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에 요상한 '19금 유머'.. 그림 속에 어떤 비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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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진지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미술 작품들. 그런데 예술사를 살펴보면 의외의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캔버스에 그림을 숨겨놓은 화가들도 있는데요.
초상화에 요상한 유머를 집어넣은 이탈리아 화가, 로렌초 로토(Lorenzo Lotto, 1480~1556/57)의 그림 세계를 소개합니다.
로토가 그린 초상화의 주인공 '안드레아 오도니'는 베니스의 거상이었습니다. 막대한 부를 가지고 집안 유산으로 값비싼 예술품도 물려받았지요. 오도니는 예술가 후원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그의 집은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의 안식처'로 비유되기도 했답니다. 이 초상화는 오도니의 침실에 걸려있었습니다.
요상한(?) 설정 덕에 그림은 한층 밝은 느낌을 풀기지만 초상화 속 주인공의 표정은 복잡해 보입니다. 마치 누군가 억지로 시킨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요. 오도니의 얼굴은 선한 듯 인상을 쓰고 있고, 장난기가 서려 있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오도니의 초상화를 그린 1527년, 중세를 벗어난 유럽 사회에는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인본주의'가 자리 잡았습니다. 로토의 관심 또한 중산층 계급으로 향했고 로토의 화폭에는 상인, 예술가, 장인, 성직자가 등장했습니다. 로토는 단지 얼굴을 담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생각을 그림에 표현하려 했습니다.
"로토는 사람의 영혼을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이탈리아 최초의 화가이다"
-예술사학자 버나드 베렌슨-
비슷한 시기에 그린 <책을 든 소년의 초상화> 속 소년의 표정 또한 범상치 않습니다. 입을 앙다물고 무언가 말하려는 듯 보입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소년이 쥐고 있는 책인데요.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의 책을 들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라우라'라는 여성을 알게 된 후 평생 사랑의 시를 쓴 페트라르카는 인문주의 선구자로도 불립니다. 그림 속 소년이 페트라르카의 시집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그가 앓고 있는 상사병을 암시한다는데요.
단지 인물의 모습만 그린 것이 아니라 감정까지 초상화에 담아낸 것이죠.
다시 오도니의 초상화로 돌아와봅시다. 로토는 왜 이런 19금 유머를 연상시키는 배경을 그려 넣었을까요? 오도니는 한 손엔 여신을 움켜쥐고 있지만, 다른 손은 가슴에 얹고 있는데 이는 진실한 태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예술 사학자들은 로토가 인생의 양면을 그리려 했다고 해석합니다. 진지하고 존엄한 삶 속에 유치하고 경박한 요소가 꿈틀대는 세상사를 표현한 것이라는데요.
미모의 여신은 남자를 흘끔거리며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씻어내지만
그 물은 사내아이의 오줌일 수도 있다.
예술사학자 버나드 베렌슨은 "영웅적이면서도 부조리하고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낸 로토는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다면성을 바라보려 했던 최초의 화가였다"라고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