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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전문 배우? 김소현의 유쾌한 에너지

조회수 2019. 9. 17.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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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뮤지컬 <명성황후> <엘리자벳>에 이어 <마리 앙투아네트>로 또 한번 왕비 역할로 돌아온 뮤지컬 배우 김소현. 큰 눈망울과 시원한 웃음, 세련되면서 사랑스러운 그의 모습은 왕비와 참 잘어울리는 듯합니다. 

김소현은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18세기 프랑스 왕비였지만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 역을 맡았는데요. 2014년 초연에 이어 어떤 각오로 무대에 오르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출처: 뮤지컬 배우 김소현. | 쇼온컴퍼니

사람들의 숱한 말과 오해 속에 남아있는 실존 인물이잖아요.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해요.

> 자료 조사를 할 때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했어요. 그러나 마리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마리를 사랑해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불륜을 저질렀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까지도요. 누구 하나 없는 타지에서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그런 삶이 행복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마치 마리가 된 것처럼 몰입했어요. 


그거 아세요? 마리가 했다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도 당시의 혁명군들이 마리를 비난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라고 해요. 다른 왕비들과 비교해 과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유별나게 사치스럽지도 않았고요. 전 그녀가 역사의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오죽하면 죄목을 아들 추행으로 억지스럽게 갖다 붙였겠어요.

그럼에도 마리는 한 여자로, 엄마로 너무나 치욕스러웠을 그 순간에도 당당하게 추하지 않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는 의지를 보여줬어요. 저는 연기로만 해도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실제의 삶이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입해 봤어요. 관객들도 마리를 떠올렸을 때 저와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봐요.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한 의상과 헤어로 잘 알려져 있어요. 특히 가발 무게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 이 정도는 괜찮아요(웃음). <명성황후> 때가 정말 무거웠거든요. 그걸 경험하고 나니 이번엔 쓰고 30분씩 돌아다니기도 하고, 아주 편해요. 

2014년 초연 무대 당시 인터뷰를 보면 많이 울었다는 내용이 있어요.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나요?

> 감정의 폭이 훨씬 더 커졌어요. 아무래도 그만큼 인생을 더 살았고, 그 사이 드라마틱한 공연들도 많이 했으니까요. 제가 올해에만 (무대에서) 세 번째 죽거든요(웃음). 예전 같았음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젠 보다 수월하게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 그 나이의 아이를 키워보니 더 확 와 닿는 것들이 있어요. 어렴풋하게 알았던 감정들이 이제는 뚜렷했어요. 역할을 잘 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것은 아니지만 평상시의 경험들이 배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는 해요.

위험한 발언이지만 솔직히 아쉬웠던 적도 있어요. 나이가 들었다고 어린 역할 못하는 게 아닌데 오히려 그 시기를 경험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조차 뛰어 넘은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험과 표현의 폭이 넓어지는 것에 감사해요. 어릴 적엔 일그러진 표정을 보이고 싶진 않았는데, 죽을 때도 예쁘게 죽고 싶었는데 그런 것들이 사라지고, 일그러진 것 또한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어 좋은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출처: 뮤지컬 배우 김소현. | 쇼온컴퍼니

부부가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좋은 점도, 불편한 점도 있겠죠.

> 남편인 손준호 씨는 사실 뒤늦게 합류를 했어요. 캐스팅이 결정되고도 저한테 말을 안했거든요. 나중에 물어보니 대표님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랬다고, 어휴, 그 남자가 그래요(웃음). 준호 씨는 로맨틱하면서도 강한 남자에요. 이번 무대를 위해 14kg이나 뺐어요. 개인적으로는 옛날 훈훈했던 모습으로 돌아와서 좋아요. 그래서 연기가 더 잘 나오나 싶어요(웃음). 네 명 모두 다른 매력이 있고 그래서 그 에너지들을 받아서 더 긴장하게 되고 그래요. 


무대 위에서는 이 남자가 내 남편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편이에요. 그 캐릭터에 집중하죠. 그러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에는 부부 역할은 아니고 불륜이잖아요. 연출부에서 당황할 정도로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어요. 가족과 역할과 진정으로 분리가 됐구나 싶고(웃음).

사실 전 준호 씨와 작품을 하는 걸 고사했어요. 20주년 무대에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었는데 그때에도 싫다고 했어요. 굳이 무대에서까지,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랬는데 함께 오르고 보니 의외로 팬들은 그걸 좋아하시더라고요. 저희가 느끼는 저희들의 모습과 관객들이 느끼는 저희들의 모습이 다른 것 같아요. 다행히 ‘부부 케미’라고 하시면서 좋아해주시니까 감사하죠.

출처: <마리 앙투아네트>에 출연한 김소현, 손준호 부부. | 올댓아트 정다윤

커튼콜에선 왜 매번 그렇게 우시나요?

> 연기를 전공하지 않아서 그런지 전 인위적으로 연기를 하는 게 잘 안돼요. 자, 지금부터 눈물을 흘려, 이게 잘 안돼요. 그래서 드라마 찍을 때 참 힘들었어요. 2,3시간 동안 감정을 쌓고 쌓여서 눈물을 흘렸는데 뒤에 글씨가 걸렸다고 다시 찍어야 한다고 했을 때의 기분이란(웃음). 무대 위 커튼콜은 아직 연기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잖아요. 감정적으로 그렇게 힘든데 웃으면서 나가지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감정이 꽉 차오르지 않은 날엔 눈물이 나지 않아요.  

 

그리고 초연 무대를 분들은 아무래도 더 많은 것들을 기대하고 올 테니 그걸 충족시켜야겠다는 부담이나 압박이 있어요. 더 치열하게 노력하게 돼요. 대본도 보고 또 보고 연습할 때에도 촬영하고 녹음하고 그걸 다시 들여다보면서 문제점을 깨닫고 그래요. 특히 이번엔 마리에 대한 조사를 많이 했어요. <엘리자벳>과 <마리 앙투아네트> 두 작품을 앞두고 일주일의 짬을 내 오스트리아, 프랑스를 다녀왔죠. 여기가 두 사람이 만났던 곳이지, 하면서 생각에 잠기고(웃음). 실제 인물들의 삶을 연기하다 보니 그 나라의 공기라도 마시고 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같아요. 

> 그 전에는 감사함을 모르고 공연을 기계적으로 한 순간들도 있고, 반대로 공연에만 몰두하면 지냈던 시기도 있었어요. 아이를 갖고 무대에 오르지 못한 시간도 있었고 복귀를 할 수는 있을까 두려워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 하게 되더라고요. 오늘이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팬들이 너무 심하게 내일이 없는 거처럼 연기하지 말라고 충고를 해요(웃음). 어젠 진짜 너무 열심히 하다가 넘어졌어요. 무대에 주저 앉아있는데 극 중 마리처럼 외로워서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또 그렇게 배웠습니다(웃음). 

극 중 마리처럼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가 있나요?

> 제가 우아하고, 사치스럽고, 차갑고, 그런 사람인 줄 아는 사람들이 꽤 되더라고요.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 같은 거 나가면 의외네요, 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또 무대 위 저의 모습만 보고 퇴근길에 싸인 받으러 와서 놀라고 눈물을 흘리고 간 남자 분들도 있어요(웃음). 잠깐이라도 우아한 척을 해야 했나, 여배우처럼? 이렇게 혼란의 시기도 있었는데 무대 밖에서까지 연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저 나름 털털하고 소박해요. 아유, 이렇게 말하면 뭘 해요. 그래도 안 믿는 분들은 안 믿을 텐데(웃음).

여전히 오디션을 본다고 들었어요.

> 그럼요. 여전히 너무 떨려요. 올랐던 무대의 오디션도 있었는데, 천 번도 더 넘게 불렀던 그 넘버들인데도 어렵게 느껴져 대본을 뚫어져라 보기도 해요. 간혹 어떤 분들은 왜 떨리는 척 하냐고도 하시는데 전 진심으로 긴장이 돼요. 무대에 서면 설수록 무서운 걸 알아서 그런 것 같아요. 징크스도 있고요. 지금은 안 되는 리스트가 많아요. 공연 4시간 전부터 물만 마시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런데요. 저 엄청 떨어지기도 해요. 이런 이야기 막 해도 되나(웃음)?

끝으로 19년차 배우 김소현이 생각하는 무대의 매력은 뭔가요.

> 저는 그날그날 꽂히는 단어나 문장이 달라요. 수시로 대본을 보고 공부해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첫 공연부터 완벽하게 세팅하면 좋겠지만 마지막 공연으로 갈수록 찾는 것들이 생기더라고요. 그 때의 쾌감이 있어요. 너무 힘들지만 또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도, 다음 작품을 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2019.08.24 ~ 2019.11.17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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