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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를 알아본 컬렉터가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갱스터'라고?

아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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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ixabay
어두운 뒷골목, 페도라 모자를 쓴 무리가 어슴푸레 보인다. 이내 쏟아지는 총알 소리. 그 무리 중심에는 한 남자가 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생을 서슴지 않는 무자비하고 난폭한 이. 일을 치른 그는 곧장 집으로 향한다. 자신의 서가 안, 안락의자에 거의 눕듯이 앉은 그가 시가를 한 대 문다. 그리곤 한 쪽 벽을 지긋이 바라본다. 거기엔 몇 개의 액자가 각 맞춰 걸려 있다.

1920년대 미국은 금주령 시행과 더불어 경제공황이 들이닥치면서 극도로 혼란한 시기를 겪게 됩니다. 이런 혼란을 틈타 범죄는 급증했고, 집단적으로 불법을 자행하던 갱단들에 관한 뉴스가 신문에 도배되곤 했죠.


이런 갱스터의 삶과 범죄를 모델로 한 블랙 누아르 범죄 영화도 등장했습니다. 서부 영화, 스릴러물, 뮤지컬 영화와 함께 1920년에서 1960년대 초반으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황금기에 동참한 영화 장르죠. 

출처위키피디아

갱스터 장르의 전형을 확립한 대표적인 작품 하나가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 시카고 '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던 갱단 두목 알 카포네(Al Capone)'를 모델로 한 <리틀 시저(Little Caesars)>(1931)입니다.


장르의 형식을 세웠을 뿐 아니라 대중적인 성공도 함께 기록해, 갱스터 영화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죠. 영화는 거물이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대도시로 길을 떠난 리코의 일대기를 그립니다. 그는 독단적인 방식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조직의 보스로 성장하게 되지만, 결국 자신을 쫓던 경찰에 의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죠.


리코 역을 맡았던 배우는 에드워드 G. 로빈슨으로, 이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오릅니다. <리틀 시저>를 비롯한 다수의 범죄 누아르물을 거쳐 그는 갱스터 장르의 대표적인 '페르소나'로 자리 잡게 됩니다.

출처위키피디아

에드워드 G. 로빈슨은 영화에서 주로 어두운 뒷골목의 무법자로 등장하곤 했습니다. 작은 키와 왜소한 체구는 역할에 최적화되지 않은 듯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독특한 인상과 걸걸한 목소리로 읊는 대사는 그런 핸디캡마저 무색하게 하며 과격한 갱스터의 이미지를 그려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에드워드 G. 로빈슨은 험악한 인상의 인물로 기억되었죠. 그런데 화면 밖에서 그는 '이중생활'이라고 불릴 법한 취미와 취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에드워드 G. 로빈슨은 사실 매우 조용하고 지적인 인물로, 7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으며 정치사회의 흐름에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유대계 뿌리를 가진 루마니아 출신으로서 1930년대 확대되어가던 파시즘과 나치즘을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오늘날 환율로 3억에 이르는 금액을 정치 단체와 자선기구에 기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죠.


이렇듯 이야기할 소재가 많은 인사이지만, 오늘은 로빈슨이 특히 미술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에 주목해볼까요. 그의 컬렉션은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작품들, 아프리카 조각품들, 그리고 당시 갓 등장하기 시작한 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 등으로 방대히 이루어져 가히 '미술관급'으로 불렸습니다.

출처뉴욕현대미술관

심지어 그의 컬렉션만으로 뉴욕 현대미술관 (MoMA)와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에서 전시를 개최할 정도였죠. 

내가 영화 갱스터가 되지 않았다면, 내 그림들 중 어느 하나도 '나를' 소유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 에드워드 G. 로빈, 1953년

로빈슨이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리틀 시저>에 출연하기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익명의 작가가 그린 소 그림을 경매에서 단 돈 2달러에 구매하게 됩니다. 이 작품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며 자신의 집 복도에 걸어두었죠. 그 복도에는 렘브란트나 앙리 마티스의 레플리카가 함께 걸려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영화가 대박 나자, 로빈슨은 앙리 마티스의 '원작'을 소유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를 갖추게 됩니다. 그가 첫 번째로 선택한 작품은 마티스가 저녁 식사를 묘사한 그림이었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어머니와 금요일 밤마다 함께했던 저녁 식사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고 하죠. 

뉴욕 현대미술관 '에드워드 로빈슨 컬렉션'전 도록. 들라크루아, 로트렉, 고갱의 이름이 눈에 띈다.

출처뉴욕현대미술관

미술 애호가로서의 면모가 알려지자, 에드워드 로빈슨은 미국 TV 시리즈로 방영된 '배트맨'에서 카메오로 출연해 두 주인공과 예술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까지 만들어냈죠. 이 장면을 통해 더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에드워드 로빈슨이라는 이름과 그 얼굴을 각인시키게 됩니다.


갱스터 장르가 할리우드 영화계 황금기를 견인하는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로빈슨의 수입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가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살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죠.

출처classicfilmscan by kate gabrielle

그는 19세기부터 20세기 초를 풍미했던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에 특히 관심을 보였는데요. 자서전에 따르면 로빈슨은 유명 작곡가인 조지 거슈윈,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 "갤러리를 전전하며 몇몇 작품들을 보곤 군침을 삼키곤 했다"는데요.


당시 그가 매료됐던 작품들 중에는 검은 시계를 그린 폴 세잔의 정물화와 아트 딜러 페르 탕기(Père Tanguy)의 모습을 담은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화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빈슨은 위 두 작품을 구매했고, 점차 그의 집에는 에드가 드가, 폴 고갱,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모딜리아니 등등 오늘날 거장이라 손꼽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만 해도 70-90여 점의 작품을 소장했다고 합니다. 

출처위키미디어커먼스

로빈슨은 구매할 작품을 정할 때 다른 사람의 의견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특정 시기에 집중해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골랐다고 합니다. 또 '규칙적으로' 작품을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의 다소 독특한 작품 구매의 기준은 컬렉터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는 그림을 본 직후의 느낌만으로 본능적으로, 또 충동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지극히 '좋아하는 것'을 따라 작품을 구매한 것이었죠.


때때로 그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자 그림을 사기도 했습니다. "내 아들의 생일을 특별히 기념하기 위해, 괜찮은 사이즈의 드가 작품과 사랑스러운 피사로의 작품을 구입했다"라는 말이 자서전에도 남아있죠.


또 해외에 나갔다 돌아올 일이 있으면 기념품으로 그림을 구입해오곤 했는데요. 그러던 중 방문한 지역이 바로 멕시코시티였습니다. 거기서 벽화를 주로 그렸던 화가 디에고 리베라, 우리가 잘 아는 프리다 칼로의 남편을 만나게 됩니다.

출처위키피디아

디에고 리베라는 로빈슨을 프리다 칼로의 작업실로 안내합니다. 당시는 1953년으로, 프리다 칼로가 이미 많은 작품을 남겼을 시점이지만 아직 먼 미국 땅까지는 그 이름이 알려지지 못했었죠. 그녀의 작업실을 방문한 로빈슨은 네 점의 작품을 각각 200달러씩 주고 구입합니다.


프리다 칼로는 이 사건을 굉장히 뜻깊게 여겼다고 합니다. 작품을 처음 제대로 팔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구매자가 미국인이었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죠. 로빈슨의 구매 덕분에 프리다 칼로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에드워드 로빈슨은 자신이 살던 맨션을 확장해 만든 개인 갤러리에 이 작품들을 조심스럽게 전시해둡니다. 로빈슨은 자서전을 통해 "이 좋은 작품들을 만날 기회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라고 회고했죠.


이에 로빈슨은 자신의 갤러리 공간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집에서 일하던 집사들에게 '도슨트 투어'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50년, 로빈슨과 그의 첫 번째 부인인 글래디스의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게 됩니다. 이혼에 따른 위자료를 충당하기 위해 로빈슨은 소장하고 있던 대다수의 작품을 팔 수밖에 없었죠. 로빈슨은 재혼한 이후 팔았던 자신의 컬렉션 중 14작품을 다시 사들였다고 전해집니다.

에드워드 로빈슨은 '갱스터 역할 전문' 배우로 입소문 나긴 했지만 그간 신문사 에디터, 범죄 분석 전담 경찰, 심지어 화가 등의 역할을 연기했습니다. 그가 거절한 역할이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컬렉터'를 연기하는 것이었죠. 왜였을까요? 미술계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쌓아온 지식을 활용해 더욱 맛깔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컬렉터가 아닙니다. 컬렉션을 가진 순수한 구경꾼일 뿐이죠. 나는 그림이 좋을 뿐입니다.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을 하는 겁니다.

참고 | All My Yesterdays: An Autobiography (Edward G. Robinson, 1973), "The Hollywood Gangster Who Was One of Frida Kahlo’s First Collectors" (Karen Chernick from Artsy), 에드워드 로빈슨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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