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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가 꽂혀 피흘리는 거북이...쓰레기로 고통받는 동물을 위한 시

아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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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느 날 식사 중에 갑자기 뭐가 코에 콱! 박혔어요. 이게 빨대라면서요. 플라스틱 빨대.

위의 말은 인간이 내다 버린 빨대가 코에 꽂힌 거북이의 외침입니다. 물론 진짜 거북이는 아니고, 거북이를 대신해 생명다양성재단의 김산하 박사가 거북이가 됐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25일 일민미술관에서 진행된 '쓰동시 Night'행사에서였습니다.

출처거북이 탈을 쓰고 등장한 김산하 박사 | 올댓아트 박송이
쓰레기와 동물의 시
'쓰동시'

동물을 통해 본 쓰레기 문제를 시로 써보는 기획, '쓰동시'. 우리는 이미 쓰레기로 고통받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잖아?' 하는 마음으로 일회용품을 쓰고 있습니다. 몸은 편리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불편했죠. 쓰동시는 불편한 마음을 시로 썼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연수, 오은, 이슬아, 유경근, 유희경 작가의 시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고작 시 하나로 우리의 몸이 바뀔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실천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출처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 캡처

'쓰동시' 프로젝트가 미술관에서 진행된 이유는 지금 진행 중인 전시 때문입니다. 일민미술관에서는 8월 25일까지 <디어 아마존: 인류세2019> 전시를 열고 있는데요. 전시명에 있는 '인류세'란 인간이 자연환경을 대폭 변화시키면서 그 흔적을 남기게 된 시대라는 뜻으로,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처음 사용했습니다. 

출처일민미술관에 전시된 신시아 마르셀 '더 센츄리(The Century)'(2011) | 일민미술관

예컨데 먼 미래의 지질학자가 2000년대의 퇴적암을 조사한다고 해봅시다. 이전에는 나오지 않았던 플라스틱들이 나오고, 미래학자들은 플라스틱이 나오는 퇴적암이 형성된 시기를 이전 시기와 구분해 부릅니다. 한마디로 미래의 시점에서 볼 때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시기가 바로 '인류세'인 것이죠. 실제로 2016년 <사이언스>는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플라스틱, 알루미늄, 콘크리트 등이 쌓인 퇴적물 단면이 나타난 사실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출처조나타스 지 안드라지의 '더 피쉬(The Fish)(2016) |일민미술관

<디어 아마존: 인류세2019>에는 브라질 작가들이 참여해 아마존과 브라질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전시장 한 쪽 벽면에는 아마존 토착민이 물고기를 잡은 후 한참을 물고기를 안고 있는 영상이 상영됩니다. 이 영상은 생존을 위해 자연을 이용해야만 하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더 피쉬'라는 이 작품의 작가는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입니다. 

출처조나타스 지 안드라지의 '트로피컬 행오버(Tropical Hangover)' (2009)|올댓아트 박송이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는 주로 도시화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작가는 브라질 북동지역 헤시페에 거주하는데요. 헤시페는 식민지 시절의 낡은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또 다른 그의 작품 '트로피컬 행오버'는 헤시페 지역의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140개의 일기와 시대별로 얽혀 있는 헤시페의 도시적 맥락을 보여주는 105점의 사진으로 구성된 작업입니다. 미술관에 전시된 정착과 폐허, 자연과 인간이 뒤섞인 도시의 이야기는 잃어버린 것과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출처주앙 제제의 '원석'(2019)|일민미술관

또 다른 작가 주앙 제제는 소비사회에서 쉽게 버려지고 유통되는 물품들로 '미래의 유물'을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해왔습니다. 그의 작품 '원석'은 브라질의 천연자원 수출 및 유통과정을 오늘날 국제적인 미술품 운송 시스템과 연결한 작업입니다. 현대미술작품을 해외로 보내는 데는 비싼 비용이 듭니다. 작가는 7개의 원석을 브라질에서 스캔해 3D 모델링 파일을 한국으로 "수출"한 후, 현지에서 이를 스티로폼 토템으로 구현했습니다. 산업사회에 대한 풍자를 떠올리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천연자원이 스티로폼으로 뒤바뀐 모습은 많은 것들이 고갈된 미래를 암시하는 듯합니다.

출처전시 포스터 | 일민미술관

미술관이 '인류세' '기후변화' '환경재앙'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은 리투아니아의 '태양과 바다'였습니다. 휴양지에서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기후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것은 환경재앙이 되고 세계 종말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작품입니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앞에는 매일 아침마다 300~400m 가량 쓰레기 차량이 줄을 선다고 합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볼 수 없습니다. 쓰레기를 쏟아내는 즉시 이를 안 보이게 덮어버리기 때문이죠. 다들 알지만 못본척 하는 쓰레기 문제. 쓰동시 프로젝트와 미술관의 전시들은 현재의 위기를 외면하고 뭉개려는 마음에 태도 전환을 요구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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