편이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솔로 넘버들을 듀엣 버전으로 편곡해서 준비하고 있어요. 게스트는 없지만 저와 함께 공연을 한 적 있는 앙상블과 댄서분들도 함께 할 예정이고요. 좋은 배우와 함께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저도 배울 점이 많고, 그 과정 자체가 참 좋아서 모험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모험적인 만큼 잘 해내면 더욱 성공적이지 않을까요?(웃음)


이번 공연을 위해서 유튜브 계정을 새로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네.(웃음) 콘서트 관련 내용이나 준비하는 과정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많이 올릴 예정인데요. 사실 이번 공연만을 위한 계정은 아니고,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아요. 뮤지컬 배우 지인들이나 일반인을 섭외해서 '마이클 리를 위한 한국어 레슨' 같은 공연과 무관한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싶어요.(웃음)

공연을 통해 두 배우가 생각하는 뮤지컬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하셨어요. 


음.. 너무 많이 말씀드리면 스포일러라서,(웃음) 무대에서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저희 공연은 '음악적인 인터뷰(musical interview)' 같아요. 음악을 통해 각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거예요. 또 저희는 콘서트 자체도 일반적인 뮤지컬 갈라 콘서트와 다르게 실제 뮤지컬처럼 구성했어요. 뮤지컬의 다양성까지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뮤지컬의 다양성이요?


저는 뮤지컬이 아주 파워풀한 장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은 음악과 스토리텔링을 동시에 담고 있고, 그래서 관객들이 배우의 연기를 더 잘 받아들일 수가 있어요. 영화, 연극, 책 등과 분명히 구별되죠. 하지만 뮤지컬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넘버들은 극소수예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겟세마네(Gethsemane)' 같은 대곡처럼요. 저도 이 곡을 참 좋아하지만, 이 작품에는 재평가되어야 하는 좋은 넘버들도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 중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까지도 관객분들께 소개하고 싶어요. 


특별히 공연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우선, 제 팬분들께 추천합니다.(웃음) 함께 있는 사람이 달라지면 또 다른 모습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라민과 함께하는 공연은 새로운 마이클 리를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또 라민의 공연 영상을 이미 모두 섭렵하신 팬분들께도 추천합니다. 지금까지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지만 라민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을 많이 부를 예정이에요. 콘서트와 뮤지컬의 퓨전을 보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드립니다. 

출처: ㈜블루스테이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 공연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생각했어요. 라민과 맞춰볼 시간은 적고, 보여드리고 싶은 건 너무 많았거든요. 저랑 일하는 스태프들은 정말 힘들 거예요, 제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웃음) 그런데 얼마 전 처음으로 공연의 대략적인 리허설이라고 할 수 있는 런-스루를 했는데, 공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우리 팀 덕분에 아이디어도 거의 다 이뤘고요.(웃음)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꼭 보러 오세요!

출처: ㈜블루스테이지

뮤직 오브 더 나잇 2019

마이클 리 & 라민 카림루


2019.01.05 ~ 2019.01.06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마이클 리, 라민 카림루 출연


기본가 4만 ~ 15만 원

공연시간 100분 (인터미션 없음)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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