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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훔쳐온 세대

제인 구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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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입춘, sns에는 반가움의 탄성이 가득했다. 유독 눈이 드문 겨울이었다. 서울의 1월 평균 기온이 112년만에 가장 따뜻했고, 제주에서는 23도를 넘긴 날마저 있었다. 기상 관측 이래 최고온이었다고 한다. 남반구 호주에서는 거의 반년째 산불이 번지고 있다.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자연발화한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이다. 


생명을 잃은 야생동물 개체수가 5억 마리를 넘겼다는 뉴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게다가 급속도로 전파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삶을 전면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야생동물인 박쥐와 접촉하면서 인간에게 전파된 바이러스라고 알려져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우연하고 개별적인 사건들일까? 나는 인류가 겪고 있는 이 작고 큰 변화 혹은 재앙들이, 인내의 임계치를 넘긴 지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보내오는 신호로 느껴진다.

침팬지들의 대모, 환경운동의 상징적 존재인 제인 구달은 오래 전부터 경고의 목소리를 전해온 인물이다. 다큐멘터리 〈제인 구달〉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그녀가 원래 과학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채 침팬지 연구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1957년 루이스 리키 박사가 초기 인류 습성을 연구하기 위해 침팬지를 6개월 동안 관찰하는 프로젝트를 꾸리면서, 20대 초반의 비서였던 구달을 영입했다. 과학 이론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은 일반인이 오히려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의도는 적중했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간만의 특성이다’라는 선입견에 젖지 않은 구달은, 탄자니아 곰베에서 침팬지들을 관찰하며 이파리를 제거한 나뭇가지를 개미굴에 넣어 먹이를 찾는 습성을 발견한다. 호모 파베르의 오만한 자존심을 깨뜨린 것이다.

예정되었던 6개월을 넘겨 30년 가까이 이어진 침팬지 연구를 통해 제인 구달과 그의 팀들은 침팬지들이 군집을 이루어 사회 생활을 하며, 기쁨, 슬픔, 질투 등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알렸다.


그 이후 30년은 연구자가 아닌 활동가로서의 시간이었다. 곰베의 숲속에서 ‘다른 생명들과 연결되어 있다’ 고 느끼며 살아가던 구달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 변화의 계기는 1986년에 참가한 학회였다고 한다. 야생동물인 침팬지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포획해서 끔찍한 환경 속에 사육하며, 심지어 사냥해서 식용으로까지 활용하는 실상을 접하고 각성한 것이다.

제인 구달은 이제 1년에 3주 이상 한 곳에 머물지 않으며 강연을 한다. 그 나흘이 자기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았다며 구달은 말한다.


“우리는 이 세상을 부모 세대에게서 물려받았다고 말하지만, 사실 아이들에게서 빌린 것이예요. 아니, 빌린다는 건 갚는다는 건데 우리는 갚지도 않고 훔치고 있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믿음은 얼마나 오만한가.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나눠 써야 마땅한, 다음 세대로부터 빌려온 지구 환경을 우리는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남용해왔다. 사용하지도 않을 물자를 필요보다 넘치게 생산하고, 그 물자들을 썩지 않을 플라스틱과 비닐로 감싸 유통시켜왔다. 

22세기의 역사책에서는 분명 지구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브레이크가 고장난 채 질주하던 현대 자본주의의 시대, 20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를 지목할 것이다. 산호초가 죽고 빙하가 녹아내리고, 알 수도 없는 많은 생명 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바로 지금 우리의 시대 말이다. 구달의 표현에 따르면 지구의 관리자, 집사(steward)일 뿐인 인간들이 선을 넘는 바람에.  


제인 구달이 1년에 수십 차례 비행기를 타며 목소리를 전하고, 세상을 바꿔보려던 방식도 어쩌면 이제 유효하지 않은 모델일지도 모르겠다. 그레타 툰베리 같은 젠지(Gen-Z) 환경 운동가들은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탄소발자국에 반대하며 태양력 연료로 움직이는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이동하고 발언한다.


“자기 삶의 매 순간이 이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준단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지지. 변화를 만드는 우리의 삶이 중요한 이유야.”


자신을 인터뷰하는 어린이 기자에게 구달은 말한다. 우리를 포함한 이전 세대로부터 맑은 공기를, 적정한 기온을, 푸른 숲과 안전한 환경을 도난 당한 다음 세대다.



인물소개
  • by. 황선우 작가
    에디터, 작가, 운동애호가입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썼고요, 여성의 일과 몸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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