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션

어느 클래식 연주에 대해 누군가 이런 리뷰를 남겼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제 막 클래식을 찾아 듣기 시작한 사람이거나, 클래식에 큰 관심은 없지만 유명 연주자의 연주가 궁금해 리뷰를 찾아보려 했던 사람이라면 적잖이 당황할 수 있겠죠.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이런 클래식 음악 용어들은 대부분 이탈리아어입니다. 한국인인 우리는 자주 쓰는 것이 아니라면 이탈리아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이런 클래식 음악 용어들을 바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런 표현들을 알고 있는 것은 음악 감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음악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도 필요하고, 연주자마다 이 지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연주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여러 연주자의 연주를 비교하며 듣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연주기호란 음악의 빠르기, 나타냄, 셈여림 등 연주법을 지시하는 기호의 총칭입니다. 대개 이탈리아어이고, 연주자에게 음악을 어떻게 연주하거나 표현하라는 지시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크게 빠르기말, 나타냄표(나타냄말), 셈여림표, 그리고 여러 부사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오늘은 이런 여러 연주기호 중에서도 음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첫 번째로 알아두면 좋을, 빠르기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세 곡의 훌륭한 클래식 명곡과 함께요. 

빠르기말은 음악의 빠르고 느림을 지시하는 연주기호입니다. 안단테, 알레그로 같은 것들이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안단테'(Mozart piano concerto No.21 2nd movement 'Andante', 또는 II. Andante)' 와 같이 표기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보통 빠르기를 지시하는 말은 모데라토(moderato)입니다. 모데라토에는 온화하게 연주하라는 뜻도 있습니다. 모데라토로 지시된 곡 중 제일 유명한 곡은 아마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정경'일 텐데요. 아래의 연주를 감상하며, 모데라토가 어느 정도의 빠르기인지 느껴볼까요?

이번에는 보다 느리게 연주할 것을 지시하는 표현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안단티노andantino는 모데라토보다 조금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입니다. 또는 안단테 정도 속도의 소곡, 짧은 작품을 뜻하는 표현이기도 하죠. 

안단티노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안단테andante는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으로, '걷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안다레andare에서 유래했습니다. 앞서 예를 든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의 경우처럼, 고전 소나타나 교향악에서 2악장은 느린 것이 대부분이어서 안단테는 빠르기말일 뿐만 아니라 고전 소나타나 교향곡의 느린 악장(2악장), 또는 안단테 속도의 곡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아래 손열음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으로 안단테의 속도감을 느껴볼까요? 첫 마디를 듣자마자 "아, 이 곡!" 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 예능, CF, 영화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음악입니다. 

그럼 안단테보다 더 느리게 연주하라는 지시는 어떻게 표시할까요? 여기에는 렌토lento, 라르고largo, 아다지오adagio, 그라베grave가 있는데, 같은 아주 느리게를 뜻하지만 더 자세히 뜯어보면 조금씩 다릅니다. 렌토는 아주 느리고 무겁게, 라르고는 아주 느리고 폭넓게, 아다지오는 아주 느리고 침착하게라는 뜻이죠. 그라베는 아주 느리고 장중하게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서 종종 지시됩니다.   

보다 느리게 연주할 것을 지시하는 표현들이 있으니, 보다 빠르게 연주할 것을 지시하는 표현들도 있겠죠?

알레그레토allegretto는 모데라토보다 조금 빠르고, 경쾌하게 연주하라는 뜻입니다. 아마 많이 들어보았을 알레그로allegro는 빠르고 경쾌하게 연주하라는 뜻이고요. 

앞서 안단테가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의 빠르기말일 뿐만 아니라 고전 소나타나 교향곡의 느린 악장(2악장), 또는 안단테 속도의 곡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했는데, 알레그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전 소나타나 교향곡에서 대개 1악장과 4악장이 빠른 악장이어서, 고전 소나타나 교향곡의 1악장과 4악장 또는 알레그로 속도의 곡을 가리킬 때도 알레그로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의 1악장 역시 알레그로인데요. 아래 영상을 통해 그 속도감을 느껴보겠습니다. 이 곡도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곡이죠. 

물론 알레그로보다 더 빠르게 연주할 것을 지시하는 표현들도 있습니다. 비보vivo, 비바체vivace, 프레스토presto 같은 것들인데요. 이 경우에도 같은 빠르게를 뜻하지만 자세한 뜻은 조금씩 다릅니다. 비보는 빠르고 활발하게, 비바체는 빠르고 경쾌하게, 프레스토는 빠르고 약간 성급한 느낌이 들게 연주하라는 뜻이죠.  

이 표현들을 굳이 '달달'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대략의 느낌을 기억해둔다면 곡의 제목을 보고 '아, 이 곡은 느리게 연주되겠군'이라고 짐작할 수 있겠죠. '이 연주자는 느린 곡을 빠르게 연주했군'이라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연주를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