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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도레미송'은 바로 찬송가?

조회수 2020. 12. 2.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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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위 영상 속 노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OST '도레미송'입니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7음음계에 해당하는 알파벳과 연관된 단어로 가사가 이루어져 있죠. 국내에선 '도는 하얀 도화지, 레는 둥근 레코드…'로 시작하는 가사로 개사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가사 덕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로도 불리는데요. 실제로 '도'라는 음계의 이름이 암사슴을 뜻하는 'Deer'나 '도화지'의 첫 글자에서 따온 이름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누구나 익숙하게 부르는 7음음계. 그 시작은 어디일까요?

유럽 중세의 음악은 종교를 통해 발전해나갔습니다. 악보에 음악을 기록하는 기보법의 탄생 과정에서도 교회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7음음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레미파솔라시'가 탄생한 배경에는 교회와 성가 교육이 밀접하게 엮여있죠.

'도레미파솔라시' 7개 음에 이름을 붙인 사람은 중세 시대 이탈리아의 음악 이론가이자 교육자였던 귀도 다레초입니다. 그는 음악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는데요. 중세 시대는 제자들에게 하나의 곡을 가르치는 것조차 벅찬 시기였습니다. 지금처럼 체계적인 악보와 계명창이 없었기 때문이죠. 

출처: 위키피디아
중세의 체로노믹 네우마 기보법에 의해 기록된 시

지금은 악보를 보고 해당 음을 따라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중세의 악보를 보고 노래의 정확한 음과 음의 길이, 세기, 박자 등을 알아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음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가늠하는' 방식의 악보였기 때문이죠. 따라서 선창하는 사람 없이 노래를 온전히 배우기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구전으로 음악을 전해야 했기 때문에 성가를 모두 익히는데 드는 시간도 어마어마했죠. 

이제까지 모르는 성가를 가르치는 데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모노코드로, 한 음씩 소리 내어 그 음을 듣고 배우는 것이었다. 이것은 초보자에게나 좋은 유치한 방법일 뿐으로, 모르는 성가를 부를 때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어떤 악기의 소리에 의지해서 배우는 것은, 장님이 안내자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귀도 다레초가 동료 수도사 미카엘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귀도 다레초는 새로운 기준을 고안해내기로 합니다. 그 기준은 바로, '성 요한 찬가'라는 성가였는데요. 귀도 다레초가 이 곡을 기준으로 삼은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성 요한 찬가'의 악보

위 그림은 '성 요한 찬가'의 악보입니다. 악보에 포함된 가사 중 굵게 표시된 글자의 음표만 따로 살펴보면, 오선지에서 한 칸씩 올라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는데요. 


차례로 높아지는 이 여섯 개 음을 기준으로 삼고, 그 가사를 따 '우트(Ut). 레(Re), 미(Mi), 파(Fa), 솔(Sol), 라(La)'라고 부르기로 하죠. 이렇게 다장조의 '도레미파솔라'의 6음음계가 탄생했습니다. 

귀도 다레초의 이 시도는 음악사에서 길이 남는 업적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귀도 다레초의 계명창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불편한 악보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죠. 

'도레미파솔라'의 6음은 차차 발전을 거듭해 갑니다. 우선, 1600년 경에'도레미파솔라'외에 일곱 번째 음이 추가됩니다. 앞선 여섯 글자가 '성 요한 찬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 기인해 'Sancte Ionnes(성 요한)' 어절의 각 첫 번째 글자를 따 '시(SI)'라고 이름 붙였죠. 


1673년에는 이탈리가 작곡가 보논치니가 '우트(Ut)'라는 발음이 어려워 '도(Do)'로 이름을 수정하죠. 성가에서 주님을 뜻하는 'Dominus'의 앞 글자를 땄습니다. 이렇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7음음계가 완성됩니다. 

귀도 다레초는 계명창 외에 기보법을 발전시킨 인물로도 유명합니다. 지금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늘 분투했던 귀도 다레초, 그의 고민 덕분에 더 많은 아름다운 음악들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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