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스릴러에 빠지지 않는 이 곡, '레퀴엠'에 담긴 이야기

조회수 2021. 3. 30. 14: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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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최근 몇 년간 흥행한 영화-드라마에서 미스터리와 스릴러 요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6년 TvN의 <시그널>부터 시작해 국내 드라마 중에선 이례적으로 세 번째 시즌까지 이끌어간 OCN의 <보이스>, 한국판 엑소시즘 드라마 <손 더 게스트>, 얼마 전 시청자들의 열띤 성원 끝에 시즌 2를 시작한 <펜트하우스>, 작년 하반기 넷플릭스를 뜨겁게 달군 웹툰 원작의 드라마 <스위트홈>, OCN <타인은 지옥이다>까지. 

그런데 이 작품들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클래식 곡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스쳐 지나가듯 조금씩, 혹은 앞날을 예견하듯 노골적으로 연주되는 그 곡의 정체는 바로 레퀴엠(Requiem). 이번 글에서는 레퀴엠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영화, 드라마 속 장면들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레퀴엠은 곡의 이름이 아니라 합창곡의 한 종류를 가리킵니다. 한국어로 번안하면 '진혼곡'이라는 뜻인데요.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한 음악으로, 주로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위령 미사를 가질 때 흘러나왔습니다.  곡의 첫 마디 가사가 항상 '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주여, 저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는 말로 시작했기 때문에 정식 명칭은 '죽은 사람을 위한 미사곡'이지만, 그 앞 단어를 따 '레퀴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레퀴엠을 쓴 주요 작곡가들은 누구일까요? 오페라 거장 주세페 베르디, 화려한 기교로 유명한 프란츠 리스트, 로맨틱한 감성의 슈만부터 슈베르트, 체르니, 포레, 모차르트, 현대 음악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등 많은 음악가들이 레퀴엠을 썼습니다. 엄숙하고 엄격한 미사곡이라고 하니 각 곡이 음악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요. 파트별로 분위기는 비슷할 수 있지만 전개 방식이나 구성 등의 면에서 음악가들 각각의 개성이 잘 드러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베르디와 모차르트의 레퀴엠이죠. 두 작곡가의 레퀴엠에는 똑같이 '진노의 날'이라는 곡이 담겨있습니다. 강렬한 도입부와 웅장하고 급박한 분위기는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각각 다른 매력이 있어 청중들에게 사랑받고 있죠.


죽음과 가까운 레퀴엠. 미스터리·스릴러 장르 창작물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창작물 속에 복선처럼 등장하는 음악들의 경우는 그 가사나 창작 배경에 스토리가 있는 경우가 많죠. 레퀴엠 역시 그렇습니다. 앞서 레퀴엠 가사는 공통적으로 라틴어 전례문을 쓴다고 소개했는데요. 그 안에는 '하느님의 심판',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등 종교적 의미를 지닌 말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장송곡'의 노랫말과는 다소 맥락의 차이가 있죠? 당시 교회에서는 죽음을 끝이 아니라 그동안의 삶에 대한 심판을 받는 관문이라고 여겼거든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레퀴엠이 등장하는 장면들의 내용이 악인을 향한 심판이나 비극적인 죽음, 죽은 이에 대한 추모를 암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이유는 이런 배경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스위트홈>의 오프닝 OST인 '진노의 날'은 모차르트 레퀴엠 '진노의 날'을 모티브로 제작한 곡인데요. '진노의 날이 오면 심판자가 나타나 이 세상에 심판을 내린다'라는 내용의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심판의 날을 연상시키는 드라마 속 아수라장 배경을 고려하면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죠.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는 <펜트하우스 시즌 1> 속 '주단태', <보이스 3>의 '모태구' 등 유독 악인들의 테마곡으로 여러 번 흘러나왔는데요. 이 곡의 가사는 죄인이 구원받고 신이 용서하길 바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결말에 이르러 악인이 정당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을 암시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실제로 이 곡을 테마곡으로 삼았던 창작물 속 악인들 대부분은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고요.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주단태'의 결말이 어떨지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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