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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불난 위도우' 장은아...관객 두 명 앞에서 노래한 사연?

아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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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I ENT
MBC 음악 예능 <복면가왕>에서 탁월한 가창력을 보여준 뮤지컬 배우 장은아. 2019년은 가히 그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엑스칼리버>의 악역 모르가나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 이어 <마리 앙투아네트>의 혁명가 마그리드,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까지. 핫한 대극장 작품에는 그의 이름을 만날 수 있었죠. 

출처올댓아트 정다윤

허스키한 목소리에 탁월한 가창력. 천생 뮤지컬 배우인 것 같은 장은아가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미술학도의 길을 지나 가수로 데뷔했지만, 기나긴 무명 생활을 견뎌야 했고, 그러던 중 2012년 ‘보이스 코리아’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후 <광화문 연가>를 통해 뮤지컬에 데뷔한 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머더 발라드> <서편제> <아이다> <모래시계>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서 자리매김했습니다.

무명의 시간이 길었기에 모든 무대가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장은아'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지금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연기하고 있는 마그리드는 어떤 인물인가요.

마그리드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정반대로 밑바닥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에요. 뭐라도 주워 먹으려고 궁 안에 들어갔다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소리를 듣죠. 그런 분노와 정의감이 합쳐져서 사람들을 선도해 혁명을 이끌어요. 그런데 2막에선 내가 구현하고자 했던 정의가 다 정답은 아닐 수 있단 걸 깨달아가면서 혼란을 느껴요. 마리 앙투아네트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내가 저 사람을 잘못 안 걸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하고. 사람들이 마리에게 말도 안 되는 모함까지 씌우는 걸 보면서 ‘이건 내가 원했던 길이 아닌데’ 하고 자괴감도 느끼고요. 누구나 범할 수 있는 그런 오류를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극 중 마그리드만 유일하게 실존 인물이 아닌데요. 연기할 때 어떻게 접근했나요?

사실 이미 초연을 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대본상에 마그리드에 대한 설정은 정확하게 나와 있었어요. 실제 프랑스 혁명 당시의 세 인물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어서 만든 인물이라고는 하는데, 저는 대본에 나와 있는 것만으로도 표현하기에 부족함은 없었고요. 그리고 저 자신도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거든요. 공평하지 못한 세상에 대해 걱정하고 분노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못 지나가요. 제 신념이 마그리드랑 비슷했기 때문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출처EMK뮤지컬컴퍼니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단두대에 올라가기 전 마리 앙투아네트가 수레에 실려 왔다가 넘어져요. 손에 밧줄이 묶여있는데 아무도 안 잡아줬거든요. 그때 마그리드가 마리 손을 잡아줘요. 그러면 마리는 ‘고마워, 마그리드’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 마리도 자신의 삶을 돌아봤을 거예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누군가 손을 잡아줬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도 있었을 거고요. 그때 마그리드도 억장이 무너지거든요.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런 생각이 들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경의를 표시해요. 너무 중요해서 집중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에요. 그땐 관객석에서 침 삼키는 소리도 안 나더라고요.

갑작스러운 ‘출생의 비밀’이 나와 당황했다는 후기도 많아요.

그걸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웃음). 그렇지만 저는 마그리드가 심경의 변화를 겪는 데 출생의 비밀이 주원인인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2막에서 루이를 보면서 눈물 흘리는 마리와 랑발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마리에 대한 연민과 혁명에 대한 회의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한 거거든요. 그래서 마지막에 마리의 손을 잡아줄 때도 혈연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더 중요한 거죠.

출처올댓아트 정다윤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체력이나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정말 매 회 진이 빠져요. <엑스칼리버> 때랑은 또 다른 종류의 힘듦이에요. 그래도 전 공연의 어두운 감정을 일상생활까지 가져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다만 컨디션을 위해 사는 건 사실이죠. 공연을 들어가면 주변에서 서운해할 정도로 사람을 안 만나요. 비싼 돈 주고 보는 관객분들에게 늘 똑같은 컨디션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엄기준 씨가 여는 뮤지컬 배우 볼링 모임이 있는데 올해는 아예 못 나간다고 말해뒀어요. 다들 이해해 주더라고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웃음). 원래 활동적이라 스노보드도 타고 그랬는데 공연 하면서 다 끊어서 장비들도 녹슬어가고 있죠. 그래도 공연 끝나면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캐릭터의 감정을 털어내요.

취미를 다 포기할 만큼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한가 봐요.

이 직업이 정말 그래요. 너무 힘든데 뿌듯하고 행복해요. 그래서 계속 무대에 서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노래가 너무 하고 싶어서 뮤지컬을 시작했거든요. 무명 생활이 너무 길었으니까. 밴드 할 때는 홍대 클럽에서 관객 두 명 두고 공연한 적도 있었어요. 그 두 명이 누구였게요. 클럽 바텐더랑 사장님이었어요(웃음). 이런 걸 안 겪어본 사람은 무대에 서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모를 거예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 하잖아요.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좋은 선배가 되어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싶어요.

출처EMK뮤지컬컴퍼니

같은 마그리드 역으로는 씨야 메인보컬 출신인 김연지 배우가 더블 캐스팅됐어요.

연지는 애틋한 마음이 드는 친구예요. 씨야가 해체를 한 후에 음악 활동을 많이 못 했기 때문에 무대가 고팠을 거예요. 그 간절함이 느껴졌고 예전 제 모습이 생각났거든요. 그리고 맡은 역할도 데뷔작치고 엄청 크잖아요. 그래서 걱정도 됐었는데, 연습실에서 정말 큰 발전을 해서 놀라워요. 열심히 노력해서 잘 됐으면 좋겠어요.

공연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김)소현 언니랑 공연할 때 ‘네, 왕비님’이라고 해야 하는데 ‘네, 주인님’이라고 해버린 적이 있어요. 전 제가 실수했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소현 언니가 이를 꽉 깨물고 있길래, ‘오늘따라 악에 받쳤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웃음을 참고 있었던 거죠(웃음). 무대 뒤로 내려갔더니 다들 난리가 난 거예요. 너 왜 주인님이라고 했냐고. 그때야 ‘내가 그랬어?’ 이랬죠. 연습실 때도 어마어마한 참사가 있었는데, ‘저는 굶주렸지만 멍청하진 않아요’라고 해야 하는데 ‘전 멍청하지만’이라고 말을 뗀 거예요. 그렇게 전 멍청한 마그리드 아르노가 됐죠(웃음).

최근에 대학교 때 작품들을 봤는데
죄다 음악에 대한 그림만 그렸더라고요.

대학에선 미술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가수,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나요?

제가 어렸을 때 엄청 산만해서 한 시간 이상을 못 앉아있었대요. 성적표에도 늘 ‘매우 산만함’이라고 적혀있었어요. 그런데 미술을 하면서 처음으로 네 시간 이상을 앉아있었대요. 그래서 정서를 위해 미술을 시작했다가, 재능도 있어서 전공까지 하게 됐어요.

그런데 마음 안엔 늘 노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한 번은 방 안에서 8시간을 내내 노래만 한 적도 있었죠. 그래도 대학까지는 가고 생각해보자고 해서 미대에 갔다가, 대학교 가요제에 나갔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동기들이 제가 노래를 하는 줄 모르고 그냥 웃기려고 나가는 건 줄 알았대요. 그런데 나가자마자 금상을 탄 거예요. 난리가 났죠.

그러다가 드라마 OST로 데뷔를 하고 밴드도 하고 앨범도 냈는데, 일이 많지 않았어요. 음악으로 돈을 벌 수가 없으니까 그림을 그려서 팔았죠. 미술로 대학원까지 가서 조교까지 했어요. 그러다가 ‘보이스 코리아’에 나가게 됐고, 같이 출연했던 허규 오빠가 이지나 연출님에게 저를 추천해서 <광화문 연가>로 뮤지컬 데뷔를 한 거예요.

최근에 제 대학교 때 작품들을 쭉 봤는데, 죄다 음악에 대한 그림만 그렸더라고요. 미술이 있었기 때문에 시너지가 됐던 것 같아요. 음악으로 일이 없으면 미술로 치유를 받고, 또 음악으로 일이 생기면 음악도 하러 가고. 결국은 음악으로 잘 돼서 뮤지컬을 하게 됐는데, 감사한 삶인 것 같아요.

출처올댓아트 정다윤

연말엔 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역으로 돌아오죠.

2016년 공연에선 연습을 많이 못 하고 투입된 거라 ‘실수만 하지 말자’란 생각이 컸어요. 그래도 이번엔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댄버스 부인의 감정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특히 레베카와의 감정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레베카와의 관계가 미묘하게 여러 방향으로 갈릴 수 있거든요. 사랑으로 갈 수도 있고, 충성으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정신병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거고. 이전에 했던 댄버스는 우직하고 강직하기만 했다면 이번엔 그 여러 방향들을 조합해서 미묘한 관계를 잘 그려보려고 합니다.

가수 활동 계획은 없나요?

사실 지금은 연기에 대한 갈증과 욕심이 더 커요. 지난 1~2년 사이에 딜레마에 빠졌던 이유가 연기 때문이었거든요. 제가 ‘보이스 코리아’로 주목받기도 했고, 노래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분들이 거의 없으시잖아요. 그런데 <모래시계>를 하면서 연기를 더 깊이 있게 해야겠다는 갈망이 생겼어요. 그래서 지금 <마리 앙투아네트>도 노래보다는 연기를 중점적으로 신경 쓰고 있고요.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재즈 가수를 하고 싶다는 소망은 있어요. 그렇지만 인생에 대한 어떤 큰 그림을 그려놓고 계획대로 사는 스타일은 아니고요. 매 순간 주어지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2019.08.24 ~ 2019.11.17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레베카>
2019.11.16 ~ 2020.03.15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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