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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이 스크린을 찢고 나왔다면?!…박민성이 그리는 '영웅본색'

아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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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 영화

바바리코트에 선글래스를 끼고, 입에 성냥개비를 문 남자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198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영화 <영웅본색>.


진정한 우정과 가족애를 담은 메시지와 쌍권총 액션과 같은 혁신적인 액션 장면, ‘당년정’, ‘분향미래일자’와 같은 주옥같은 음악으로, 그 시절의 상징이 된 <영웅본색>이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주인공은 송자호, 송자걸 형제이지만, <영웅본색>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주윤발이 연기한 마크다. 그가 보여주는 뜨거운 의리와 쌍권총 액션 장면에 반해 성냥개비를 입에 물어본 사람이 부지기수일 터.

출처올댓아트 이민지

포스와 멋짐으로 중무장한 역할에 이 배우가 캐스팅된다고 했을 때,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특유의 선 굵은 연기와 객석을 장악하는 에너지를 내뿜는 배우 박민성이 그 주인공. 무대 위와 다르게 차분하고 담담하게 인터뷰에 임한 박민성의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빅픽쳐프로젝트

-. <영웅본색>은 홍콩 누아르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에요. 이를 무대화한 뮤지컬에 참여하는 소감이 어떤가요?

1980~90년대 그 시절을 보냈다면 영화 <영웅본색>을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보지 않았을까요? 저도 어렸을 때 봤던 기억이 있어요.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선글래스와 바바리코트를 입는 게 유행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잖아요.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뮤지컬 무대에서 마크 역은 제가 처음이니까 기대감을 가지고 영광스럽게 임하고 있어요.

-. 주인공은 송자호, 송자걸 형제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건 마크예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합니다.

<영웅본색>하면 주윤발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하고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자리 잡았잖아요. 마크는 멋있고, 불쌍하고, 짠하고, 섹시함이 다 있어요. 일명 ‘단짠’이 다 있는 캐릭터라고 할까요? (웃음) 먼저 영화를 2번 정도 정주행했는데, 오랜만에 봤지만 정말 재밌게 봤어요.


하지만 영화, 주윤발을 보고 캐릭터를 구축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는 편집이 있고 주윤발이기에 가능한 것이 있는데, 뮤지컬 <영웅본색>에서는 주윤발은 없는 저만의 마크를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신기하게도 왕용범 연출님의 대본은 연기했을 때 제가 오로지 마크에 몰입하게끔 해줬고, 뮤지컬의 가장 큰 장점인 넘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감정과 연기를 통해 저만의 마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출처빅픽쳐프로젝트

-. 처음으로 왕 연출에게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말을 들었다고요?

며칠 전에 첫 런을 마치고 연출님이 처음으로 저한테 “인생캐인데 어떡하냐?”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웃음). 사실 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그냥 마크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저도 마크라는 캐릭터를 준비하고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제 주변 친구, 동생들에게 하듯 장난치고 화내는 모습들이 마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제가 마크로 보이는 데 들었던 시간이 짧았어요. 그때 왜 연출님이 제게 마크를 시키셨는지 알 것 같았죠.

-. 최대철 씨와 더블 캐스팅이에요.

대철이 형과는 처음부터 캐릭터를 구축할 때 공유할 부분은 공유하고, 연출님의 디렉션에 의존해서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같은 역할을 하다 보면, 서로 도움을 바라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대철이 형은 처음부터 다가와 주셨죠. 뮤지컬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노래를 연기에 승화시켜야 하는데, 그 팁을 나누고, 서로의 연기를 모니터 해주며 이야기를 나눴어요.

출처빅픽쳐프로젝트

-. <영웅본색>도 그렇고, <벤허>부터 <프랑켄슈타인>, <삼총사>까지 우정과 의리를 그린 작품에 많이 참여했어요.

친구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배우의 삶을 살다 보니 어릴 때부터 함께 한 친구들이 많이 없어요.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은 주로 대학 동기, 동료 배우, 일로 만난 사이죠.


그래서 작품, 캐릭터에 다가갈 때 내가 그리고 원했던 찐한 우정과 의리를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를 비롯해서 지금 사람들은 벗, 우정을 말하는 게 오글거리고 부끄러워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런 것들을 공연에서라도 “나의 친구를 위하여”라는 구호를 외치듯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게 좋아요.

-. 유튜브에 민성 씨를 검색하면 노래와 발성을 극찬하는 보컬 분석 영상이 있어요. 혹시 봤나요?

당시에 주변에서 많이 보내줘서 봤는데, 보다 보니까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사실 저는 저에 관련된 걸 찾아보는 걸 쑥스러워서 SNS도 잘 안 해요. 그렇지만 정말 감사드려요. 나중에 공연 보러 오시면 인사 나누고 싶어요. (웃음)

-. 그만큼 ‘뮤지컬 배우 박민성’하면 노래와 성량을 떼어놓을 수 없는데, 혹시 목 관리 비법이 있나요?

저는 자기 관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냥 물 많이 마시고, 발성을 계속 체크하는 정도죠. 저만의 발성 확인 법이 있는데, 소리를 냈을 때 좋지 않으면 계속해서 목을 풀어요. 그 외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잠을 많이 자려고 해요. 목에는 잠이 보약이니까요.

-. 뮤지컬 배우가 되기 전에 아이돌 그룹 S.N.A로 데뷔했어요.

처음부터 아이돌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가수로서 성공하면, 개인 활동으로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된 건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죠. 연습생 시절에 몇 년 동안 갇혀서 춤추고 연습 생활을 한 게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그만두고 나니까 할 줄 아는 게, 연기와 노래, 춤밖에 없는 거예요. 그때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다가, 우연히 교수님이 학교 뮤지컬 공연을 추천해주셔서 하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러다 동기가 뮤지컬 오디션을 보자고 했는데, 제가 합격을 해서 그때부터 뮤지컬 배우 인생이 시작됐죠.

출처올댓아트 이민지

-. 뮤지컬 <그리스>의 두디로 데뷔해 활동하다가 1년 반이 넘는 공백기가 있었어요. 이때 클래식 중창단 ‘유엔젤보이스’로 활동했다고요?

어느 순간 뮤지컬 오디션이 딱 끊기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혼자면 상관없었겠지만, 그때 막 큰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책임져야 할 식구가 생겨서 현실에 타협해야 했죠. 뮤지컬을 잠시 접어두고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클래식 중창단에 들어갔어요.


돌이켜 보면 그 일도 제게 천운이었던 게 중창단에 들어가서 소리 공부를 다시 했어요.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지 않았던 발성법이나 노래하는 음색을 컨트롤할 수 있는 법을 배웠죠. 남성 5인조 중창단 속에서 노래를 굉장히 잘하는 친구들과 블렌딩하기 위해 저도 힘 있고 단단한 소리를 내야 했어요.


그때 눈뜨면 노래 연습하는 생활을 하면서 전문 성악가만큼은 아니더라도, 흉내 낼 수 있을 정도의 발성과 호흡, 근육이 자리 잡혔어요. 지금도 가끔 후배들이나 동료들 레슨을 해주는 데 그러면서 잊고 있던 거들을 다시 복기하면서 연습을 하고 있어요.

-. 다시 뮤지컬 무대에 돌아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한 2년 가까이 오디션 사이트에 안 들어갔어요, 보면 너무 하고 싶을까 봐요. 어느 날 집에 있다가 갑자기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피맛골 연가> 오디션 공고를 보게 된 거예요.


지정곡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를 듣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고요. 서출인 주인공은 학식이 뛰어나도 과거에 못 나가요. 그래서 대리시험도 봐주거나 동네 사람들의 편지를 대필해주면서 살아가는데, “열린 듯 닫힌 듯 돌고 돌고, 눈 뜨면 항상 막다른 길이고”라는 노랫말이 마치 제 상황 같아서 서글프더라고요.


제 최종적인 목표는 배우로서 행복하게 사는 삶이었는데, 꿈을 포기한 현실이 너무 제 이야기 같았어요. 그래서 오디션에 지원해서, 우여곡절 끝에 김생으로 무대에 섰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뮤지컬을 떠나 있다 와서 터무니없이 부족했는데, 양희경 선생님이나 박은태 형, 조정은 누나께 많은 도움을 받았죠. 다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지만, 뮤지컬에 돌아왔을 때 다시 살아 숨 쉬는 것 같았어요.

-. ‘배우 박민성’에게 무대에 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뒤돌아보면 절벽이 있다고 생각하고, 너무도 절실하고 절박하게 달려가고 있어요. 아마 죽는 날까지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보면 잘하는 선배님이나 동료, 후배님들이 많잖아요. 한순간 나태해지면 제 자리는 없어요. 무대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절실하지 않은 자가 활개 치도록 내버려 두지를 않아요.


저는 일이 없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현재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어요. 요즘 관객 여러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고, 제가 힘들 때 곁을 지켜주셨던 팬분들에게 은혜를 갚으려면 잘 버텨서 끝까지 롱런해야죠.

-. 1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절벽에 서 있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힘든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힘들 때 희열을 느껴요. 제가 힘들게 준비해서 작품을 올리고,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나 환호성을 들었을 때 ‘내가 이 박수를 들으려고 죽어라 했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저 잘했다는 박수가 아니라 “너 정말 죽을 둥 살 둥 준비했구나”라는 의미로 다가오고, 그 박수를 부끄럽지 않게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비싼 티켓값과 시간을 들여 저를 보러 온 관객분들께 박수 값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처올댓아트 이민지

-. 올 한 해 배우로서 연극 <벙커 트릴로지>부터 <여명의 눈동자>, <시데레우스>, <벤허>, <영웅본색>까지 쉬지 않고 무대에 올랐어요. 인간 박민성으로서 2019년을 돌아본다면 어떤 한 해인가요?

진짜 열심히 잘 산 것 같아요 (웃음). 작품 개수만 봐도 이전에는 세 작품 정도 했는데, 올해는 다섯 작품을 했잖아요. 올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아서 행복하게 무대에 올랐어요. 다만 열심히 살았다고 해도 훌륭히 살았다고는 못하는 부분을 내년에는 해낼 수 있기를 바라죠. 배우로든, 인간으로든, 작년보다 나은 올해였고,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살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영웅본색>을 기대하고 있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요?

영화 <영웅본색>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오셔도 전혀 무리 없이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에요. 잘 만들어진 영화보다도 영화 같은 작품이고, 너무나 멋진 배우들이 고군분투하며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하고 오셔도 좋을 것 같아요. 특히 마크는 멋지고 짠하고 섹시하고 다 하는 캐릭터기 때문에 오셔서 극장에 오셔서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뮤지컬 <영웅본색>
2019.12.17 ~ 2020.03.22
서울 한전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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