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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의 진화

조회수 2021. 3. 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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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콘서트에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덕질 라이프! 실시간으로 내 가수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들.

2000년대 초의 덕질은 일방적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공중전화 앞에 줄을 서 좋아하는 가수의 사서함 번호를 눌러 녹음된 메시지를 듣는 게 유일한 낙. 열 번이면 열 번, 같은 내용이 흘러나왔지만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나직한 목소리는 오직 나만을 향한 세레나데 같아 늘 주머니에 동전을 두둑하게 넣고 다녔다. 오빠들이 TV에 나오지 않는 휴식기에는 컴백만 손꼽아 기다리며 예전 영상을 사골처럼 우리면서 보고 또 봤다. 그래도 끓어오르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때면 명찰에 닉네임을 새겨 가방에 달거나 잡지에 나온 화보를 잘라 필통을 만들었다. 그때 그 시절에 비하면 매트리스 같은 시대가 펼쳐진 지금 덕질 라이프는 한층 풍성해졌다. 10m 반경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때 알람이 울리는 ‘좋알람’은 없지만 ‘최애’가 라이브 방송을 켜거나 새로운 셀카를 업로드하면 울리는 앱은 있다. 자고 일어나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메시지가 여러 개 와 있고 엄마 몰래 밤샘 탈출을 감행하지 않아도 방구석에서 우리들만의 온라인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별일 없는 심심한 하루의 낙은 깜짝 라이브 방송 알림이 오는 것. 2021년에도 여전히 그는 나를 모르고 나만 그를 알지만 스타와 24시간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다. ‘인소’에나 나올 것 같은 꿈 같은 일들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앱만 다운로드한다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출처: 이미지 출처: 브이라이브 홈페이지

좋아하는 스타의 라이브 알람이 울리면

덕질 좀 해본 사람의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네이버 ‘브이라이브(V LIVE)’의 슬로건은 ‘스타와 팬이 함께하는 우리만의 커뮤니티’. 2015년 8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9월에 정식으로 론칭한 일명 브이앱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시장을 선점한 대표적인 서비스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좋아하는 스타의 채널에 가입하면 프로필 사진과 별명을 설정하고 바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스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하거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건 일방적인 짝사랑 같아 외롭다면 브이라이브는 스타와 실시간으로 이어져 있는 평행 우주에 속해 있는 느낌이다. 그런 면에서 실시간으로 교감한다는 느낌이 거의 없는 팬카페와도 다르다. 끈끈한 소속감마저 든다. 라이브 일정을 미리 예고하기도 하지만 생방의 묘미를 살려 깜짝 라이브를 할 때가 더 많기 때문에 브이앱의 알람은 항상 ON 상태. 브이앱을 통해 진행된 라이브는 박제되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스타그램 라이브에는 없는 커다란 메리트가 있다. 음악방송이나 콘서트를 열 수도 없고 목이 터져라 ‘내 가수’를 응원할 날이 요원해진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아티스트와 팬에게 부수적인 요소로 여겨지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은 필수가 됐다. 팬들은 브이라이브가 아티스트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가 됐다고 말한다. 브이라이브 유저 A에 따르면 “코로나19 초기에는 아티스트들이 브이라이브를 통해 달고나 만들기 등 팬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 브이라이브 방송을 하느냐에 따라 ‘효자 아이돌’로 떠오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박지훈이나 더보이즈의 선우가 입에 오르내렸다”고. 다만 모든 스타들이 브이라이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선 플랫폼에 입성하기 위해서도 일정한 팬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혹은 기획사의 규모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회사나 팬덤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곳에서는 효과적인 창구가 될 수 있으나 신생 그룹 회사의 경우 팬덤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익명을 요구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의견이다.

출처: 이미지 출처: S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최애와 주고받는 메시지

한발 더 나아가 좋아하는 스타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관심사 기반 팬 커뮤니티 리슨(Lysn)이 선보인 ‘버블(Bubble)’이다. 매달 45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최애와 나만의 프라이빗 메시지’라는 공식 카피는 현실이 된다. 마치 카톡처럼 최애가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이다. 셀카를 찍어 보내오기도 하고 하늘이 예쁜 날엔 구름 인증샷을 전송해준다. 지금 나와 같은 하늘을 보고 있는 최애의 메시지는 오랫동안 팬들이 꿈꾸던 판타지 그 자체다. 그렇다고 해서 아티스트가 팬들의 메시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티스트가 ‘오늘 좋은 하루 보냈어?’라고 1:1 채팅방에 보내왔다 치자. 구독자들은 이 질문에 각자의 대답을 보낼 것이다. ‘오늘 시험공부 하느라 너무 힘들었어ㅜㅜ’ ‘오늘 오랜만에 쇼핑을 했어!’ ‘보고 싶어’ 등등. 아티스트는 이 답변들을 보고 전체를 향한 메시지를 보낸다. ‘내일은 더 힘낼 수 있게 내가 응원할게♡’ 나에게만 메시지를 보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 명의 아티스트가 N명의 구독자에게 보내는 전체 답장이다. 어찌 됐든 팬들 입장에서는 구독하지 않고 못 배기는 솔깃한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시스템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익숙하다. 아티스트는 일상을 나누고 팬들은 그것에 즐겁게 화답한다. 따지고 보면 SNS나 팬카페를 통해 이뤄졌던 일이 형태를 바꾼 것에 불과하지만 확실히 개인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이 다르다. 아티스트가 나를 부르는 이름을 따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OO야’처럼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르신’ ‘할머니’ ‘학생’ 등 웃음 포인트가 있는 닉네임을 활용하면 더 참신하게 즐길 수 있다.” 버블 구독자 C가 전하는 이용 팁이다.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은 아이돌 문화와 결을 같이한다. 팬들이 원하는 독점 콘텐츠나 상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국내외 팬들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 국가, 지역, 나이의 장벽을 뛰어넘어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를 온라인상에서 사귀는 커뮤니티 역할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출처: 이미지 출처: 빅히트 홈페이지

티케팅부터 굿즈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관계사 BeNX에서 개발한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는 전 세계 아미들의 필수 앱이다. 입점한 아이돌은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세븐틴, 여자친구 등으로 미국의 차세대 싱어송라이터 그레이시 에이브럼스도 합류했다.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표방하는 곳답게 좋아하는 10개 언어로 자동 번역이 지원된다.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은 아이돌 문화와 결을 같이한다. 팬들이 원하는 독점 콘텐츠나 상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국내외 팬들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 국가, 지역, 나이의 장벽을 뛰어넘어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를 온라인상에서 사귀는 커뮤니티 역할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가이자 K-팝 산업의 A to Z를 담은 책 <빅히트 시그널>의 저자 윤선미의 말이다. 멤버십에 가입한 이들에게만 공개되는 독점 콘텐츠, 굿즈 등이 특징. 지난 6월 티케팅, 공연, 굿즈 구매가 모두 위버스에서 이뤄진 방탄소년단의 온택트 공연 ‘방방콘 The Live’는 위버스의 지향점을 명백히 알려줬다. 기술적인 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아미이자 위버스 글로벌 멤버십 회원 K는 “멤버들이 완전히 공개된 트위터보다는 좀 더 내밀하게 팬들과 소통하는 느낌이라 그 점은 좋게 생각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언택트 콘서트를 구매했는데 내용이 중간중간 끊겨 화가 났다. 스마트TV도 지원한다지만 여전히 접근성이 떨어져서 아쉽다. 지난 12월 열린 빅히트 레이블 콘서트 ‘2021 NYEL’ 역시 노트북으로 영상을 재생하고 이를 다시 HDMI를 이용해 TV로 연결해야만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5만~6만원 상당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에게 이런 불편함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볼 때 자체 플랫폼으로 팬들을 모으고 수익을 도모하려면 적어도 시스템은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이미지 출처: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의 장밋빛 미래

지금 팬들은 또 하나의 플랫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11월 12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K-팝 엔터테인먼트 앱 ‘유니버스(UNIVERSE)’가 그것이다. 게임 회사가 모태인 만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비주얼과 기술력은 역대급. 엔씨소프트의 음성 합성 기술을 토대로 만든 스타의 AI 보이스는 실제 음성과 너무 똑같아 놀랄 정도다. 강다니엘, 에이티즈, CIX, 아스트로, 박지훈, 아이즈원, (여자)아이들 등 라인업은 공개된 상황. 사전 예약이 200만명을 돌파한 걸 보면 최신 IT 기술과 엔터테인먼트의 만남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을 짐작할 수 있다. 유니버스가 가세하며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의 향방도 기대된다. 윤선미 작가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은 지금 새롭게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이제서야 그 투자의 결실이 조금씩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기존 플랫폼사들이 제공하던 서비스에서 더 발전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기획사의 새로운 형태나 기획사가 제작한 성공적인 플랫폼이 나올 수 있을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보완해야 할 이슈들도 있다. 리슨 사용자가 아티스트에게 성희롱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 문제가 된 적도 있고 브이라이브를 하는 스타가 실시간 악플에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한다. 기획사의 기획력은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이제 기획사들이 전면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예전에는 뒤에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직접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한다. 다만 유저들에게 수익을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SNS가 성공적인 플랫폼의 모델이라고 한다면 수익성을 배제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은 이 문제를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가고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윤 작가의 말이다. 팬들은 아끼는 스타가 새로 생겨나는 플랫폼 때문에 혹사당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다채로운 콘텐츠를 신나게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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