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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투어

센베노, 나의 몽골

어느 여름, 몽골에서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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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hoto by Usukhbayar Gankhuyag on Unsplash

기록적인 더위가 성큼 다가오고 있던 2018년 6월, 오래 계획하고 고민했던 몽골 여행 계획도 얼추 마무리 단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동료의 연을 맺기로 한 여섯 명과 출발 전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나 가족이 아닌, 어디선가 옷깃도 스쳐본 적 없을 이들과의 동행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일반적으로 여행 계획을 짤 때 동선이나 맛집, 숙소 등을 알아보는 데에 오랜 시간을 쏟기 마련이다. 그러나 몽골은 대부분 현지 여행사에서 가이드 라인을 정해주고, 그 루트를 따라가게 된다. 투어사마다 정해진 코스나 특/장점을 보고 여행자가 결정하는 식이다. 동행자들과의 사전 모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할애하여 고민한 것 역시 투어사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여러 조건을 따져 현지 투어 한 군데와 컨택을 시도했다. 그제서야 출발이 코 앞이라는 게 조금씩 실감이 났다.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지.” 이미 몽골을 경험한 주변 지인은 모두 그 곳을 극찬했다. 한반도에 비해 땅 크기는 15배, 인구는 1/16, 99%의 땅이 초원과 사막으로 이루어진 신비로운 땅 ― 몽골과 마주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처음 만나는 몽골, 울란바토르

출처Photo by Oyunbold Kolup on Unsplash

  약 3시간 반의 비행을 거쳐 몽골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자 피켓을 든 무리가 한눈에 보였다. 여행 전 우리의 걱정 어린 질문에도 친절한 대답을 해주었던 가이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이드를 맡은 그녀는 그 날 울란바토르의 날씨처럼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울란바토르는 몽골의 수도로 나름대로 도심의 분위기를 잘 갖춰두었다. 그 외에도 본격적인 ‘자연의 몽골’을 체험하기 전, 그 나라의 역사와 분위기를 조망해둔 절과 박물관이 있어 이 날까지는 마치 관광을 온 것처럼 편안한 오후를 누릴 수 있었다. 그녀는 내일의 투어를 위해 푹 쉬어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울란바토르의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내일 일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몇 번이나 읽어보고 검토한 코스였지만, 몽골의 하늘 아래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하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울란바토르의 밤은 한국의 여느 도시 못지 않게 화려한 야경을 자랑했다. 우리는 숙소를 나와 낯선 도시의 거리를 배회했다. 여행을 가면 으레 느끼는 감정이지만, 몽골의 밤바람은 유난히 쾌적하게 느껴졌다. 스치는 사람들 중에선 현지인처럼 보이는 이도 있었지만, 의외로 유럽계열의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몽골의 자연이나 희귀한 꽃, 많은 동물들을 렌즈에 담기 위해 몽골을 찾는 포토그래퍼들도 많다는 이야기가 얼핏 떠올랐다. 이 땅에서 어떤 신비로운 가치에 매료되어, 그들에게는 더 멀었을 이 땅까지 끌려온 걸까. 내일의 일정에 대한 기대가 더 부풀어 올랐다.


  그 때, 동행 중 한 명의 떨리는 목소리가 우리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휴대폰이 없어졌어…….”


  그는 뒷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어디쯤에서 잃어버린 건지 물었지만 불확실한 대답만이 흘러나왔다. 걸어왔던 거리를 돌아보았지만, 아득한 이 거리에서 그 작은 물건을 찾기란 어려워 보였다. 불안감에 흔들리는 동행을 안심 시키려 우선 찾아보자, 라는 말을 남기고 여행사로 전화를 걸었다. 영겁처럼 느껴지는 신호음이 쏟아졌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받지 않으려나. 불안함에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은 안도의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자초지종을 털어놓는 사이사이, 수화기 너머에선 헐레벌떡 밖으로 뛰어 나오는 소리가 옅게 들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덕분에 경찰로 무사히 인계가 되었고 미리 챙겨두었던 여행자 보험으로 어느 정도 손해는 메울 수 있게 되었다. 그제서야, 활짝 웃는 동행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늦은 시간에도 싫은 기색 없이 대처해준 파트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몽골 여행의 시작에서 이런 일을 맞이하게 된 우리에게 사과를 했다. 그렇게, 울란바르트의 첫 밤이 저물어갔다.


동양의 그랜드 캐니언 차강소바르가와 사막과는 다른, 욜링암

출처https://pixabay.com

  우리의 첫 일정은 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가이드는 백화점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구매한 후 차 내에 구비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물건을 얼마나 사야 할 지 감이 잘 오지 않았던 참에, 가이드가 짧게 설명을 덧붙였다. 이동 거리가 길기 때문에 그 사이 차 안에서 먹을 만한 간식과 물, 그리고 물티슈는 여러 모로 필요한 물건이라는 조언을 받았다. 무사히 장 보기를 마친 후 드디어 차를 타고 첫 목적지로 출발했다.


  이동 수단은 푸르공과 스타렉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푸르공은 특이한 디자인과 특유의 낭만으로 많은 이들이 ‘푸르공을 타기 위해’ 몽골로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다만 그 뒤에 따라 붙는 부가 설명 역시 반드시 참고해야 할 문장. “사람이 타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차”가 푸르공의 숨겨진 악명이다. 에어컨이 내장되어 있지 않아 창문을 열어야 환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막 등의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하는 코스에서 모래 먼지에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다. 동행들과의 협의 끝에 우리는 스타렉스로 결정했다. 푸르공을 타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결론적으로는 편안한 여행의 초석이 되었던 셈이다.


  차에서 처음 내리자 창문으로는 다 볼 수 없었던 광활한 초원이 시신경을 사로잡았다. 말들이 줄을 지어 우물가에서 목을 축이고 있는 길목에서, 꾸미지 않은 진짜 자연을 만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사이로 다른 여행객들의 게르도 몇 대 지나쳤다. 게르(몽골식 숙소)에서 현지 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에 올랐다. 긴 이동 거리에 대한 주변인들의 충고에 따라 재생목록에 가득 채웠던 음악이 조금씩 지겨워질 무렵에도, 차창 너머의 풍경은 한 번도 같은 모양새였던 적이 없었다. 계속해서 다른, 조금씩 다른 몽골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이른 저녁 즈음 차강소바르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강소바르가는 바다의 밑바닥이었던 석회암이 만든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조금씩 올라가면 수채화 물감이 풀린 듯 맑은 하늘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1시간 정도 트래킹 코스를 마치고 나면, 저녁을 먹는다. 그 즈음 하늘이 어두워지며 하늘에 은박 같은 별이 쏟아진다. “몽골에 별을 보러 오는 사람도 많아요.” 가이드가 말을 붙였다.

  저녁을 먹은 후 테이블에 작은 전구를 세워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몽골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기호품 중 하나가 바로 술이라고. 몸을 덥혀주는 술을 마시면 사막과 초원의 추위를 버틸 수 있다고 한다. 하늘에 별가루가 다닥다닥 붙은 밤, 우리는 우쿨렐레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긴장했던 첫 밤을 보냈다.

  녹지 않는 얼음 계곡이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점점 더워지는 지구를 견디지 못하고 녹아버린 비운의 계곡, 욜링암. 사흘 째 되던 날 우리는 캠프에서 조식을 먹고 욜링암으로 향했다. 그 사이 달란자드가드에 경유하여 다시 한 번 장을 보고,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한 문장으로 정리된 이 루트가 짧게 느껴지지만, 이 한 줄의 글에는 무려 3-4시간의 간격이 있다. 한반도의 부산과 서울 사이도 버스로 4시간 15분이면 닿는 세상에, 몽골은 한 가지 코스를 보려고 해도 그 거리만큼의 드라이브를 즐겨야만 한다. 장거리 이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몽골 여행 전 반드시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욜링암에 도착하자 현지 노점상의 가판대가 눈에 띄었다. 작은 조약돌이나 아기자기하게 디자인된 물건을 바닥에 늘어놓고 판매하고 계셨다. 그조차도 몽골의 자유로움을 닮은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욜링암은 차강소바르가와는 사뭇 다른 매력의 트래킹 코스를 자랑한다. 욜링암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개나 고양이는 국내에서도 볼 수 있지만 묘하게 그 느낌이 달랐다. 그 외에도 낙타, 말, 양은 점점 익숙해질 정도로 자주 볼 수 있었다. 자연을 등에 업어 전신에 깃든 위엄과 풍채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놀라웠지만.

고비 사막으로 떠나다

출처https://pixabay.com

  욜링암에서 헝거링 엘스 사이, 알타이 산맥과 초원 가운데에 길게 이어진 사막을 만날 수 있다. 이 길목에서는 길고양이만큼 흔하게 낙타를 볼 수 있다. 가이드는 사뭇 긴장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썰매를 나눠주었다. 만약 고비사막 등반을 마치면 이 썰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다고 했다. 한 눈에 보아도 끝이 안 보이는 이 길을, 썰매를 타고 내려온다? 그보다, 등반을 마칠 수나 있을까? 우리는 출발 전까지도 그 고생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니까.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만 보았던 사막은 눈 앞에서 끝도 없이 펼쳐졌다. 처음보다 가파르게 변한 경사는 발바닥이 푹푹 빠졌다. 이 길에서 대체로 신발은 신지 않는다. 오히려 신발을 신는 게 보행에 불편을 줄 정도다. 6-70도 정도 되는 길목에서 잠시라도 정신을 놓으면 아득한 모래 더미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처음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일행들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표정이 굳어갔다. 다행이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아 바닥이 뜨겁진 않았지만 잔인하게 아름다운 사막에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소용돌이처럼 말려들어가는 이 사막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면 그대로 잃어버린 셈 치는 것이 편하다. 다시 찾다가 오히려 사고를 당할 위험도 있다. 뒷주머니나 손에 쥐고 있던 선글라스를 놓쳐 안타깝게 돌아서는 이들도 종종 보였다. 결국 일행 중 두 명이 아쉽게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럴 만도 했다. 어디쯤 온 건지, 얼마나 온 건지 알 수 없는 이 땅을 이만큼이나 걸어왔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졌다. 여태 다른 코스에서 트래킹에도 힘들다는 생각이 이 만큼이나 들진 않았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에 삼켜질 것 같았다. 거대한 대지의 주먹 위 한 줌도 되지 않는 난쟁이가 된 것만 같은 즈음…… 가이드가 도착을 알렸다.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남은 길은 썰매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온 길 역시 시작했을 때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약 1시간 30분정도 이어졌던 등반이었지만,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데에는 15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야를 빠르게 스쳐가는 고비사막의 풍경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다시 몽골에 가고 싶다고 한 이들의 말이 그 때 가장, 크게 와 닿았다.

출처https://pixabay.com

  몽골 여행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6일차와 7일차 목적지는 테를지. 우리는 아침을 먹고 출발하여 중간에 점심까지 먹은 후, 오후가 조금 지난 무렵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테를지는 세계 유네스코 자연 유산에 등재된 몽골 국립 공원이다. 기암석으로 이루어진 산들과 거북 바위의 절경이 일품인 곳이다. 단색의 풍경으로 이뤄져 있던 고비 사막을 떠나 푸른 초목을 마주하니 기분이 생소했다. 우리는 엉거즈 산과 거북바위를 트래킹하며 또 다른 여정을 경험했다.


  여행 프로그램 내에 포함된 승마도 1시간 가량 즐길 수 있었다. 국내 공원과는 달리 자연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단정히 조경된 거리를 말과 함께 달린다. 지나는 사이 꽃과 나무들, 서늘한 바람이 어깨를 스쳤다.


  저녁 시간이 되자 캠프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긴 여정을 지나며 더욱 두터워진 동행들과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몽골은 땅이 워낙 넓다 보니, 우리가 다닌 곳 외에도 많은 관광지와 볼 거리들이 풍성한 곳이다. 우리는 일주일, 투어는 6일간의 코스를 경험했지만 길게는 한 달까지도 일주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마지막 날 우리는 세계를 정복한 칭기스칸의 모습을 본따 만든 마동상과 박물관을 관람했다. 중식을 먹은 후 처음 도착했던 울란바토르로 다시 향한다. 국영백화점에서 여행 전날과는 다른, 조금 여유로운 쇼핑을 즐긴 후 귀국 준비를 시작한다. 오랜 투어를 마무리하는 푸짐한 저녁 식사를 마치면, 정들었던 몽골 땅을 떠날 때가 온 것이다.

  다른 곳보다 몽골 여행이 내게 준 선물은 자연과 교감하며 얻은 여유로움이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매번 다른 풍경을 감상한다. 낯선 일행들과 마음을 나누고, 힘들 때 서로의 손을 잡아준다. 회색 도시의 메마름 사이에서는 느껴본 적 없던 마음의 풍요였다. 다시 한 번 그들의 삶 속에 깊이 들어가게 된다면, 나도 그들의 마음처럼 거대한 기상을 품을 수 있을까? 서울행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까지도 풀, 바람, 모래, 사람들, 본 적 없던 동물들, 그리고 사진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절경들이 아쉬움을 보태었다. 바이르테, 나의 몽골.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부디 건강하길.

본 컨텐츠는 한 여행자의 실제 몽골 여행 후기를 각색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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