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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갇힌 공주 '송혜교', 빛을 전하는 소년 '박보검'..드라마를 동화로 만든 주인공

조회수 2018. 12. 20. 16: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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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드라마 <남자친구> 포스터

송혜교-박보검 주연 tvN 수목극 <남자친구>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극중에서 송혜교(차수현 역)는 유력 정치인의 딸로, 또 대형호텔 대표로 숨 막히는 삶을 살아갑니다. 박보검(김진혁 역)은 송혜교를 점차 변화시키는 평범하지만 밝은 청년을 연기하죠. 

남자친구 인트로 공주와 달

그런데 드라마만큼 눈에 띄는 것이 <남자친구>의 인트로입니다. 동화 같은 일러스트가 드라마의 문을 여는 건데요. 매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그림은 드라마 각 회차의 이야기를 함축한 듯 보입니다. 

남자친구 4화 빛으로 함께 일러스트

일러스트 속에서 성에 갇힌 공주는 어둠 속에 외로이 서 있습니다. 쓸쓸한 공주를 향해 빛을 품은 소년이 다가옵니다. 소년은 성에 갇힌 공주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내디딥니다. 소년의 빛은 점차 퍼져 공주를 감쌉니다. 달을 닮은 공주는 해를 가진 소년을 만나 세상으로 나옵니다.

남자친구 4화 빛으로 함께 일러스트

마치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그림을 그린 주인공을 만나봤습니다. 바로 일러스트 작가 잠산(본명 강산·45)인데요. 지난 12월 13일 작가가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서울 나우리 아트갤러리에서 작가에게 드라마 <남자친구>와 개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잠산 작가|올댓아트 이윤정

 '잠산'이란 이름은 몰라도, 그가 만든 작품은 한번쯤은 접해본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삼성, 나이키, 엔프라니 등 기업 광고는 물론 가수 서태지 앨범 재킷과 같은 대중문화 분야에서도 활약했습니다.

20년 넘게 일러스트 작가이자 콘셉트 아티스트로 활동한 그이지만 드라마와의 협업은 처음입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전혀 다른 판타지 세계를 그려나가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서택지9집 소격동 컨셉아트

Q. 드라마 <남자친구>와의 협업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지난 8월 아는 분의 소개로 박신우 PD를 만나 드라마 이야기를 들었어요. 박 PD는 드라마에 쓸 인트로 제작을 위해 여러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었어요. 첫 미팅에서 드라마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콘셉트 드로잉을 보여줬죠. 박 PD는 그 그림을 보고 저와 일을 하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

Q.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드라마 <남자친구> 같은 경우는 첫회를 빼고는 매번 미리 대본을 받고 있어요. 대본을 다 읽고 그림을 그려요. 하지만 드라마를 똑같이 일러스트로 옮기는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결은 유지하되 그걸 저만의 판타지 서사로 풀어내요. 송혜교와 박보검, 두 주연배우의 아우라가 워낙 크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어른 판타지 동화' 한 편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작업해요. "

남자친구 5화 그들의 그림은 어떤 모습일까

Q. 매주 두 편씩 그려야 하는데 작업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요.

"사실 그림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요. 대본을 읽고 드라마에 맞는 '판타지'를 만들기 위해서죠. 드라마의 영상이 워낙 아름답기 때문에 그림은 영상에 묻힐 수 있어요. 그럼에도 드라마의 문을 열 때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그림을 그리려면 드라마 대본을 넘어 하나의 판타지 작품을 그려내야 합니다."

Q. 드라마 작업과 함께 개인전을 준비했는데, 많이 바쁘셨겠어요.

"개인전은 드라마 작업을 의뢰받기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거라 미룰 수가 없었어요. 매주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에 일러스트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어딜 가나 드로잉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려요." (작가는 개인 드로잉 수첩과 완성 일러스트를 함께 꺼내서 보여줬습니다.)

작가가 늘 들고다니면서 그리는 드로잉 수첩 속 아이디어 스케치(왼쪽)와 실제 드라마 <남자친구>에 방영된 일러스트. |올댓아트 이윤정

Q. 일러스트의 분위기가 서정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순수예술을 전공했나요.

"예고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은 '만화학과'를 나왔어요. 어렸을 때 꿈이 만화가였거든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그림이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선택한 길이었어요. 지금의 작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홈페이지에 제 작품을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겼어요. 상업 작품을 하는 것도 사람들이 더 쉽게 보고 느끼고 소통하는 작업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엔프라니 로드샵 홀리카홀리카 명동1호점 파사드 컨셉아트. |잠산 작가

Q. 개인전에서 만난 작품은 그동안 상업분야에서 선보였던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듭니다.

"맞아요. 상업적인 일을 하면서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한 결과물이거든요. 뭘 그려야겠다는 생각 대신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그림에 쏟아냈다고 보면 됩니다."

전시장 전경

Q. '집'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몇 년 전부터 가정에서 어려운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힘들다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올초 다 해결돼 있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파란집은 4년 전에 그린 것입니다. 어둠과 희망이 공존하는 집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힘들지만 계단에선 금빛 물이 흐르고, 하늘에선 별들이 반짝이고 있죠. 그 뒤 '집' 연작은 몇달만에 쏟아내듯이 그렸어요. 공허하고 슬픈 감정이 희망과 긍정의 생각으로 변하는 게 작품으로 표현됐습니다."

시멘트로 만든 캔버스 위에 황동, 연필 등을 활용해 완성한 작품. 그림자를 그려 마치 그림이 솟아오른 듯한 착시효과를 준다. |올댓아트 이윤정

Q. 유화 외에도 독특한 작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독특한 질감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것 같아요.

"네. 유화 작품 외에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어요. 매스틱 아트라는 건데요. 시멘트로 만든 캔버스 위에 황동, 연필 등을 활용해 완성한 작품입니다. '그림자'가 테마이기도 해요. 작품 속 스케치에 그림자가 생긴 듯 연필로 그려줬는데, 마치 그림이 솟아오른 듯한 착시효과를 줍니다. 유화 작품보다 이 매스틱 아트에 관심 갖는 분들이 더 많더라고요."



작품 <금빛 별과 물이 흐르는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잠산 작가. |올댓아트 이윤정

잠산 작가의 개인전은 12월 29일까지 이어집니다. 29일에 갤러리를 찾으면 작가가 직접 설명하는 작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잠산 초대전기간: 2018년 11월 26일~12월 29일

장소: 나우리 아트갤러리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55길 9, 나우리빌딩 L1 )

관람료: 무료

홈페이지: https://nauryartcenter.modoo.at/?link=cedqz8xg&messageNo=1&mode=view&query=&queryType=0&myList=0&page=1

글·사진|올댓아트 이윤정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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