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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 여성노예' 그림이 독일 극우정당 포스터에? 미술관 경악

조회수 2019. 5. 15.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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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출처: 독일을 위한 대안(AfD) 트위터 캡처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최근 내놓은 선거 포스터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명화 <노예시장>에 "유럽이 '유라비아'가 되지 않도록(Damit aus Europa kein Eurabien wird)"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은 건데요.


<노예시장>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미국 클라크미술관은 경악했습니다. 미술관은 그림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AfD는 이를 거절했다고 AP통신이 2019년 4월 30일 보도했습니다.

출처: 독일을 위한 대안(AfD) 트위터 캡처

유라비아는 유럽(Europe)과 아라비아(Arabia)의 합성어입니다. '유럽의 이슬람화'를 뜻합니다. 유럽에서 이슬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생겨난 신조어죠.


유럽 내 이슬람 인구가 급증하면서 무슬림들이 유럽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테러를 자행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함축돼 있는 단어입니다.


AfD는 2019년 5월 23~26일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 세력의 결집을 노리기 위해 '논란의 포스터'를 만들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출처: 장 레옹 제롬, 노예시장, 1866 |위키피디아

<노예시장>은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1824~1904)이 1866년 완성한 그림입니다. 제롬은 신고전주의 화가이자 조각가입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유럽 너머 동방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이 인기를 끌었는데요. 제롬은 카이로를 여행하면서 목격한 '노예시장'의 모습을 그림으로 묘사했습니다.


어두운 색 피부를 가진 남성 상인들이 밝은 색 피부의 여성을 노예로 거래하며 치아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순간이 작품 <노예시장>에 담겼죠.


이 여성은 아비시니아(오늘날의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전해집니다. 어떤 사연으로 노예시장에 끌려오게 된 것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낯선 남성들에게 자신의 나체를 내보여야 하는 여성의 현실이 잔인하고 끔찍하게 다가옵니다.

출처: 독일을 위한 대안(AfD) 트위터 캡처

150여 년 전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국적인 그림은 현재 AfD가 '무슬림 포비아'를 부추기는 선전 도구로 탈바꿈했습니다. AfD는 독일 베를린 30여 곳에 포스터를 배치한 상태입니다.


극우 선동매체로 그림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노예시장>을 소장하고 있는 클라크미술관 측은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섰습니다.


올리비에 메슬레이 클라크미술관 관장은 "그림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면서 "AfD에게 그림을 사용하라고 제공한 적이 없다"고 AP통신에 말했습니다.

출처: 독일을 위한 대안(AfD) 트위터 캡처

문제는 그림 저작권이 미술관 측에 없다는 건데요. <노예시장> 그림은 현재 퍼블릭 도메인으로 등록돼 있어 누구나 그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로날드 글리저 AfD 베를린 지부 대변인도 "클라크미술관에서 그림을 쓰지말라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포스터를 내릴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클라크 미술관은 홈페이지에서 <노예 시장> 그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림 속 불편한 장면은 아시아 인근에서 벌어진 노예시장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19세기 유럽의 법이 통하지 않는 땅에서 여성의 몸을 탐닉하는 광경은 프랑스인들에게 '노예제'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갖게 했습니다."

출처: pixabay

리엠 스피엘하우스 이슬람학 교수(Georg-August-Universität Göttingen)는 AP통신에 "AfD의 선거 포스터는 오랜 시간 유럽 사회에 팽배했던 ‘어두운 피부색의 외국인 남성에게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백인 여성을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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