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채식주의자'였다?

조회수 2019. 7. 31.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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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인근 카페에서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카페 CCTV에 담긴 남성의 악행이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많은 이의 공분을 샀습니다.
출처: Leonardo da Vinci. The Lady with an Ermine (Portrait of Cecilia Gallerani).circa 1483-1490 | 사진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채식주의자'였다는 설까지 있을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고 그 자체를 존중했다고 전해지는 예술가가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a Vinci

최초의 '동물권 옹호론자' 였다는 평가를 얻기도 하는 그의 동물 사랑 면모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출처: 경배의 순간을 묘사한 작품. 경배의 순간에도, 작품 뒤쪽으로 보이는 전쟁터에도 곳곳에 '말'의 형상이 함께 등장한다. Leonardo da Vinci. The Adoration of the Magi (from 1480 until 1482) | 사진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르네상스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조각, 건축, 수학, 과학, 음악,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며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의인화한 것과 달리 인간과 자연의 공통점 사이 어떤 우위도 느껴지지 않도록 표현했습니다. 오히려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인식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출처: Leonardo da Vinci. St. Jerome in the Wilderness (circa 1480). 미완성 작품으로, 노인과 사자가 대화를 하는 듯한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처럼 묘사된 사자의 모습은 다빈치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게 한다. | 사진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15-16세기 인본주의적 사고관의 발달로 권위적인 교황 중심의 중세 문화는 쇠퇴합니다. 이제 인간의 눈으로 포착되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기록할 수 있게 됐고, 기독교 문화는 표현의 제한을 넘어 더 세련되고 자유롭게 묘사되기 시작합니다. 다빈치는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인간만을 아름답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동물과 인간을 비교하며 동물의 지혜와 강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죠. 

출처: Leonardo da Vinci. Study of horses (circa 1490) | 사진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인간은 '이야기'의 힘을 갖고 있긴 하나, 그것은 대부분 헛되거나 거짓되다. 동물들은 이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들의 의사소통은 유용하고 진실하다. 작은 진실이 큰 거짓말보다 낫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는 동물들이 가진 놀라운 감각들을 예찬하기도 했는데요. 민첩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과 강한 힘, '비행'과 같은 동물들의 선천적 기술들을 그들의 강점으로 보았죠. 또한 서로를 '짐승같이' 대하는 것은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며 조소 섞인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다빈치는 정말
채식주의자였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배가 어떻게 동물들의 지하 무덤이 되었느냐"라며 "우리의 삶은 다른 생명들의 죽음으로써 이루어진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이렇게 인간을 '도살 기계'로 비유하며 동물의 생명을 중요시할 것을 강력히 이야기했습니다. '채식주의자'라고도 알려져 있는데요. 부유층들이 기름진 진수성찬을 즐기던 그 시절, 그는 샐러드, 과일, 채소, 면 등을 즐겨 먹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쌀과 야채로 걸쭉하게 만든 수프를 좋아했다고 전해집니다. 식물에 기초한 조리법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용어인 '센플리치'를 여러 번 언급하며, 자연의 풍부한 식재료를 섭취할 것을 주장한 책도 남아 있습니다.

인간도 동물이다. 신은 우리에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료(동물)를 먹을 권리를 주지 않았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동물에 해를 가하는 것에 혐오감을 표했던 그는 자연이 왜 동물들이 서로를 잡아먹는 세상을 만들어냈는지 오랫동안 고민합니다. 그는 나름의 답을 찾죠. '생명이 번식하고 견뎌야 하는데, 그 결과 자연은 개체 수를 유지할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출처: 새끼 양을 껴안고 있는 아기는 어린 예수. Leonardo da Vinci, The Virgin and Child with St. Anne (from 1500 until 1513) | 사진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그러나 다빈치가 직접적으로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라고 쓴 기록은 없다고 합니다. 그의 식료품 목록에도 고기가 등장하기도 하죠. (그의 가족 구성원들을 위해 구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 레오나르도가 완전히 고기 없는 식단을 먹었는지의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동물에 대한 그의 사랑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 농장에서 동물들과 함께 살았고, 그의 스튜디오는 항상 고양이, 개, 곤충, 새, 파충류와 같은 동물로 가득했죠.

출처: Leonardo da Vinci. Vitruvian Man (circa 1492) | 사진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동물 사랑은 동물을 먹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옷도 입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역사가들은 그가 죽은 동물의 가죽보다 리넨 천을 입는 것을 선호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는 동물의 뼈나 가죽 등으로 만든 도구들조차 혐오스럽게 여겼다고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이 동물의 우위를 점하는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아포칼립스적 미래를 예측했다고 평가되기도 하는 그의 「예언」에서는 동물에 대한 폭력이 결국 인류의 종말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경각심을 촉구하죠. 

동물을 사랑한 해부학자
진리냐 연민이냐!

동물 생명 존중에 앞장서는 그의 모습을 보며 생명체를 탐구하는 '해부학자'로서의 그의 모습을 떠올린 사람들도 적지 않을 텐데요. 사실 다빈치가 실험을 위해 개구리를 산 채로 해부했다는 일화도 떠돌고 있어, '동물 애호가'로서의 명성에 논쟁이 야기됐죠. 오늘날 해부학자들은 "인간 생명의 근원을 향한 다빈치의 갈망은 살아 있는 개구리에 대한 연민을 감수하였던 것"이라며 다빈치를 변호합니다. 만약 다빈치가 실제로 동물 실험을 감행했었다면,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갈등했을지 생각해볼 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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