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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도 잘 부려야 신호가 된다, 범죄와의 전쟁

조회수 2019. 10. 10. 13: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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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

살다보면 쓸 데 없는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유명인들의 이름을 말할 때 성을 붙이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우성 씨는 어쩌고” 하면 될 대목에서 꼭 “우성이 형은 어쩌고”라고 말한다.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어설픈 허세는 대부분 간파를 당한다. 상대는 부러워하는 게 아니라 한심하게 생각한다. 


경제학에는 시장신호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뉴욕대학교 경제학과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교수의 이론이다. 이 이론은 ‘내가 상대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정보를 어떻게 보내야 효율적인가?’를 연구한 학문이다. 스펜스 교수에 따르면 허세에도 먹히는 허세가 있고 안 먹히는 허세가 있다. 


안 먹히는 허세는 말로 떠드는 허세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싸구려 말(cheap talk)’이라고 부른다. 반면 먹히는 허세는 ‘값 비싼 신호(costly signal)’라고 부른다. 

태권도 7단 마블리의 다이어트 시절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는 싸구려 말과 값 비싼 신호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운동 좀 하다가 어리바리 조폭 세계에 뛰어든 김 서방(마동석 역)이 나이트클럽에서 박창우(김성균 역)에게 시비를 건다. 소방차 섭외비라고 가져간 돈 중 일부를 내놓으라는 위협이 먹히지 않자 김 서방은 “쳐 맞기 싫으면 돈 올리놔라잉! 태권도가 7단이다”라며 박창우의 얼굴을 밀치고 나간다. 


나름대로 허세를 한껏 부렸는데, 안타깝게도 이 허세는 무위로 돌아간다. 김 서방은 박창우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반면 최익현(최민식 역)의 허세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경찰서에서 최익현은 경찰관 얼굴을 주먹으로 냅다 갈긴다. 그리고는 그 유명한 대사, “내가 임마, 느그 서장이랑 임마, 어즈께도, 밥 묵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다 했어. 임마!”를 시현한다. 놀랍게도 이 허세를 본 경찰관은 즉시 “죄송합니다”라며 꼬리를 내린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신호를 줄 때에는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말로만 하는’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 남들은 절대 못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신호를 줘야 상대가 믿는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나 너를 정말 사랑해”라고 백날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런 말은 남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63빌딩 옥상으로 올라가 “선영아, 사랑해” 같은 플래카드를 붙이면 상대는 내 사랑을 믿는다. 이런 신호는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값비싼 신호이기 때문이다. 


김 서방의 “태권도가 7단이다”라는 허세는 사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로만 하는 허세다. 그런 식이면 필자도 어렸을 때 ‘가리봉동 피 묻은 고무장갑’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었다!(농담입니다)


하지만 최익현은 경찰관 얼굴을 냅다 갈기는 매우 드문 행동을 보였다. 이건 남들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아무나 그런 짓을 했다가는 공무집행방해에 경찰관 폭행죄로 가중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최익현은 이런 강력한 신호를 경찰관들에게 보냈다. 이 폭행이야말로 ‘나는 절대로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분명한 신호가 된다. 만약 이런 폭행 없이 말로만 “내가 임마!”를 했다면, 경찰관의 대답은 “나는 임마, 어즈께 전두환하고 고스톱도 치고 다 했어 임마!”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펜스 교수는 “신호를 줄 때에는 남들이 줄 수 없는 강력한 신호를 주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신호를 줄 능력이 있어야 한다. 최익현처럼 평소에 높은 사람을 많이 사귀는 등의 노력 말이다. 그런 능력 없이 값싼 말로 때우는 신호는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인생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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