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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자기몸긍정주의(Body Positive), 어디까지 왔을까?

조회수 2019. 8. 9. 10: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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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최근 연기자 설리가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상의속옷을 입지 않는것에 대해 자신만의 소신을 밝히며 눈길을 끌었다. 설리는 "브래지어 와이어 때문에 소화도 안되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 브래지어를 안 하는 것이 편해서 하지 않는 것이고, 그게 자연스럽고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보다 내가 느끼는 편안함을 중시하며,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자 새로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자기몸긍정주의(bodypositive)’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몸긍정주의는 미국에서 태동된 개념으로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고 이야기한다. 영향력있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중심으로 전파되며 개인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기업들도 이에 동참했다. 즉, 변화된 가치관에 따라 개인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업들은 기존과 다른 선택지를 내놓았고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바꾸어 나갔다.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는 자기몸긍정주의 확산에 일찍이 나섰다. 2016년, 플러스사이즈 모델이자 작가인 팔로마 엘세서와 요가 강사 클레어 파운틴의 스포츠브라 착용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그리고 남다른 사이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것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팝스타 리한나가 론칭한 언더웨어 브랜드 '새비지x펜티'는 2019 봄/여름 뉴욕패션위크에 임산부와 플러스사이즈 모델들을 런웨이에 세웠고 또 다른 언더웨어 브랜드 ‘에어리’는 보정된 사진을 퇴출한 이후 32%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자기몸긍정주의를 받아들인 사람들이 기업이 제안하는 새로운 메시지에 반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여러 논란과 함께했다. “비만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늘 따라다녔고 다소 살이 빠진 플러스사이즈 모델에게는 “당신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며 과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자기몸긍정주의가 태동된 미국에서도 이것들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전에 없던 개념이다보니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만들어냈고, 여러 논란과 과몰입한 사람들의 극단적인 반응들까지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는 어떨까?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자기몸긍정주의는 논란과 함께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인기 아이돌 원더걸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핫펠트(예은)는 수영복을 입은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아이돌 활동 시절에 비해 다소 살이 붙은 모습이었으며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해당 사진에 “멋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아이돌 시절의 외모와 비교하며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이외에도 자신의 수영복 착용 모습을 당당하게 공개한 개그우먼 이영자, 급격히 늘어난 몸무게에도 움츠러드는 기색 없이 카리스마 넘치는 공연을 펼친 가수 씨엘 등이 자기몸긍정주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사람들은 “지금의 내 모습이 아름답다”며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아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선택들을 하기 시작했다.

대중의 새로운 선택이 집중된 영역은 속옷, 답답한 와이어브라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브라렛’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시장에서 정통 브랜드로 여겨지는 ‘보디가드’는 최근 1년간 브라렛 매출이 20% 가량 늘었고, ‘BYC’ 또한 25%의 증가치를 기록했다.

신규브랜드 ‘비브비브’는 자기몸긍정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몸을 옥죄는 와이어브라, 화학성분으로 이루어진 생리대 등 기존의 것에 물음표를 던지며 ‘나를 위한 선택’을 강조한 것이다.

비브비브는 브라렛과 함께 생리혈을 흡수할 수 있는 위생팬티를 제안했고 다양한 사이즈의 모델 착장모습을 보정 없이 게재하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섹슈얼한 시각을 배제한 광고 영상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

전에 없던 모습이라 낯설었던 것 일까? 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은 갑론을박의 논란을 낳았다. “속옷만 입고 인터뷰라니, 너무 야한 것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착장컷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고, 자신의 경험과 착용감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라는 반응이 팽팽하게 부딪혔다.

최근에는 ‘브라렛’과 분비물 흡수라는 ‘위생팬티’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무더운 여름을 대비해 땀 흡수와 건조에 탁월한 오가닉면으로 만든 제품(오! 브라&팬티)을 선보였는데, 타인에게 보여지는 모습(ex.볼륨, 실루엣)으로 기능적 진화를 이뤄온 시장에서 개인의 착용감을 우선한 행보로 평가 받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기몸긍정주의는 분명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당황스러운 모습을 만들어내며 때때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 앞으로 우리사회에 더 깊숙이 자리 잡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가지 단언할 수 있는 건, 자기몸긍정주의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우리사회에는 점점 더 많은 선택지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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