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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투어

혼자 떠나는 이별여행

봉평메밀축제, 단양과 통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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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져. 여기서 시작했으니까, 여기서 끝내자.”

- 드라마 <연애의 발견(2014), KBS2>



  처음 만난 곳에서 긴 연애의 끝을 고하는 여자 주인공의 대사 한 줄 한 줄이 가슴을 쿡쿡 찌른다. 꼭 당신이 쓴 것처럼 가슴이 아리고, 밤이 늦도록 잠을 오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당신은 추억으로 꽉 찬 갤러리만 정리할 것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을 비워야 할 필요가 있다. 왕년에 감성 다이어리 좀 써본 티몬투어 에디터가 추천하는 “혼자 떠나는 이별여행”, 오래 고민했을 당신에게 세 가지의 선택지를 선물하고 싶다. 

  충청북도 단양은 서울과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국내에서 손 꼽히는 여름 휴가지 중 하나다.



  선암계곡은 유명한 단양팔경 중 3경 (상, 중, 하선암)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맑고 깨끗한 청정 계곡을 자랑하는 이 곳은 물이 맑지만 깊지 않아 매년 여름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야영이 가능하기에 꼭 물놀이를 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음식과 함께 ‘혼자 여행’에 적격이다. 계곡 인근에 소선암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 숨 쉬기 버거웠던 도시, 물 샐 틈 없이 밀려온 고민에 지쳐있던 당신에게 삼림욕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계곡에서 상선암 계곡으로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도락산성을 찾을 수 있다. 이 바위산은 단양팔경의 4경이 인접한 곳으로, 퇴계 이황 선생도 감탄한 절경을 자랑한다.


  도락산의 이름에는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필수적으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우암 송시열 선생의 뜻이 담겨있다. 돌이켜 보면, 행복하기 위해 시작한 연애에 함께하는 즐거움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도락산은 불친절한 감정관계에 익숙해진 당신을 넓은 품으로 어루만진다.



  늘어질 틈 없이 귓속을 가득 메우던 음악 대신 물 흐르는 소리, 나무 사이로 바람이 걷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처량했던 어제가 흐려지고, 청량한 오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문학사 상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것은 바로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칠십 리 길이다.


  가을의 봉평에서는 이효석문학관을 중추로 한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가산 이효석 선생의 삶과 작품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문화제가 열리는 만큼, 가을은 가장 아름다운 봉평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녹지에 소금처럼 흩뿌려진 메밀꽃이 장관이다. 곳곳에서 메밀꽃 특유의 향이 코끝을 찌른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그 무대가 지금도 온전히 살아있어 문학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변변한 재산 없이 돌아다니다 물레방앗간에서 하룻밤 정을 통했던 처녀를 잊지 못한 장돌뱅이 허 생원의 이야기다.


  장돌뱅이 허 생원이 처녀에게 가진 애틋한 마음과 메밀꽃 한아름 핀 길의 풍경을 잘 익은 문장과 단어로 세심하게 묘사하여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단편소설 중 하나로 꼽힌다. 자신의 처지 탓에 도망쳤지만 여전히 그리움을 간직한 한국적 정서가 소설 전반에 두드러진다.


  그리움이란, 별볼일 없이 떠돌며 살아온 장돌뱅이에게 ‘돌아갈 곳’을 만들어준다. 그가 정말 친자식 동이를 따라 그의 어머니이자 첫사랑 처녀를 찾아 행복한 노년을 보냈는진 알 수 없지만, 그의 오랜 그리움이 길을 준 셈이다.


  모든 마음을 꼭 무겁게 담아두지 말 것. 솜처럼 부드럽지만 알알이 선명한 메밀꽃은 밤에도 또렷한 빛을 낸다. 그러니, 반드시 모든 것을 드러내려 하지 말 것. 그저 장돌뱅이들이 걸어간 길처럼 천천히 지나보면 모든 것이 이어져있을 것이다. 문득, 장돌뱅이 세 명이 걸었던 밤길 한 켠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효석문화제와 봉평 메밀꽃축제는 그 외 다채로운 부대시설과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근에서 전나무 숲길이 곧게 뻗은 오대산이나 봉평 허브나라 등에서 봉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피랑’은 벼랑이라는 뜻으로,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벼랑을 의미한다. 원래 동피랑 마을은 낙후도시로 통영시에서 철거 결정을 내린 곳이었다.


  그 때, 시민단체가 주최한 전국 벽화공모전을 통해 골목의 담벼락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었다. 지금도 오래되어 그림이 지워진 벽화는 다른 그림으로 채워진다. 폐허가 된 도시는 어느새 많은 이들이 통영에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되었다.



  줄줄이 이어진 동피랑 골목은 한 점에서 한 점이 연결된 듯 빙글빙글 돈다.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반드시 마지막 정거장에 도달한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인 동포루에서는 너른 남해와 바다 옆 도시 통영이 한눈에 보인다.


  벽화 골목을 지나 꼭대기에 도착하는 것은 꼭 우리가 거쳐온 시간처럼 느껴진다. 벽화처럼 그려진 추억더미들을 지나서야 온전히 모든 것이 한눈에 선명히 보이는 것이다.



  뺨을 스치는 바닷바람은 사계절 언제 방문해도 좋다. 봄에는 어스름한 산뜻함이,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함이. 가을에는 스산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고, 겨울에는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온전한 차가움이 매력적이다.


  이 곳에서는 좋은 카메라도, 노련한 사진 솜씨도 필요하지 않다. 카메라는 휴대폰 카메라여도 좋지만, 꼭 노트 한 권과 손에 익은 펜 하나를 들고 떠날 것.


  그리고 골목마다 당신이 느낀 것들을 단 한 문장이라도 글로 남겨볼 것. 밀려온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곳, 느린 걸음으로 걷다 보면 당신도 무너지지 않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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