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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만으로 곧게 선 '여성의 머리', 왜?... 잘려나가거나 성적 대상화되거나

아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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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로 꼽히는 '어스시 연대기'의 작가 어슐러 크로버 르 귄(Ursula Kroeber Le Guin)은 1970년대 페미니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가이다. 

출처어스시 연대기 | 위키피디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소설가로 지칭하고, 작품에도 여성으로의 정체성과 당시 미국의 시대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작가 르 귄. 그는 1986년 젠더를 주제로 이론을 발표한다. 인류 최초의 도구가 정복을 위한 무기가 아니라 채집을 위한 용기였으며, 후천적으로 형성된 남성중심적 사회구조로 인해 인류가 후자를 억누르고 '남성 영웅적'인 서사를 추구하도록 길들였다는 것이다. 

출처어슐리 크로버 르 귄 | 유튜브 캡처

르 귄은 문학 속에서 '무찌르고 정복하는' 내용의 영웅적인 서사가 구시대적이라고 주장하며, 무언가를 담아내는 '용기'에 기반한 복합적인 구조가 발전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학은 다양한 관점을 허용하고 가지각색의 목소리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이론에 '소설의 쇼핑백 이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남성의 기념비중심적인 전개에 갇혀있던 소설의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존속하는 방법으로서 소설의 역할을 천명했다. 

출처Installation View of No Patience for Monuments Photo by Youngha Jo. Courtesy of Perrotin

이러한 르 귄의 이론을 그릇삼아 12명의 작가를 담아낸 전시가 있다. 바로 서울 페로탕 갤러리의 '기념비에 대한 부정'이 그것. 이 전시는 역사적으로 고착화된 묘사 방식에 반기를 들었던 르 귄의 의지를 회화로 선보인다. 예술에서 묘사의 역사와 그 역사를 기록하고 기념비화하는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1. 성 상품화

출처Decorative Vessel, 2019 Stoneware, porcelain 58.5 x 25.5 x 25.5 cm | 23 x 10 x 10 in Photo by Pauline Shapiro. Courtesy the artist.

여성의 모습으로 형상화된 화병이 아무렇지 않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제네시스 벨란저의 작품은 생활 속 깊이 '아무렇지 않게' 여성이 상품으로서 소비되어왔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이를 금세 깨닫지 못하는 것은 여성성의 상품화가 관습적으로 익숙해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2. 자르거나 옥죄거나, 여성의 머리

출처(왼쪽) Julie Curtiss, Cleave (Vishnu), 2019 Gouache on paper Unframed: 43.2 x 35.6 cm | 17 1/16 x 14 1/16 in Framed: 50 x 40 cm | 20 x 17 in Photo by Dario Lasagni. Courtesy the artist and Various Small Fires, Los Angeles and Anton Kern Gallery. (오른쪽) Sarah Peters, Floating Head, 2016 Bronze 27.9 × 48.3 × 22.9 cm | 11 × 19 × 9 in Edition 3/5 Courtesy of the artist and Van Doren Waxter, New York.

줄리 커티스(왼쪽)는 성적 대상화, 페티쉬화 되었던 여성의 머리카락을 밧줄로 대체했다. 머리카락마저 신체를 옥죄는 코르셋이었다는 것을 밧줄로 표현한다. 


회화에서 여성의 머리는 이렇게 아름다움의 요소로만 존재하거나 아예 잘려나가기 일쑤였다. 머리는 목소리와 주체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사라 피터스(오른쪽)는 이에 대한 반기로 여성의 머리를 떼어버리는 행위를 바로 잡고자 머리만 있는 청동 흉상을 제작했다. 사라의 두상은 머리카락으로 곧게 서있는 모습이다. 

3. 연약함 = 아름다움?

출처(왼쪽)Jansson Stegner, Lise, 2019 Oil on paper 109 x 68.5 cm | 43 x 27 in Photo by Dario Lasagni. Courtesy of the artist and Sorry We’re Closed, Brussels. (오른쪽) Nick Doyle, Fool Me Once Shame On You, Fool Me Twice Shame On Me (detail), 2019 Denim, peep holes, electrical wire, steel wire, nails and embroidery thread on plywood 100 x 99 x 5 cm | 39 1/2 x 39 x 2 in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연약함, 또는 꽃으로 표현되는 여성의 아름다움이 아직도 유효한가? 얀슨 스테그너(왼쪽)는 근육을 표현해 여성의 신체를 나타냈다. 닉 도일(오른쪽)의 꽃다발은 흔히 남성성을 상징하던 데님으로 표현되었다. 꽃 사이사이에는 카메라 렌즈처럼 보이는 것이 여럿 있는데, 이는 여성 대상 불법 촬영 범죄를 상기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렌즈는 무엇을, 어디를 향해 있는가.

4. 성 고정관념 파괴

출처(왼쪽) GaHee Park, Chateau de Plaisir, 2018 Oil on canvas 122 x 101.5 cm | 48 x 40 in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오른쪽) Jessie Makinson, Slippery Darling, 2019 Oil on canvas 95 × 70 cm | 37 3/8 × 27 9/16 in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and Lyles & King, New York.

전시는 주로 시선의 전복으로 꾸려져있다. 박가희(왼쪽)는 자신이 경험한 남성 위주의 전개를 작품에 녹여냈는데, 그림 속 남녀의 관계는 아직까지 굳어있는 현실을 반영해 불편한 감정을 적극적으로 유발한다. 


실리아 헴튼은 역사적으로 남성의 뒷모습이 묘사된 예가 흔하지 않았던 것에 의문을 제시하며 남성 나체를 '치부'에 가까이 표현했다. 리들리 하워드 역시 전통적인 성별의 역할이 뒤집힌 성교 장면을 그렸고, 제시 매킨슨(오른쪽)의 작품엔 성별의 구분이 아예 없다. 

5. 신의 성별은 무엇인가

출처(왼쪽) Naudline Cluvie Pierre, Hold Me Up, 2018 Acrylic and pastel on paper Unframed: 38.1 × 27.9 cm | 15 × 11 in Framed: 48 x 37 x 4 cm | 18 13/16 x 14 11/16 x 1 1/2 in Photo by Dario Lasagni. Courtesy of the artist and Shulamit Nazarian, Los Angeles.(오른쪽)Ruby Sky Stiler, Seated Father and Child, 2019 Paper, acrylic, pencil, paint, aqua resin on wood panel Unframed: 111.8 x 127 cm | 44 1/16 x 50 in Framed: 119 x 134 x 9 cm | 46 7/8 x 52 7/8 x 3 9/16 in Photo by Dario Lasagni. Courtesy of the artist and Nicelle Beauchene, New York.

전통적인 역할과 가치체계로부터 성별을 해방하는 작품도 있다. 인류를 구원한 신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노들린 피에르(왼쪽)는 광륜을 쓴 여성을 드로잉해 수난을 겪는 남성의 모습이 주를 이루는 종교화에 이의를 제기한다. 루비 스카이 스타일러(오른쪽) 또한 여성에게 주입된 '어머니'로서 역할을 남성에게 쥐어주며 모성이 아닌 부성을 부각한다. 

6. 기념비에 대한 부정

출처Emily Mae Smith, No Patience for Monuments II, 2019 Oil on linen 96.5 × 76 cm | 38 × 30 in Photo by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에밀리 메이 스미스 작품 '기념비에 대한 부정'(No Patience for Monuments Ⅱ)은 전시 타이틀이기도 하다. 기존 기념비의 이미지는 단단하고 굳건히 서있는 것인데, 작가는 오히려 가장 부드러운 '크림'을 기념비의 소재로 삼았다. 그 크림을 햝으며 해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작고 연한 혓바닥이다. 

권력의 명시만을 위해 세워진 기념비, 관념체계는 사실 헐겁기 짝이 없다. 이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칼이나 창이 아닌 부드러운 혓바닥이라는 것이 이 전시가 시사하는 바이다. 이제 우리의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은 혓바닥만큼이나 부드러운 힘이다. 

전시 <기념비에 대한 부정>
2019.04.04 ~ 2019.06.08
갤러리 페로탕 서울
작품 사진 제공 | 갤러리 페로탕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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