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잘 살 수 없을까?

조회수 2021. 2. 15.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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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고민하는 당신! 원룸은 좁고, 오피스텔은 비싸다면?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주거 공간을 알아보자.

따로 또 같이, 집의 확장

박찬빈(MGRV 커뮤니티 시니어 매니저)

1 암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옥상 풍경. 멤버들이 베란다나 정원처럼 활용한다. 2 MGRV 커뮤니티 시니어 매니저 박찬빈. 3 1층에 위치한 카페 겸 코워킹 스페이스. 재택근무를 하는 멤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1인 가구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돌연사나 고독사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한다. 혼자만의 프라이버시가 온전히 보장된 집에서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코리빙과 웰니스를 결합한 주거 브랜드 맹그로브(Mangrove)는 ‘청년 주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도심에 사는 청년 1인 가구가 균형 잡힌 일상을 영위하며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맹그로브의 지향점. 1호점 위치로 숭인동을 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대중교통이 인접해 있으면서도 암벽 산이 한눈에 보여 정원을 갖기 어려운 1인 가구도 늘 자연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한 것. 밀레니얼 1인 가구의 안정된 일상, 느슨한 연결, 건강한 성장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명상부터 내가 나에게 질문을 하는 라이프 셰어, 일요일 저녁마다 나의 한주를 돌아볼 수 있게 한 싱잉볼 연주까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1인 가구가 소홀히 하기 쉬운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한 제철 다이닝도 열린다. 건물 내 자투리 공간은 실내 사이클 등 땀 흘리며 운동할 수 있는 플렉스존, 요가 등 정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 릴랙스 존으로 만들어 원할 때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만 하면 언제든 운동을 할 수 있다. 1층에는 카페 겸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어 재택근무를 하는 멤버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사무 공간으로 활용한다. 집에 운동기구를 들일 만한 공간이나 서재가 없어도 근사하게 살 수 있는 집의 확장이다.

4 비아인키노와 협업한 1인용 가구. 포스터나 사진, 엽서를 붙일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5 건물 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만든 프라이빗 짐. 6 룸 내 위치한 샤워실.

2020년 7월부터 정식 입주를 시작한 맹그로브는 현재 모든 룸이 만실이다. 총 24명이 살 수 있고 연령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이 대부분으로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원룸, 고시원, 하숙, 오피스텔도 좋지만 거주하고 있는 공간 외에는 쓸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요. 맹그로브는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주거 형태도 있다는 것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수면과 수납. 방 크기는 작아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비아인키노와 협업해 미감이 뛰어나면서도 수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1인용 가구를 만들었다. 룸은 모두 창가로 배치해 햇살도 잘 들어온다. 복도에 개인 라커를 둬 여름옷이나 겨울옷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고 출입구에는 개인 신발장을 비치해 방 안이 최대한 어질러지지 않도록 한 배려도 돋보인다. “방 안에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여지를 뒀어요. 냉장고에 사진을 붙이는 것처럼 포스터나 엽서를 붙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죠.”

7 1층에 위치한 카페 겸 코워킹 스페이스. 재택근무를 하는 멤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8 요리를 할 수 있는 공용 키친. 우연한 마주침이 일어나는 곳이다.

1층 출입구부터 신발장에 신발을 두고 슬리퍼로 갈아 신게끔 한 의도도 있다. “다세대주택의 경우 집 외에는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하지만 맹그로브는 복도나 계단을 오갈 때 슬리퍼를 신어요. 그게 결국 집의 확장이거든요. 전체를 집으로 바라보는 것이 공유 주거의 핵심입니다.” 한집에 살며 거실이나 화장실을 함께 쓰는 셰어 하우스는 방문을 열면 자신의 공간이 노출되지만 공유 주거 형태의 맹그로브는 연결을 원할 때만 입주 멤버들과 교류할 수 있게 공용 공간의 동선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느슨한 연결이 가벼운 스침에서 나오도록 의도했어요. 진입로부터 거실이 펼쳐져 있으면 원하지 않을 때도 사람들과 마주해야 하는데 신발장이 키친을 등지고 들어가도록 해 원할 때만 연결될 수 있게 했죠.” 맹그로브에서는 입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친목을 도모한다. 한 달에 한 번 영화를 보는 모임이나 독서 모임도 있다. 요리를 많이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귤 한 박스를 선물 받았지만 혼자 다 못 먹는다면 공용 공간에 두고 나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챙기고 함께 배려하며 성장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맹그로브의 규칙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이 스스로 만든다. 혼자 살지만 고독하지 않은 새로운 커뮤니티의 탄생이다.

혼자서도 우아하게

김정서(셀립 라이프 앤 스테이 디렉터)

1 거주자와 일반 손님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1층의 카페 공간.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거주자들의 사무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2 셀립순라의 로비공간.

편의점과 배달음식이 주식이고 널브러진 이부자리와 옷가지 속에서 출근 준비를 하는 일상. 1인 가구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짠하기만 하다. 원룸과 다세대주택, 오피스텔로 집을 고르는 선택지도 많지 않다. “결혼 전까지 싱글은 10~15년간 홀로 살아요. 혼자 사는 시간은 긴데 집을 고르는 시간은 고작 이틀 남짓이죠. 예산, 회사와의 거리 등에 맞춰 부동산 중개 앱으로 집을 고르고 직접 눈으로 확인 후 계약서를 쓰는 데까지 소비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요. 연차나 주말을 활용해서 이사까지 해결해야 하니까요. 어쩌면 1인 가구가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되어 있진 않을까 고민했죠.”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솔루션을 제안하는 브랜드 ‘셀립 라이프 앤 스테이’ 디렉터 김정서의 말이다. 셀립 라이프 앤 스테이는 2019년 12월 창경궁 앞에 짧게는 하루, 길게는 2년까지 장기 숙박이 가능한 주거 공간 ‘셀립순라’를 열었다. 도시 여행자부터 인근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이 이 공간에 모였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장기 숙박객만 투숙 중이지만 5층 규모인 셀립순라의 서른 개 객실이 모두 만실이다.

3 손님이 찾아왔을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응접실. 4 호텔 침구와 침대를 사용한 개인실. 5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셀립순라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어 중 1인 가구를 뜻하는 셀리바테르(celibataire)와 자유를 의미하는 리베르테(liberte)를 합쳐 만든 이름처럼 자유롭고 당당한 싱글의 삶이 가능하도록 보필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연령대가 셀립순라에 거주해요. 하지만 대부분 2030 세대예요. 흔히들 혼자 산다고 하면 회식 자리에 남은 음식을 싸주거나 고깃고깃한 옷매무새를 애처롭게 바라보잖아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잘 살고 있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어요. 한국 밀레니얼 세대는 나답게 사는 것만큼이나 부모의 만족을 중요시해요. 본가보다 안 좋은 집에서 살기는 싫은데 가진 돈은 지하 단칸방 정도를 구할 수 있죠. 그럴 때 셀립순라는 좋은 대안이 돼요.” 셀립순라는 창경궁과 기와집이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개인실 외에도 홈바, 응접실, 카페와 라운지, 홈트와 홈시네마 공간, 세탁실, 루프톱까지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다. 또 셰프 코륵과 파트너십을 맺고 매일같이 집밥을 제공하고, 출장이나 개인 사정으로 객실을 오래 비워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에어비앤비를 통해 단기 숙박 이용자를 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방 안의 물건을 옮길 필요도 없다. 셀립순라의 매니저가 공간과 단기 여행자를 함께 케어하기 때문.

6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셀립순라. 7 오래된 양옥집을 콘셉트로 한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밀레니얼 세대는 합리적인 걸 중요시해요. 값이 비싸더라도 서비스가 훌륭하다면 거리낌없이 지불하죠. 식사, 커피 등의 서비스만큼이나 투숙객을 향한 매니저의 세심한 케어도 중요해요. 이곳이 게스트하우스, 호텔과 다른 점은 투숙객이 셀립순라를 집으로 느껴야 한다는 점이에요. 커뮤니티로 결속되는 것보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라운지, 홈바 등에서 편히 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해요. 편안한 옷차림으로 호텔 로비에 내려오기 부담스럽잖아요. 게스트하우스 라운지에선 괜히 옆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할 것만 같고. 그건 저희가 생각하는 집이 아니에요. 일부러 저희 매니저들은 라운지나 카페에 앉아서 업무를 봐요. 그럼 투숙객들이 그 옆에 앉아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서칭하며 티타임을 갖죠. 재밌는 점은 저희가 카페를 투숙객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는데, 카페만 방문하신 사람들은 공간 중심에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고, 투숙객들은 가장자리에 앉아 자신의 할일에 집중하세요. 마치 집과 카페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처럼 느껴지죠.” 집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되 호텔처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해 불편한 요소를 최대한 없애는 게 셀립순라의 방향이다. 셀립순라는 특히 침구, 침대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호텔용으로 제작된 매트리스와 시트를 사용하고 2주에 한 번씩 전문가가 개인 공간에 방문해 침대를 관리해준다.

8 기와집이 내다보이는 종로 순라길에 위치한 셀립순라. 9 가볍게 맥주를 마시거나 홈파티를 할 수 있는 루프톱.

셀립 라이프 앤 스테이는 올해 은평과 여의도에 새로운 공간을 연다. 창경궁의 지리적 특성을 십분 활용해 옛날 할머니 집에 온 듯한 기분을 주고자 했던 셀립순라처럼 앞으로 열게 될 공간의 인테리어도 지역적 색채를 가미할 예정이다. “많이 구입하고 입어봐야 자신에게 알맞은 분위기, 취향의 옷을 찾을 수 있잖아요. 집에도 그런 경험이 필요하죠. 머지않아 재택근무가 만연해질 거예요. 그럼 예산, 거리, 시간에 쫓겨서 집을 고르는 시대가 저물겠죠. 셀립 라이프 앤 스테이를 열기 전에 꽤 오래 스터디를 했어요. 1980~1990년에는 ‘평창동입니다’라는 멘트처럼 지역이, 2000~2010년에는 아파트 브랜드가 개인의 많은 걸 설명해줬죠. 앞으로는 집의 무엇이 개인의 취향, 특성, 라이프스타일을 설명하게 될까요? ‘셀립에 살아요’라는 말만으로도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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