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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에서, 해수... 〈계절과 계절 사이〉

계절과 계절 사이(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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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고 손님을 맞이하지만 카페에 있는 모습이 영 어색하다. 집에서조차 편해 보이지 않는 해수(이영진)는 이제 막 낯선 곳에 당도한 모양이다. 채 풀지 않은 짐들이 그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이의 설렘은 느껴지지 않는다. 


파혼 후 서울을 떠나온 해수는 그의 낮은 목소리처럼 가라앉아 있다.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품은 사람의 무게는 가볍지 않기 마련이니까.ᅠ해수에게 가해지는 하중은ᅠ속에 담아둔 것을 솔직하게 꺼내놓는 예진(윤혜리)에 의해 조금씩 덜어진다. 


샷 추가된 더블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강렬한 입맛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확실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직진하는 예진은 해수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단골 손님에서 카페 알바로 성큼 다가온 예진과 함께 해수는 웃기 시작하고,ᅠ휑하던 카페는 어느덧 예진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가득 찬다.

쓸데없는 것을 궁금해 하지 않고, 먼저 질문도 하지 않는 해수는 고요하다. 마치 얼어붙은 호수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그가 겨울이라면 예진은 여름 같다. 제멋대로 군다고 여겨질 만큼 뜨겁다. 혼란을 느낄 틈 없이 레즈비언 친구에게서 성정체성을 확인하고,ᅠ해수를 향한 사랑을 전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래서 모른 척 하는 해수에게 화도 내고 소리도 지른다.ᅠ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ᅠ쉴새 없이ᅠ소원 팔찌를 만들며 그것에 다가가기 위해 애쓰는 예진에게 해수는 겨울이지만 열심히 온기를 준다면 녹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수에게 여름은 지나간 계절이다.ᅠ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을 향한 예진의 열병도 그냥 다 그런 것이라며 넘길 수 있다. 


해수는 누군가의 열정을 빌려 온기를 취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 한 때는 무한한 애정을 주던 상대가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고백을 듣고 나서 멀어지는 경험은 파혼만이 아니었고, 그 모든 계절을 지나와 가지게 된 소원은 스스로 빛나는 것이다.

“나는 왜 안 되냐며”ᅠ울부짖는 예진에게서 해수는 어쩔 수 없이 과거의 나를 발견했을 것이다.ᅠ그저 “나답게 사는 것”을 바라는 그가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대가를 치를 때마다 예진처럼 절규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에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아픔을 감내해야 했고 육체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된다. 스카프로 목을 가리지 않고는 밖으로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남은 마음의 흉터 역시 해수의 계절을 겨울로 만들었다.

예진이 떠나고 나서야 해수는 스카프를 풀어본다.ᅠ예진이 다 깨트리진 못했지만 해수의 세계에 생긴 균열은 계속 되었고, 해수 역시 예진이 남긴 흔적들로 스스로 빛나는 방법에 대해 짐작했을 것이다. 소원 팔찌를 손목에 감아주고, 봄에 피는 꽃으로 해수의 공간을 밝혀주며ᅠ해수에게 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던 예진이 얼마나 빛났었는지 떠올리면서.ᅠ


바뀌는 계절의 풍경이 담기는 카페 창가에서 해수는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어쩌면 예진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겨울과 여름 사이, 비로소 봄으로 접어든 해수가 맞이할 여름이 궁금하다.



인물소개
  • by.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에 대해 쓰고 말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영화 속의 멋진 여성 캐릭터와 그보다 더 멋진 주위의 여성들에게서 힘을 얻습니다.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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