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프리', 70년 전부터 공연계를 흔들었다?!

조회수 2020. 6. 19. 14: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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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프리 캐스팅’은 요즘 공연계의 큰 이슈 중 하나죠. 2-3년 전부터 공연계에서는 배역의 성별에 제한하지 않고 배우를 캐스팅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트렌드인 것만 같은 ‘젠더프리 캐스팅’이 사실은 70년 전부터 있어왔다는 사실!

70년을 앞선 '여성국극'!

주인공은 바로 ‘여성국극’입니다. 여성국극은 창극과 비슷하지만, 모든 배역을 여성 배우가 맡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창극은 이야기 속 인물들에 따라 대사를 나누고, 분창해서 노래를 부릅니다. 분창을 하면서 남자 배역, 여자 배역이 생기게 되는데, 여성국극에서는 이 모든 배역을 여성들이 연기합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왕자가 된 소녀들>(2012) 자료화면, 여성국극 배우 김경수와 김진진

일제강점기가 끝나면서, 기생을 관리하고 양성하는 권번이 해체됩니다. 기생들은 예인으로서 일할 수 있게 되지요. 이들은 주로 국악계로 진출했는데요, 당시 국악계의 교육은 스승의 소리를 제자가 따라하며 배우는 도제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 엄격한 위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종종 여성 제자들은 성적으로, 경제적으로 착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1948년, 국악원에서 나온 여성들이 ‘여성국악동호회’를 만든 것으로 여성국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왕자가 된 소녀들> 자료화면

이들은 1948년인 10월, <옥중화(獄中花)>로 창립 공연을 올렸고, 바로 그 이듬해 1949년에 <햇님달님> 공연이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여성국극공연은 전쟁중에도 피난을 다니며 공연을 이어갑니다. 당시 여성국극의 팬들 일화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극장은 언제나 만원이었고, 심지어는 남역을 맡은 배우와 그의 팬이 가상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죠.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정은영, 유예극장, HD 단채널 영상, 35분 12초, 2018

하지만 1960년대부터 여성국극은 급격한 쇠퇴기에 접어듭니다. 극의 주제나 표현방식이 너무 진부하며, 영화 산업이 발달해 관객이 줄어들고, 실력 있는 배우들을 양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부장제의 성별분업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제기되고 있습니다. 극단의 행정 업무가 남성들에 의해 주도되면서, 극단 재산을 횡령하는 사건들도 생기고, 여성 배우들은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자본을 모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증언은 다큐멘터리 영화 <왕자가 된 소녀들>(2012)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웹툰
네이버 웹툰 <정년이>의 한 장면 갈무리

여성국극은 여성국극보존회에 의해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왕자가 된 소녀들>(2012) 같은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지고, 우리나라의 전통 양식 중 하나로서 연구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8년, 정은영 작가가 여성국극 아카이빙 프로젝트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게 되고, 2019년,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네이버 웹툰 <정년이>가 연재되기 시작하면서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주기적으로 공연되는 여성국극 공연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현재 영상으로는 유튜브의 복지TV채널에서 여성국극 대춘향전을 감상할 수 있고, 네이버 시리즈온과 왓챠플레이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왕자가 된 소녀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정은영 작가가 여성국극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작업하며 출판했던<전환극장 Trans-Theater>(포럼에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도록인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터틀북스) 역시 인터넷 서점에서 만날 수 있으니, 70년 전의 젠더프리 캐스팅 문화가 궁금해졌다면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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