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마릴린 먼로..스타들의 얼굴을 가려버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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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청춘스타 대명사 올리비아 허쉬(Olivia Hussey). 그는 첫 번째 남편 딘 폴 마틴과 결혼을 결심한 계기로, "모든 남성이 나의 가슴을 볼 때 그는 내 눈동자 색깔을 맞힌 유일한 남성이었다" 라고 말한 적 있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고, 감정과 의사를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눈을 가린 사진을 보고 그가 누구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까?
스페인 출신의 작가 하비에르 마틴(Javier Martin)은 블라인드니스(Blindness), 즉 눈을 가림으로써 여성의 성적인 매력을 이용해 소비자를 매혹하는 산업, 겉으로 보이지는 이미지에 휘둘려 고유한 가치를 놓치는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어두컴컴한 전시장. 벽에는 여성들의 얼굴이 큼직하게 걸려있다. 배우 소피아 로렌, 모델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 등 당대를 호령한 여성 스타들이다. 문화 아이콘으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들 사진의 공통점은 눈이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눈 부분에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설치돼 있다.
하비에르 마틴이 눈 대신 네온사인을 사용한 것은 비판적인 메시지를 강화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네온사인은 어두운 밤에도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대중을 현혹시키는 데 사용된 화려한 빛이기 때문이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하비에르 마틴 : 보이지 않는>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은 모두 눈이 가려져 있다. '페이머스 컷' 시리즈 역시 앤디 워홀, 마릴린 먼로, 피카소 등 유명 인사의 얼굴에서 눈, 코, 뺨 등 얼굴 상당 부분을 삭제해 실루엣만 남겼다. 앞선 여성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눈이 가려져 있지만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대중들이 얼마나 인물의 외적 이미지를 우상화하는데 젖어 있고, 그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익숙한지 자각하게 만들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다.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하비에르 마틴은 이번 전시회에 '블라인드니스'라는 주제로 관통하는 설치, 콜라주, 퍼포먼스 영상 등 22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주로 미국에서 활동해 온 그가 아시아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아트 바젤 홍콩에서 도발적인 영상 '라이즈 앤드 라이트 퍼포먼스'를 선보이면 서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소개되는 이 영상은 강렬한 빛을 내뿜는 긴 형광등 십 수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공간에서 일일이 형광등을 깨부수는 장면이 나온다. 형광등의 파편이 흩어져 있지만 하비에르는 그 위를 무릎걸음으로 걸어 나가며 계속해서 형광등을 깨뜨린다. 이는 사회의 여러 장벽을 깨부수는 것을 상징하는 메시지이자, 자유와 진실을 향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에서 하는 개인전은 처음이지만 2015년 부산 레지던시에서 1년 간 머무르면서 아트부산, 화랑미술제 등에 작품을 출품한 하비에르 마틴. SM엔터테인먼트의 요청으로 동방신기, 샤이니 등 아이돌 가수들의 얼굴에 네온을 설치하는 작업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 일부를 볼 수 있다.
8살에 첫 개인전을 가질 만큼 타고난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일반적인 예술 영재들이 받는 관습적인 교육 과정을 거부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독학으로 예술 감각을 키워나갔다. 미국 마이애미의 스튜디오에 주로 머물지만 스페인, 홍콩 등지에서 많은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