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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모 아이돌에서 '믿보배'가 되기까지…오종혁의 '도전'

아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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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아이돌, 미소년, 정의로운 사나이, 뮤지컬 배우… 오종혁을 설명하는 수많은 단어들이 있다. 1999년 그룹 클릭비로 활동을 시작해 올해 20주년을 맞았고, 무대에 선지도 어느덧 11년이 됐다. 뮤지컬과 연극, 소극장과 대극장을 오가면서 배우로서 끊임없는 변주를 시도하는 오종혁. 이번에는 대사의 90%가 독백으로 이뤄진 연극 <킬롤로지>에 도전한다. 가수, 배우로서의 경력으로나 한 사람으로서나 빈틈이 없는 듯 보이지만 그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출처8월 31일 개막하는 연극 <킬롤로지> 장면 시연중인 배우 '오종혁'. 그는 극중에서 살인 게임 개발자 '폴' 역을 맡았다. | 올댓아트 이참슬

- 11년 동안 끊임없이 무대에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해요.

아직도 배울 게 산더미 같아요. 작품에 들어가면 정신없이 선배, 동생, 연출님, 스태프분들에게 배우거든요. 하나하나 배우면서 오다 보니 10년이 지나갔어요. 사실 작년이 저에게는 심적으로 불안했던 시기였어요. 10년을 지내오면서 나는 무엇을 해냈을까, 내가 멈춰있는 게 아닐까 고민이 됐죠. 아무래도 10년이라는 시간의 느낌이 사람을 고민하게 만들고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데, 작품을 하면 다시 새로 시작되는 느낌이라 즐거워요.


10년을 해오다 보니 많이 만나고 익숙한 배우들도 많지만 새로운 배우들도 만나요. 서로 10년 이상 했는데도 처음 만나는 배우들도 있어요. <킬롤로지>를 함께 하는 김수현 선배님도 그렇고, 이율 배우도 굉장히 오래 전부터 서로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같이 했어요. 계속 새로운 배우들과 만나면 그 배우에게서 배울 것들이 생기는데 한 2-30년까지는 이 배움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어요. 더 배우기 위해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전 예전에는 목소리가 참 작은 배우였어요. 발음도 부정확하고. 이제는 예전보다 관객분들이 대사를 많이 알아들으세요(웃음). 그런 걸 보면 그래도 조금씩은 발전이 있는 것 같아요.

출처올댓아트 이참슬

- 다양한 역할을 하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첫 뮤지컬 <온에어>를 하고 저라는 사람 자체에 변화가 시작됐어요. 그전까지는 굉장히 어둡고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면서 마음의 문도 많이 닫힌 상황이었어요. 첫 뮤지컬을 할 때 연출님, 함께 했던 오대환 배우가 많이 끌어주신 덕분에 무사히 작품을 끝냈고, 그 뒤로 이 에너지를 더 받고 싶어졌어요. 공연을 하나만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쓰릴미>라는 작품을 만났는데, <쓰릴미>는 뮤지컬이지만 굉장히 연극적인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하면서 관객분들께 많이 혼도 났지만 어쨌든 당시 저는 부족한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을 누군가는 믿어줬고, 어떤 관객분들은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그 힘으로 하나씩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돌 출신이라 대중적인 편견이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공연을 보는 관객분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열려 있어요.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입장을 하더라도 공연을 보는 순간에는 무대 위에서 집중을 하는 배우와 집중을 하지 못하는 배우를 충분히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아이돌이든 아니든 개별적인,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요, 이곳은.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 중 인간 오종혁과 가장 비슷한 인물은 누구인가요?

가장 편했던 건 군대에서 전역하자마자 참여한 <그날들>의 무영이라는 캐릭터였어요. 배우들은 군대를 갔다 오면 몸이 굳어요. 군대에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걸 막기 때문에 능동적인 사람도 수동적이게 되고, 그러다 보니 행동도 딱딱해지고 생각도 딱딱해져요. 그 상태로 뮤지컬에 합류했는데 무영은 경호원이잖아요. 초연 때 사랑받았던 이유가 무영이라는 캐릭터는 원래 자유로워야 하지만 제가 좀 덜 자유로웠던 게 관객분들에게는 조금 더 경호원스럽게 보여서인 것 같아요. 전 모든 걸 다 풀고 자유롭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각 잡힌 자유로움이 있던 거죠. 생각지도 못하게 많이 사랑을 받았어요. 그때가 제가 가진 성격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제가 보기보다 강인한 구석도 조금은 있거든요 (웃음).

출처2018년 <그날들>에서 다시 무영 역으로 출연한 오종혁.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오는 8월 31일에 개막하는 연극 <킬롤로지>는 세계적으로 흥행한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에서 사용된 방법으로 살해된 소년 데이비와 게임 개발자 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를 결심한 알란의 이야기를 통해 폭력의 근본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세 남자의 사건이 방대한 분량의 독백으로 펼쳐진다. 오종혁은 극중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살인 게임 ‘킬롤로지’를 개발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폴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다.

- <킬롤로지> 재연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어떤 작품인가요?

<킬롤로지>는 크게는 살인과 부자 관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사회 전반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어요. 작품 전반적인 것을 관통하는 것은 가치관인 것 같아요. 작품 속 세 인물은 순간마다 선택을 하지만 결국 실패를 해요. 이 안에서 크게는 살인, 아들의 죽음, 아빠의 죽음, 입양과 파양, 작게는 노예 해방, 여성 참정권, 동성 결혼과 같은 주제들을 다 다루고 있지만 결국 한 사람이 살아가는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에요. 구세대와 신세대의 가치관의 차이와 거기서 오는 마찰을 다루고 있죠. 결국에는 모든 인간들의 가치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출처연극열전

이번에 맡은 ‘폴’은 아버지에게 과한 기대를 받고 자라면서 아버지를 증오해 살인 게임을 만든 인물이에요.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데이비라는 아이가 죽게 되고 복수를 하러 찾아온 데이비의 아버지 알란을 마주하는데 복잡한 인물을 표현하는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초연 때는 사실 데이비 역할을 제의받았어요. 저도 초연, 재연 모두 데이비를 할 줄 알았는데 폴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에게 이런 이미지가 있다고? 괜찮을까” 했는데, 하면서 너무 재밌었어요. 나름 세 배역 중에서는 나쁘다면 나쁜 캐릭터인데 폴이 완전한 악역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핍이 굉장히 큰 친구인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제 스타일이 궁금하다고 하셔서 제 안의 다른 면을 찾아내고 있어요. 악랄하게(웃음). 


<킬롤로지>는 ‘데이비’의 죽음으로 이야기와 인물들의 관계가 시작이 돼요. 저는 각각의 인물들이 스스로 본인의 삶에 충실했다고 생각해요. 데이비 또한 어떤 선택의 연속으로 결과를 맞이했는데 그 결과가 좋지는 않았던 거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고 성공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선택에는 이면이 있고 결과물이 있어요. 그 결과물을 향해 가는 길이 어떤지 한 번쯤은 고민하게 해주는 작품인 것 같아요. 저도 이 작품을 통해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향해 가는 길은, 또는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가는 길은 잘 가고 있는 건가, 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많은 화두를 던지고, 많은 사건이 생기지만 결론적으로는 한 인간의 삶의 방향성, 가치관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는 생각을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출처올댓아트 이참슬

이 작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초연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너무 하고 싶었어요. 스케줄상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재연이 오면 꼭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초연을 봤는데 예상했던 만큼 굉장히 어렵고, 그만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킬롤로지>는 제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형식의 작품이에요. 세 인물이 등장하지만 거의 90% 이상의 대사가 독백으로 이뤄져 있어요. 긴 호흡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했고, 사실 전 항상 못할 것 같은 걸 찾아다니는 스타일이에요. 사서 욕먹는 스타일이죠(웃음). 

-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더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요?

코미디에 도전했다 실패를 한 적이 있어요. <서툰 사람들>이라는 연극이었는데, 코미디는 정말 똑똑한 배우들이 할 수 있겠더라고요. 뛰어난 배우여야 하는데 저는 그 단계까지 못 갔던 거죠. 많은 관객분들께 실망을 드리고 제 스스로도 반성하는 시기였어요. 그 계기로 제가 계속 갈고닦아서 종국에는 훌륭하게 코미디를 해내고 싶어요. 억지로 웃겨야 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보면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코미디를 언젠가는 해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해내고’ 싶어요(웃음).

정말 부러운 배우들이 많아요. 무대 위에서 살아있고 통통 튀는 배우들, 공기를 환기시켜주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배우들을 보면 부럽죠. 저는 그런 배우는 아닌 것 같아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같은 작품은 제작 초기부터 너무 하고 싶었는데, 계속했던 배우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사색이 돼서 나오더라고요. 그 공연을 했던 배우들이 굉장히 뛰어나고 재기 발랄한데, 그런 분들이 사색이 돼서 나오는 걸 보면서 전 거기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어요. 전 순발력이 부족해서 한편으로는 제 부족한 부분을 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시즌이 거듭될수록 점점 보러 가기도 두렵더라고요(웃음).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관객 참여 뮤지컬로, 배우와 작가만 정해진 채 전막이 즉흥으로 진행되는 뮤지컬이다.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예전에는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그건 기본인 것 같아요.
어떤 배우든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해야 할까요.
자기에 빠지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만족도 없어야 하고.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오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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