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니의 표정, 플로리다 프로젝트

조회수 2019. 10. 22. 15: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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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2017)

2017년 개봉된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러 가던 날은 추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직 겨울도 아니지만 봄도 아닌, 그 어디쯤에서 시사회에 초청을 받았고 늦은밤 가서 영화를 보았다. 이상하게도 유명한 영화배우가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이 기억 나는데 영화가 시작될 즈음, 그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배우의 얼굴이 다른 개인의 얼굴보다 더 기념할 만한 이유는 그것이 스크린에 비추어지면서 어느 시절을 완전히 대표하게 된다는 점에 있는데, 내게 그 배우는 실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반항과 분노와 동시에 순수의 결을 지닌 여전한 소년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와 함께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이 마음에 들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플로리다의 저급 모텔 매직 캐슬을 배경으로 삶에서 이탈된 이들의 일상을 다룬 영화다. 디즈니 월드라는 자본이 만들어낸 거대 공간이 얼마나 허상 같은 판타지 속에 서있는가를, 여섯 살 꼬마 ‘무니’를 따라가며 비춰준다. 


무니는 미혼모인 젊은 엄마와 살면서 ‘정상’이라는 틀에서는 이해되지 않을 방식으로 양육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카메라가 무니의 얼굴을 비출 때 나는 이 꼬마가 행복하지 않으리라 생각되는 때는 없었다. 


무니에게는 그 무법의 공간일 듯한 모텔을 ‘사람이 살 만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관리인 바비(윌렘 대포)가 있고 단짝 친구 젠시와 스쿠티가 있다. 좀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돈이 없어 변변한 외식도 못하지만 무니에 대한 마음만은 헌신적인 엄마도 있다. 


주변 상권이 죽으면서 빈집들이 늘어나고 그렇게 함부로 버려진 집들에서 아이들은 위태로운 위험들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며 유년을 건너지만 그래도 그 아이들이 무지개를 가리키며 그 끝에는 황금이 있다고 얘기할 때 우리는 그 마음을 기꺼이 지켜주고 싶은 애정을 주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내게 도저히 잊을 수 없게 각인되었던 얼굴은 마지막 씬에 있었다. 무니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고 판단한 시 당국의 공무원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그들을 피해 달음박질 친 무니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젠시에게 달려가는데, 막상 가서는 자기가 왜 울면서 여기로 뛰어왔는지, 어떤 위험이 닥쳤는지 말로는 설명하지 못한다. 


눈물이 너무 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직 그 어린아이가 해독해 낼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왜 엄마와 자신의 행복한 일상이 위험에 처했는지, 왜 자신을 엄마와 더이상 함께 있을 수 없다고 저 근엄한 공무원들이 판단했는지. 


그런 무니가 자기 입술을 깨물어가며 울 때, 너무 격한 감정이 터져나와 오히려 할 말을 잃었을 때 젠시는 무슨 일이야? 하고 연거푸 묻다가 나중에는 그냥 그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말보다 더한 진실을 알 수 있다는 듯. 이윽고 손을 잡은 무니와 젠시는 모텔의 건너편에서 모든 미국인들의 판타지를 실현하고 있는 그 화려한 놀이동산으로 뛰어간다. 


카메라는 어쩐지 그 아이들의 얼굴이 아니라 뒷모습만 따라가면서 오히려 그들을 둘러싼 놀이공원 방문객들의 무감한 얼굴들이 잡히게 두는데,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간절하게 뛰는 아이들에 비해 정작 그 방문객들의 표정들은 덤덤하고 무미건조하다. 왜냐면 정작 디즈니월드에서의 행복은 인공향미료로 만든 아이스크림들이 그러하듯 서둘러 녹고 진실을 맛보게 하지도 못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영화, 지금 보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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