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력 끝판왕♨ 씨야의 메인보컬에서 뮤지컬 배우 김연지로..

조회수 2019. 10. 2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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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잘할 수 있을까?

인터뷰를 하는 내내 만약 그녀의 마음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이런 문장들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씨야의 메인 보컬에서 뮤지컬 배우로 첫 발을 내딛은 김연지의 얘기다. 데뷔 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숱하게 무대 위에 올랐던 점을 감안했을 때 다소 엉뚱한 상상일 수도 있지만, 인터뷰 내내 그녀가 쏟아낸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표현들은 ‘잘 하고 싶다’ 나아가 ‘잘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출처: 올댓아트 이참슬

프랑스의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과 사회 부조리에 관심을 갖고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김연지는 장은아와 함께 마그리드 역에 캐스팅 됐다. 늦은 도전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간절하게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간 그녀는 지금, 씩씩하게 홀로서기 중이다.


-. 가창력 하면 빠지지 않는 보컬이었는데, 뮤지컬 데뷔를 좀 늦게 한 건 아닌가 싶어요.

최근에서야 더 빨리 뮤지컬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전까진 두려움이 커 도전할 생각도 못했거든요. 더 솔직하게는, 제 인생에서 연기는 정말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장르에요(웃음).


게다가 발성이라든가 기술이라든가 뮤지컬을 위해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어요. 노래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하고 싶었지만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였어요.

-.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장르에 이렇게 덜컥 도전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꾸준히 주변에서 뮤지컬을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 조금씩 작품을 보기 시작했고, 회사에서도 뮤지컬 오디션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죠. 그렇게 오디션에 참여했는데 너무 떨려서 가사도 음정도 다 틀리고 몇 번이나 떨어졌어요.


진짜 할 수 있을까 싶던 찰나 <마리앙투아네트> 오디션을 보게 됐죠. 역시나 떨어졌죠(웃음). 그러다 얼마 지나고 다시 기회가 왔어요. 더 열심히 준비해갔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 숱하게 무대에 올랐던 13년차 베테랑 가수가 오디션에 긴장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아요.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 처음 서는 자리였으니까요. 새로운 자리에 서 있는 저를 보고 있는 분들에게 어떤 믿음을 드려야 할까 하는 고민이 컸어요. 한편으로는 많이 배웠고요. 오디션을 준비하러 온 분들을 보면서요. 저 역시 간절했지만 그분들도 정말 이 작품, 이 캐릭터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을 알아가다 보니 긴장을 더 했던 것 같아요. 

출처: 올댓아트 이참슬

-. 기억에 남는 오디션이 있나요?

뭐랄까, 오디션장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공간이었어요. 누군가는 한 역할 위해 10년 넘게, 그것도 매번 문을 두드렸을 테죠. 지금 이 자리가, 그런 이들이 꿈꾸던 것은 아닐까 잊지 않으려고 되새기곤 해요. 저 역시 간절했지만 그들의 간절함도 잊지 않으려고 해요.

-. 간절함으로 올린 첫 공연, 감회가 남달랐겠어요.

너무 감사했죠. 데뷔작으로는 꽤 부담스러운 역할이었는데, 임팩트도 강하고요. 다행히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좋은 피드백도 많더라고요. 부족한 점도 많지만 행복하게 공연을 하고 있어요. 특히 뮤지컬은 선배들이 참 많아서 좋아요. ‘연지야, 여기 끝이 이아냐’ 라고 말해주는 분들이 아주 많아요. 진짜 제가 신인이 된 것 같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돼요. 그 분들이 요즘 저의 희망이기도 해요. 10년 뒤 나도 저런 모습이겠지, 싶은. 

-. 반대로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역시나 연기에요(웃음). 무대 위에서 동작이 자연스럽지 않아 고민이 많아요. 그런데 결국 저와의 싸움인 것 같아요. 10년 넘게 가수로 살아오면서 많은 고민이랑 슬럼프를 겪었는데 그러다 보니 어떤 변수든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어요.


이제 연기에 대한 고통과 싸워야 할 것 같아요.그럼에도 무대에 오르는 것은, 가수로든 뮤지컬 배우로든 무대에 올라 준비한 보여줬을 때의 기쁨과 희열이 정말 크기 때문이에요. 뮤지컬은 특히 노래에 이야기가 더해져 있다는 매력이 있죠.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오는 힘이 어마어마해요. 스태프들, 배우들 모두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에너지를 쏟고 있잖아요. 그 일원이 됐다는 게 흥미롭고 재밌어요. 

출처: EMK뮤지컬컴퍼니

-. 마그리드 아르노는 극 중 유일하게 가상의 인물이잖아요.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해요.

그래서 더 힘들었어요. 연구도 많이 했죠. 일단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많이 들여다 봤어요. 그 당시 여성들이 어떻게 선동을 했는지, 그런 자료들을 보면서 유추했고 극에 대해서도 공부했어요.


또 루이 16세 시기의 영화도 찾아보고 다큐멘터리나 책도 찾아봤어요. 연기 선생님과 대본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어떤 사람, 어떤 감정일 것이다, 수도 없이 상상도 했죠. 다방면으로 인물에 대해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 소위 말하는 분노하는 캐릭터라(웃음), 에너지 소모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감정적인 소모가 컸죠. 평소에는 김연지로 있다가 무대에 올라 짠해야 하니까, 그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극이 시작하기 전 마그리드의 감정을 꼽씹곤 해요. 그 감정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그래도 연기를 잘 하지 못하는데(웃음) 더 어색하게 할 것 같아서요. 

-. 마그리드와 김연지 씨의 싱크로율을 말한다면?

저와 마그리드는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요. 저는 굉장히 소극적이거든요. 그래그래, 괜찮을 거야 하다가 정말 아닐 때 말하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마그리드는 일단 으악, 하고 보는 스타일이라서(웃음).


게다가 행동파이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크죠.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맞는다고 하진 않고요. 만약 현실에서 마그리드를 봤다면, 같은 마음이 있어도 그러지 마, 이렇게 했을 것 같아요(웃음).

-. 제일 좋아하는 장면을 꼽자면?

모든 신이 다 좋은데(웃음). 하나를 꼽으라면 2막 끝에 마리를 보내면서 손을 잡아주는 장면이요. 마그리드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거 밖에 없구나, 느끼면서 처음으로 마음이 통해서 서로만 아는 교감을 하는 그 장면이 참 오래도록 남아요.


특히 (마리 역인) 소현 언니가 넘어졌다가 고개를 드는 그 장면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때 제가 느낀 감정을 잊지 못해요. 되게 많이 울컥했거든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이 있었어요. 앞으로 제가 배우로 살아가면서 오래도록 가져갈 것 같은 감정요. 

출처: 올댓아트 이참슬

-. 본인의 역할은 아니지만 자유롭지 못한, 또 오해로 삶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생이 어린 나이에 데뷔해 살아온 연예인 김연지의 삶과의 접점이 있을 것도 같은데요.

첫 질문이 뮤지컬 데뷔를 좀 늦게 한 건 아닌가, 라는 것이었잖아요. 사실 씨야 활동을 끝내고 가요계에서 방황을 많이 했어요. 가수로 시작했고, 가수로서의 꿈이 있었죠. 그걸 이뤄내기 위해 열심히 했고, 계속 바라 봤어요.


그러다가 서른 중반이 되면서 고민을 했어요. 이 길을 가야 하나, 아니면 전향을 해야 하나? 그 방황의 시간을 보내면서 깨달았어요.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내 마음처럼 다 되지 않는다는 것. 마리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다행히 운이 좋아서 큰 작품으로 시작하게 됐는데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지금이 진짜 좋은 때일 수도 있을까, 생각해요. 

-. 더블 캐스팅 된 장은아 배우와 이미지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상대의 연기를 보면 어때요?

(장은아) 언니와 하나처럼 느껴졌다는 건 정말 큰 칭찬인 것 같아요. 언니가 많이 도와주고 배려해주는 편이죠. 이 캐릭터를 위해 스스로 그리고 연출가님이랑 만든 것도 있지만 언니랑 이야기 하면서, 언니의 연기를 보면서 얻은 것도 커요. 괜히 선배가 아니구나 싶어요(웃음). 잘 모르는 뮤지컬 무대의 암묵적 룰도 친절하게 알려주시고요. 

-.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 영역을 옮긴 여러 선배들이 있는데 혹 롤 모델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대답하는 건데, 그 길을 가장 먼저 잘 만들어준 건 옥주현 언니라고 생각해요. 언니가 지난 시간 어떻게 걸어왔는지 보면서, 또 조언을 받으면서 앞으로 걸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지만 언니와 제가 갖고 있는 색이 다르기 때문에 저만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나아가 섣부른 말일 수도 있지만 저 역시 언니처럼 그렇게 잘 된다면 누군가의 롤 모델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어요. 

-. 씨야 멤버들과 무대에 오를 계획은 없나요.

현재까진 없어요.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고, 당분간은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서로 응원하고 있어요. ‘씨야’라는 이름도 제게는 소중했어요. 제 이름 석자도 같은 선상에 서길 바라요. 씨야는 씨야대로 좋은 음악 들려줬던 팀으로 기억하길 바라고요.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첫 술을 떴으니 하고 싶은 작품도 많을 것 같고요.

맞아요. 정말 많아졌어요. 아,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건 <아이다>에요.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잖아요. 만약 좀 더 일찍 뮤지컬 세계에 들어왔다면 도전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커요. <레미제라블>도 해보고 싶고 <레베카>도 해보고 싶다. 정말 좋아하는 무대라….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지킬 앤 하이드>, 아, 너무 욕심이 많죠(웃음).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도전하기 위해선 일단 연기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마그리드는 저랑 톤이 잘 맞아있어서 다행이었는데 뭐랄까, 지금보다 신분 상승된 캐릭터를 하려면(웃음) 고급적인 소리법이나 성악 발성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고, 그래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2019.08.24 ~ 2019.11.17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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