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고막 남친'에서 '뮤지컬 배우로'..나윤권이 부르는 김현식의 노래

조회수 2019. 10. 18. 07:00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아트랑

짝사랑 하면 떠오르는

'나였으면'의 주인공

나윤권 - 나였으면

'감성 발라더' 나윤권이 뮤지컬에 도전했다고 하는데요. 그가 선택한 작품은 바로 김현식의 곡들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 '사랑했어요'>. 그는, 음악에 대해서는 뚜렷한 주관을 지녔지만, 사랑 앞에 망설이고 수줍어하는 준혁을 맡았다고 하는데요. 이제야 무대가 조금은 편해졌다는 나윤권과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 <사랑했어요>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올랐어요.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계기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 예전에도 몇 번 뮤지컬 제안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자신이 없었어요. 노래가 주가 되는 극이긴 하지만 가요가 아니라 뮤지컬처럼 불러야 한다는 게 부담이었고, 연기를 해본 적도 없어서 괜히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싶어 많이 고사했었죠.


그렇지만 <사랑했어요>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는 있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제작사 대표님이나 연출님께서 해주신 “그냥 나윤권이 부르는 대로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말씀 덕분에 노래에 대한 부담도 내려놓을 수 있었고요.

-. 벌써 공연한 지 3주 가까이 흘렀어요.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오른 소감은 어떤가요?

주변에서는 “이제 익숙해지지 않았냐?”고 말하는데, 저는 아직도 뮤지컬 배우라는 말이 어색해요. 배우는 제 인생에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웃음). 무대가 처음보다 편해진 건 맞아요. 동료 배우들이 너무 잘 챙겨주시기도 하고, 이제 친해져서 지금은 그냥 공연을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출처: 호박덩쿨, 오스텔라

-. 지금 뮤지컬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민우혁과 테이가 절친이잖아요. 뮤지컬계에서는 선배일 텐데, 이들이 해준 조언이 있었나요?

제가 <사랑했어요>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제일 먼저 연락 온 사람이 민우혁 씨랑 테이 씨였어요. “보러 간다”고 하면 “보러 오지 마”라고 농담할 정도로 친한 사이거든요. 두 사람 모두 저처럼 가수를 하다 뮤지컬 배우를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제가 힘들어할 때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니 네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와 응원도 많이 해줬고요.

-. 나윤권이 부르는 대로 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뮤지컬 곡이다 보니 달라지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확실히 딕션에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처음에 배우들이 모여서 음악 연습을 할 때 녹음을 해봤어요. 현장에서는 체감을 못 했는데, 집에 와서 들어보니 제 목소리가 정말 작더라고요. 평상시에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편이 아니라서, 대사를 할 때 제가 말하듯이 하면 앞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거죠.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목소리는 크게, 속도는 천천히 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정말 오랜만에 연습생이 된 것 같았다니까요.

출처: 호박덩쿨, 오스텔라

-. 연기는 처음이잖아요.

맞아요. 제 뮤직비디오를 빼고는 연기가 처음이라 아직도 아주 어려워요. 정말 디테일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메인 무대에 앙상블 배우들이나 다른 주연 배우들이 연기하고 저는 뒤에 있을 때, 당연히 ‘안 보이겠지?’ 생각했는데, 그런 게 다 보이는 거예요. 또 뮤지컬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페라글라스를 들고 보시니까 디테일한 연기를 많이 신경 쓰고 있죠. 그래도 지금은 조금 편해져서 예전 같으면 망설였을 애드리브나 동작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이렇게 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 프레스콜에서 서병구 안무가가 칭찬하고 싶은 배우라 말했어요. 사실 ‘몸치’ 였다고 들었는데(웃음).

프레스콜 때 저를 그렇게 얘기해주신 건 제가 안타까워 보여서 아닐까요? (웃음) 제가 진짜 슈퍼스타도 아니고, 그렇게 연기하기에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정말 어려웠어요. 연출님이랑 안무가님이 자신감 있는 슈퍼스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안무라고 해봐야 데뷔했을 때 거의 손 제스처에 가까운 안무만 해봤거든요.

사실 서병구 안무가님께서 아무리 못 춰도 포기를 잘 안 하세요. 연습할 때도 그저 묵묵히 지켜보시다가 다른 안무가님께 제가 버거워하거나 어색해하는 동작을 빼는 게 어떻겠냐고 먼저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는 동작들이 조금 빠지니까 너무 편한 거예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앙상블 배우들과 함께 서니 군무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출처: 호박덩쿨, 오스텔라

-. 준혁이 가수이기도 하고, 끝내 이뤄지지 않는 짝사랑을 해서 그런지 나윤권과 굉장히 비슷해 보였어요. 실제 본인과 준혁 사이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되나요?

저랑 음악적으로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한 70% 정도? 어릴 때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음악을 한 적도 있었지만, 제 음악에 대한 방향이 확실하거든요. 제 발라드는 주류는 아니라도, 가끔 생각나거나 가사가 공감되면 듣는 음악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하면서 타협하지 않는 편인데, 준혁이도 그런 것 같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기분에 따라 음악도 만들고. 성격도 수줍고 민망해하는 것도 비슷한 것 같고요. 함께 하는 앙상블 친구들도 저를 보고 “정말 이준혁 같다!”라는 말을 해주는데, 큰 힘이 돼요.


-. 오는 11월 1일이 故 김현식의 29주기에요.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의 노래가 계속해서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제가 가장 신기했던 건 김현식 선배님이 곡을 쓰고 불렀던 나이가 저보다 훨씬 어린 나이였다는 거예요. 말로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천재적인 아티스트였던 것 같아요. 선배님이 활동하셨던 시대가 지금보다는 풍족하고 살기 좋았던 시대는 아니었잖아요. 힘들었던 시대를 위로하는 선배님의 음악은 지금 나오기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선배님의 노래는 장르도 다양하죠. 록, 펑키, 발라드, 댄스가 다 있어요. 아마도 선배님께서 자신의 기분과 느낌대로 곡을 쓰신 것 같아요. 그래서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고요. 아마도 선배님의 음악은 제가 60, 70대가 되더라도 사랑받지 않을까요?

출처: 호박덩쿨, 오스텔라

-. 그렇다면 '사랑했어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저는 기철이 부르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를 가장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말하듯이 부르는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참 감동적인 장면이잖아요. 물론 은주가 저(준혁)랑 이뤄지지는 않지만, 기철과 은주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영상을 통해 보이고, 김현식 선배님의 목소리가 나올 때 감동이…. 객석에서 관객의 입장으로 봐도, 소대에서 다음 장면을 기다리며 들어도 참 좋아요.

-. '사랑했어요'를 하고 들은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故 김현식 선배님의 노래를 잘 모를 나이의 관객분이 후기에 “김현식 아저씨의 노래를 모르는 게 더 많았는데, 좋은 노래가 많다”라고 적어주신 걸 보고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창작 뮤지컬이고 초연이다 보니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보러 오시는 걸 알고 있어요. 그 시대에 김현식 선배님의 노래를 들은 분들은 물론이고, 몰랐지만 <사랑했어요>를 통해 선배님의 명곡을 알게 된 분이 생겨 기뻤죠.

출처: 호박덩쿨, 오스텔라

-. 윤권 씨도 올해가 데뷔 15주년이더라고요. 소감이 어떤가요?

벌써 제가 15주년인가요?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백지영 누나나 GOD의 손호영, 김태우 선배들이 활동하는 걸 보니까 제가 여전히 어린 것 같고, 실제로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20주년 때 정규 앨범을 통해서 재미있는 곡이나 친하게 지낸 분들과 함께 작업을 한 곡들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아마도 지금부터 20주년 앨범을 계획해야 할 것 같네요 (웃음).

-. 무대에서도 음 이탈이나 실수를 안 하기로 유명하다고 들었어요. 목 관리를 잘 하는 비결이 있나요?

다행히 선천적으로 목이 건강한 것 같아요. 공연이나 방송을 앞두고는 관리를 하는 편이지만, 평상시에는 따로 관리하는 게 별로 없어요. 하나 신경 쓰는 게 있다면 습도 조절을 잘 해요. 건조하다 싶으면 바로 가습기를 틀죠. 그 외에는 운동 열심히 하고 잘 먹는 것 외에는 딱히 없어요.


-. ‘발라드 가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이전에 해온 노래 때문에 조용할 거란 이미지가 있었는데, SNS를 보니 농구와 최근에는 반려견으로 가득하더라고요. 인간적으로 다가왔어요.

제가 예능이나 토크쇼 프로그램을 자주 나가는 편이 아니고, 오로지 콘서트나 음악 방송 위주로 나오다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말을 안 하면 무뚝뚝해 보이고, 세게 생겨서 평소에도 어둡고 조용히 지낼 것 같은 이미지인가봐요.

하지만 저는 조금 와일드한 편이기도 하고, 농구뿐 아니라 운동이나 여행도 좋아해요. 강아지도 지금 4번째 키우는 강아지인데, 제가 예전에는 SNS를 잘 안 해서 모르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강아지 사진을 올리니까 팔로워 수가 확 늘더라고요. 강아지 좋아하시는 분들이 팔로우하셔서 그런가.

-. 끝으로 이후 계획은?

제 개인적인 앨범은 아니고, 작사가 라디오나인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음원이 나올 예정이에요. 작품이 끝나면 좀 쉰 다음에, 곡 작업도 하고 준비 잘해서 내년 3월에 미니 앨범 정도를 계획하고 있어요.

뮤지컬 '사랑했어요'
2019.09.20 ~ 2019.10.27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