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와라즈 여행의 꽃이라 불리우는 69호수 트레킹

조회수 2020. 5. 13. 18: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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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는 남미, 중미, 북미, 호주까지 에디터 Soonie가 총 185일동안 세계일주를 다녀온 내용입니다. 여행은 잘 마무리되었으며 다녀온 내용들을 하나씩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완료된 여행임을 고지드립니다.


지난번 페루의 고산도시 와라즈 여행에 대한 소개에 이어서  이번에 소개해드릴 곳은 

바로 페루 와라즈 여행의 꽃!


69호수 투어입니다.


69호수

출처: ⓒ 트래블클립
남미여행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바로 ‘69호수 껌이지!!’라고 합니다.

수많은 트레킹 코스로 알려진 남미에 이런 농담이 있다는 건 그만큼 이 곳이 악명 높다는 뜻이겠지요. 보통 와라즈를 방문하는 분들은 69호수 트레킹을 목적으로 두고 온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69호수는 와라즈 근방에 있는 400개가 넘는 호수들 중 69번째라는 의미로 ‘69호수(laguna 69)’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편도 6km, 왕복 12km의 길로 정상은 해발고도 4,600m로 푸른 에메랄드 빛 색으로 유명합니다.


69호수 택시 투어

69호수 트레킹 투어를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반적인 단체 투어를 이용하는 방법이구요 .

두 번째는 바로 택시 투어입니다.

출처: ⓒ Bookmundi (laguna 69 route)

일반적인 69호수 투어는 아침 5시즈음 픽업 후 출발하여 약 9시쯤부터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돌아가는 시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략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3시간, 내려가는 데 2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때 정상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은 약 30분 정도로 보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이드는 시간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 사람들을 재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제 시간에 올라가지 못할 것 같으면 트레킹 도중 내려가는 것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는 힘든 트레킹을 해본 적도 없고, 69호수가 힘들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과연 정상을 찍고 올 수 있을 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택시 투어였습니다. 

출처: ⓒ 트래블클립

택시 투어는 쉽게 말해 하루 택시를 빌리는 것입니다. 똑같이 아침 5시에 택시 기사님이 인원을 픽업해주시면 바로 69호수로 출발합니다. 다른 투어와는 다르게 아침에 식당에 들러 밥을 먹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약 1시간이 절약됩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1시간 일찍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고, 제한된 시간이 없어 조금 늦더라도 정상까지 등반할 수 있으며, 정상에서도 마음대로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트레킹 동안 근처에서 쉬고 계시다 인원이 다 돌아오면 그 때 다시 시내로 출발합니다.

출처: ⓒ 트래블클립

일반 투어의 가격은 32솔(=약 11,500원), 택시 투어의 가격은 1인당 62솔(=약 22,000원, 4인 기준)로 약 10,000원 정도가 차이 나는 금액이었습니다. (입장료 30솔 별도) 저는 다른 한국인 동행 3명과 함께 투어를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인원도 딱 맞았고 쫓기면서 트레킹할 엄두가 나지 않아 택시 투어를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택시 투어 역시 여행사에서 동일하게 신청하면 택시 기사님을 연결해 주십니다.


결과적으로, 택시 투어는 대 만족이었는데요.

좀 더 자세한 후기가 궁금하다면 글을 끝까지 읽어주세요!


다음날 새벽 다섯 시, 저희는 간단하게 준비한 아침과 점심을 들고 69호수로 출발했습니다. 일찍 일어나 준비한 탓에 가는 길에는 정신없이 잠들었는데요.

출처: ⓒ 트래블클립

내려주신 매표소에서 30솔에 티켓을 산 후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 시간은 대략 8시 정도였습니다. 이른 시간 덕인지 아직 아무도 출발하지 않은 것 같았고, 그렇게 저희는 그 날 첫 타자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출처: ⓒ 트래블클립

초반 대략 40분-1시간 정도는 계속해서 평지가 이어집니다. 오르막 길이 아니라 여기까지는 크게 힘들지 않지만 생각보다 소똥이 정말 많았어요. 워낙 군데군데 있다 보니 계속 바닥을 보며 신경 써서 걸어가야 했습니다.

출처: ⓒ 트래블클립

나름 괜찮았던 평지 지대가 끝나고 오르막이 나오자 숨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렸어요. (혹시 비가 오는 시기에 등산을 하게 된다면, 우산은 당연히 들 수 없구요. 배낭부터 옷까지 다 덮어주는 튼튼한 우비를 가져가는 게 제일 좋습니다.) 

출처: ⓒ 트래블클립

전날 여행사에서 과연 우리끼리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 지 걱정하고 있을 때 가이드 분이 하신 말씀이 있었어요. 보통 서양인들이나 유럽 사람들은 트레킹을 할 때 주위도 둘러보고, 얘기도 하면서 트레킹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긴다고 해요. 너무 힘들면 크게 무리하지 않고 내려가기도 하구요.


하지만 한국인들은 목표지향적이라 정상에 도착해야 트레킹에 의미가 생기기 때문에 아무리 지쳐도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되뇌이며 끝까지 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한국인이라면 갈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웃픈 이야기지만 “Get to the lake!!”를 외치면서 말이죠.


이 말은 다음 날 저희의 구호가 되었습니다. 한계에 다다를 때마다 다 함께 “Get to the lake!”를 외치며 걸음을 뗐습니다. 가끔 뒤를 돌 때마다 풍경이 너무 예뻤지만, 크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욱 위로 올라갈수록 따가운 우박이 쏟아졌고, 심장소리가 쉬지 않고 귀에 크게 들릴 정도로 공기가 부족해졌습니다. 비와 우박에 온 몸이 젖은 탓에 몸은 추위에 계속 덜덜 떨고 있었어요. 

출처: ⓒ 트래블클립

정말 더 못 가겠지만, 이대로 내려가기엔 여기까지 올라온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했던 것 같아요. 해발고도 4,600m. 그렇게 드디어 정상에 도착을 하고, 푸르른 호수 색을 두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출처: ⓒ 트래블클립

사실 사진 속에서는 웃고 있지만 비와 우박에 이어 정상에서는 심지어 눈을 맞았고, 챙겨온 점심도 입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방이 젖어 있어 앉아서 쉴 수조차 없었고, 그저 서서 날이 조금 더 풀리기를 기다렸습니다. 사진은 그 인내의 결과물입니다.


저희가 도착한 이후에 올라온 투어팀은 시간이 없어 5분만에 구경을 하고 바로 내려갔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던 저희는 30분 정도 있으면서 좀 더 여유 있게 사진도 찍고, 숨도 고른 후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출처: ⓒ 트래블클립

내려가면서는 계속 이 말을 반복했어요. “우리 이거 어떻게 올라왔지???” 내려가는 길도 너무 길고 험해서 올라왔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비 온 뒤라 그런지 풍경과 하늘도 맑았고, 올라갈 때는 온전히 즐길 수 없었던 풍경들을 눈으로 담으면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정말 길었어요. 택시까지 향하는 길도.


저희 팀은 올라가는 데 3시간 반, 내려오는 데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일반 투어를 이용했다면 아마 정상 도착하기도 전에 내려와야 했을 시간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정상에 거의 있지도 못했던 투어 팀의 모습도 보았기 때문에 택시 투어를 더욱 잘한 선택이라고 느꼈습니다. 만약 트레킹 속도에 자신이 없다면, 좀 더 쪼이지 않고 여유 있게 다녀오고 싶다면 택시 투어가 훨씬 나은 선택인 것 같아요.

출처: ⓒ 트래블클립

옷이 다 젖은 채로 택시를 타고 2-3시간 걸려 와라즈 시내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전날 저희 투어를 예약해주셨던 여행사 직원 분은 도착 후 쩔어 있는 저희의 모습을 보고는 빵 터지셨어요. 69호수가 어땠냐는 질문에 저도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I have nothing to say!!”


‘다시 말해 산의 정상일지라도 오르는 사람의 개성과 방법에 의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사색을 통해 기대하는 결과는 단순히 산 정상에 도달했다는 물리적 결과만이 아니라 정상에 도달하는 동안 겪었던 체험도 포함되어 있다.’


제가 최근 책에서 읽었던 글귀인데요. 저는 이 부분을 읽자마자 69호수를 오르던 게 떠올랐습니다. 저에게 이 때의 기억은 마침내 도달해서 눈으로 마주했던 에메랄드 빛 호수보다 가뿐 숨소리와 심장소리, 비와 우박에 쫄딱 젖은 따가움과 추위의 촉감이 먼저였으니까요. 물리적 결과는 부가적인 것일 뿐 체험만이 더욱 생생하게 남아있었습니다. 아마도 이게 트레킹의 매력이겠지요. 제 첫 트레킹은 이런 잊을 수 없는 기억과 함께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에는 페루 와라즈의 파론 호수와 파스토루리 빙하 투어에 대한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글 사진 / 트래블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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