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만으로는 부족해!..배우·연출까지 ★본투비★ 아티스트 이자람

조회수 2019. 10. 28.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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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소리꾼 이자람

출처: 프로스랩

사실 이 소개만으로는 그녀를 설명하기엔 한참 부족하다. 공연 중인 연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는 ‘소리’ 없이 ‘연기’만으로 무대에 올랐다. 판소리, 연출, 극본, 연기, 작창, 작곡, 작사, 음악감독,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까지, 그는 그가 흥미를 갖는 모든 장르를 넘나든다. 넓다고 얕은 것도 아니다. 어느 장르에서건 자신만의 깊이를 보여줄 만큼 고유한 이름이 됐다.


물론 출발은 판소리였다. ‘중요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이수자’ ‘최연소 춘향가 8시간 완창 기록 기네스북 보유자’라는 다소 무거워 보이는 이력은 늘 그를 따라다닌다. 그러나 그 무게감이 무색하게 판소리를 넘어 이곳저곳을 동시에 가볍게 넘나든다.


그러나 그 희귀한 재능에 비하면 아직 그의 이름이 덜 알려진 것만 같아 아쉽다. 이미 20대에 판소리에 이야기와 음악을 더한 창작 판소리 <사천가> <억척가>로 현대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그는 외국 평단의 극찬이 있고 나서야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반짝’하던 조명은 ‘전통’이나 ‘공연’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으레 그렇듯 어느덧 사라졌다. 그러나 조명이 있건 없건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들에 집중하며 아티스트 이자람의 이름을 더 굵고 깊게 각인하고 있었다. '본투비' 아티스트 이자람에게 '영감'에 대해 물었다.


-영감을 받는 대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영감은 그때그때 받아요. 대상은 계속 변하죠.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받기도 하고요. 걷다가 갑자기 가사가 떠올라 가사를 쓰기도 하고, 멜로디가 떠올라 갑자기 녹음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매일매일 어떤 사건들이 우리를 찾아오잖아요. 그럼 그 사건들 안에 쑥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그 생각들이 맺어지는 때가 영감이 오는 때인 것 같아요. 이를 테면 요즘 일정이 너무 많은데 이런 저런 일들이 꼬여서 막 정신이 없을 때가 있어요.


그런 상황이 모두 마무리가 되고 가만히 있을 때, 나를 잠시 괴롭히고 간 것이 시간이었는지 나의 불찰이었는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영감을 정리해보기도 합니다.”

-판소리, 밴드, 작곡, 연기, 연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듭니다. 이렇게 넘나드는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요?

“그 힘은 많은 것들을 좋아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게 다양한데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렇게 하기는 힘들겠죠.


이건 오늘 경험한 일인데 제가 밴드 합주를 하다가 왔거든요. 이번 주가 너무 바쁜 거예요. 일정이 많은 걸 미리 알고 있을 때, 컨디션이 미리 떨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오늘이 그런 날이었는데, 합주를 하다 보니 발끝에서부터 힘이 좀 올라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합주가기 전에는 보약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합주를 하고 나서 든 생각은 ‘보약이 따로 없구나, 좋아하는 게 보약이구나’라는 거였어요.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축복인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 바쁜 것도 제가 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들이니까 이 스트레스도 제가 다 만든 거잖아요.”

출처: 경향DB

-유튜브에 고등학교 때 영상이 나오더라고요. 1997년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판소리부문에서 장원을 한 영상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판소리 영재였던 셈인데, 그 때도 다양한 것들에 관심이 많았나요?

“워낙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지록GrungeRock을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홍대 인디씬에도 관심이 많아지게 됐고요. 이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정말 많았죠.


겉으로 보이는 것과 내 안의 것들이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데, 사람들은 계속 저를 규정하더라고요. 교복 입었을 때는 국립국악고 다니는 아이, 전통을 하는 아이라는 틀 안에 저를 자꾸 집어넣었고요.


그 때부터 사람들이 갖는 편견에 대해서 굉장히 예민해지기 시작한 거 같아요. 저 자신이 규정의 대상이었기 때문에요. 전통뿐만 아니라 젠더, 나이, 학교, 학벌, 장르, 영역 등 굉장히 많은 것들에 대한 편견과 평생 부딪히면서 살았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렇게 많이 싸우다 보니까 제 영역이 점점 넓어지더라고요.”  


출처: page1

-이번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는 ‘유진’역을 맡았는데 이번 극에서는 소리를 안 하셨어요.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이지나 연출은 ‘소리꾼 이자람’ 때문에 ‘배우 이자람’의 재능이 묻힌다면서 안타까워하시더라고요. 연기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본인도 하셨나요?

“이지나 선생님이 ‘너도 프랑스 영화의 배우들처럼 해야 해. 나이가 많은 여자 배우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라고 말씀하세요(웃음)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하면서 이지나 선생님께 감사한 것은 저에게 연기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거예요.


보통 사람들은 누군가의 재능을 발견하면 그 재능만 보려고 해요. 그렇게 표면에 드러난 걸 보기만 해도 바쁘거든요. 세상에는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정말 많은데, 한 사람 안에 여러 개의 재능이 있다고 해서 그걸 다 봐주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제 소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소리꾼으로서의 제 모습을 좋아하시지 ‘밴드’하는 저에게는 관심이 없으세요.


또 연기하는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제 소리까지 좋아하실까, 그것도 의문이고요. 사실 연출가 분들은 웬만하면 다 제 소리를 쓰려고 하세요. 제가 제일 잘 하는 분야이고 저에게 제일 발달된 재능이니까 당연히 그걸 쓰고 싶은 게 연출의 욕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지나 선생님은 소리 말고 저의 다른 재능에도 애정을 가져 주신 거니 감사하죠.”

-이지나 연출님은 ‘배우 이자람’이 연기로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도 했는데요. 앞으로도 연기만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으신가요?

“그런 마음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영화에 출연한 적도 있는데, 낯설더라고요. 저는 평생 직접 관객을 만나면서 실시간으로 반응을 주고받으며 무대에 섰던 사람인데, 카메라 앞에서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연기를 하려니까 익숙하지가 않더라고요.


저는 그때그때 흥미로운 것들이 다가오면 그걸 하는 편이에요. 그게 연기일 때가 있고, 음악일 때가 있고, 창작일 때가 있어요. 저에게 언제 무엇이 올지는 늘 열어두고 있어요.” 

-이미 공연계에서는 많은 것을 이뤘고 세계무대에서도 극찬을 받았죠. 프랑스를 비롯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판소리를 처음 공연하고 브라질, 우르과이에서까지 찬사를 받았는데요. 하지만 대중매체 노출이 적어서인지 대중에게는 덜 알려져 있다는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저는 매체가 지펴주는 불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사실 그렇게 지펴지는 불이 하루에도 수천 개였다가 어느 새 사그라지잖아요. 그래서 별로 연연하지 않는 편이에요. 혹은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연연하지 않게 된 것일 수도 있고요.


제가 프랑스에서 ‘억척가’ 공연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게 KBS 다큐멘터리로 나왔었어요. 그 때 많은 매체가 저를 다뤘지만, 그 때도 대한민국에서 저를 모르는 분들이 90%는 넘었을 거예요. 또 판소리에 대한 관심이 그때 1%에서 5%로 늘었다고 해도, 또 지금은 다시 0.5%로 떨어졌을 수도 있고요. 그런 외부적인 것들을 신경 쓰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제 안이 잘 채워져 있는지를 점검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아쉽지 않으세요?

“대중들에게 제가 무엇을 얼마나 많이 이뤄냈는지는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경험상 사람들은 늘 저를 새로 만나거든요. 제가 만나는 대중들은 대부분 저를 처음 만났다는 분들이에요. 어쩌면 저는 홍보마케팅이 아예 없는 사람인 거죠.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아마 제가 하고 싶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얻는 게 있으니, 또 얻어지지 않는 것도 있는 것이죠.”

-오는 11월에는 창작판소리 ‘노인과 바다’가 무대에 오르는데요. ‘사천가’ ‘억척가’ ‘이방인의 노래’ 이후 소리꾼 이자람의 판소리를 기다리던 관객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무대가 될 것 같습니다.

“4년 만에 무대에 직접 올리는 극인 것 같아요. 지금 작창 중인데, 사실 너무 힘들어요(웃음) 3년 후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작품인데 생각보다 빨리 무대에 오르게 됐거든요. 11월 26일 개막 예정이에요. 제가 품고 있던 씨앗을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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